시인 고창수
시인 고창수
  • 김상일 / 여성신문 미술 전문기자
  • 승인 2009.01.09 11:55
  • 수정 2009-01-09 11: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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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 앵글에 맺힌 시상 (詩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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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는 방랑자다. 항시 창조의 길을 찾아 떠날 준비가 되어 있다.

많은 예술가들이 창조의 길을 떠나지만 각자의 어려운 상황에 절망하여 포기하거나 아니면 이를 극복하고 꾸준히 작업에 몰두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간혹 자신의 창조적 작업으로 일찍 길(브랜드)을 찾은 이들 중에는 이삼십 년씩 같은 작업(약간의 변화는 있지만)을 반복하는 경우도 있다.

마치 커다란 금광을 발견한 것처럼 한자리에 머무르는 것이다. 그러나 진정한 예술인은 새로움에 대한 갈증과 열정으로 한곳에 머물려 하지 않는다. 이는 마치 자신의 재능을 땅속에 묻어버린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대부분의 예술가는 지난날의 영광을 뒤로한 채 새로운 창조를 위해 방랑의 길을 떠난다.

시인 고창수 또한 세상을 떠도는 방랑자와 같다. 예술에 대한 목마름을 채우기 위해 오랜 시간 동안 다리품을 팔며 자신의 시적 영감을 영상에 담고 있다. 시인의 예민한 감성으로 함축된 영상언어로 세련미를 더해주고 있다. 그렇기에 그의 감성적 영상작업은 국내의 어느 영상작업과도 확연히 구분된다. 이는 실험적 영상들로 채워지기 때문이다.

그가 70년대부터 해오고 있는 실험적인 영상물들은 약 15편에 달한다. 그의 영상작업인 ‘햇빛 속의 손: Hand in the Sun’ ‘렌즈를 통하여 어둡게: Through the Lens Darkly’는 시적 감성과 철학적 사색을 담고 있다.

특히 ‘Through the Lens Darkly’는 자연과 인간을 대상으로 빛에 의한 왜곡만으로 표현된 초현실적 작품이다.

그는 60년대부터 꾸준한 시작(詩作)을 해온 시인으로서 국내뿐만 아니라 국제 시(詩)문화 교류에도 왕성한 활동을 보이고 있다. 시적 시각을 가지고 여러 나라에서 느낀 감성을 시로 담거나 번역을 통해 여러 나라에 소개하기도 한다. 특히 파키스탄 주재 한국대사 시절에 펴낸 ‘침묵의 소리: Sound of Silence’는 고대불교 미술의 고장인 스와트라든가, 탁실라 등지를 그림처럼 음유(吟遊)한 첫 시집이다.

“그 곳으로 가는 도중 중단했던 그 여행에서 돌아올 때, 산들은 구천으로 뻗어나가는 손가락이었다. 새들은 몇 천의 거울이 담겨 있는 숲속에서 번쩍이는 긴 주문이었다. 원효는 간데없고 나는 자궁 속 기억과 무덤의 공포로 타는 한낱 불길에 지나지 않았다.( 고창수 시 ‘원효대사가 시인에게 한 말’ 중에서)” 

현대문명의 미래를 반영하듯…‘모헨조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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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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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시집에서는 찬란했던 인더스문명의 도시 ‘모헨조다로’를 소개하고 있다.

전 세계적인 경기 하락으로 부동산과 주가 폭락이 연이어지면서 우리 사회에 우울하고 암울한 분위기를 안겨주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고창수 시인은 작은 카메라를 메고 차가워져 가는 도시의 거리를 서성이며 시상(詩想)을 담고 있다.

그의 카메라 앵글에는 방금 지나간 폭우의 흔적 속에 반영된 빌딩의 형상이나 건물 유리에 의해 반사된 현대식 건물 그리고 도시로부터 철저히 외면당한 의식되어지지 않는 인간의 모습들로 채워져 있다. 현대문명이 상징탑처럼 자랑하는 초호화 빌딩은 경쟁하듯이 하늘 높이 솟고 있다. 자연과 인간을 외면한 채 물질만을 추구하는 현대사회를 바라보는 시인은 ‘모헨조다로’를 통하여 지난날의 찬란했던 인더스문명의 이야기를 다시 들려주고 있다.

또한 고창수 시인은 어둠이 깔린 도시의 건물 유리창에 반사된 석양빛을 보여줌으로써 인간에 대한 작은 여운과 함께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고창수씨는 신라의 명승 원효를 통해 현대인들에게 ‘사랑과 긍휼을 지성으로 연마할 것’을 갈파하는 시인이다. 더불어 삶에 대한 그의 자세도 늘 겸허하다. 지적인 인상과 온화한 미소가 매력적인 고씨는 문단에선 ‘파편 줍는 노래’(첫 시집)의 시인으로, 또한 세계 속에 한국 시의 우수성을 빛내는 번역문학가로 널리 알려져 있다.

하지만 그가 문단의 땅에서 한발 벗어나면 전혀 다른 모습으로 우리 앞에 다가선다. 정열적인 직업 외교관 고창수 본부대사라는 명칭으로.

문학의 세계와 다른 현실에서 뿌리내린 그의 또 하나의 삶의 모습은 이처럼 외교관이란 이름이다. 1965년 외무부에 발을 들여놓은 것을 시작으로 아프리카의 사막과 시애틀의 도심을 돌아다니기를 30여 년간 계속해오고 있는 그는 ‘현실과 문학 그 어느 세계에서나 성실하게 시인과 직업 외교관이란 두 얼굴로 따뜻하면서도 정열적인 삶을 일구어 가는 이’라는 평가를 얻고 있다.

‘외교관 시인’ 고창수씨. 최근 텃밭에서 일군 자신의 남다른 능력을 본격적으로 발휘할 기회를 얻게 됐다. 바로 문화를 통해 이 나라의 실질적 면모를 세계에 선보이는 큰일을 할 우리나라의 최초의 ‘국제문화협력대사’로 임명된 것.

외교가에서는 진작부터 예견됐던 일이며 가장 적절한 것이었다는 게 중평이다. 시인이자 번역문학가, 문학박사이기도 한 그의 이력과 문화에 대한 남다른 사랑이 그 근거. 이를 증명이나 하듯 그의 문화 이야기는 한번 포문을 열면 좀처럼 그칠 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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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는 주어진 환경을 개선하려는 인간의 지적활동입니다. 그것은 무엇보다 절대적 기준에서 평가할 수 없는 것이지요. 서독, 제네바, 동남아 그리고 아프리카 등 세계 각지에 부임할 때마다 문인이라는 위치와 저의 천성적인 학구열이 그 나라의 고유문화를 면밀히 살펴보게 했지요. 시낭송, 한국문화를 알리는 대학특강, 문화유적지 방문, 문화계 인사들과의 교류…고독한 이국의 하늘 아래서의 이러한 문화 공부와 활동은 때로는 외교활동에서 쌓이는 스트레스를 말끔히 풀어주곤 했답니다.”

따지고 보면 앞으로 문화대사로서 그의 활동은 이처럼 새삼스러운 것이 아닌 것이다.

고창수씨는 문화를 평가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 진지한 자세로 상대방의 문화를 존중하는 태도라고 강조한다. 마치 사람을 사귀고 이해하듯. 덧붙여 고씨는 아직 구체적인 사업 내용이 확실하게 계획된 것은 아니지만 그가 문화사업을 펼칠 때 가장 역점을 둘 것은 우리 문화에 대한 잘못된 이해를 바로잡는 일이라고 말한다. 이는 오랜 외국생활을 통해 가장 크게 느낀 부분이기도 하다.

“여전히 외국에선 우리에 대한 인상이 6·25의 비극을 통해 지배받고 있거나 중국이나 일본 문화의 아류처럼 여겨지는 것이 현실입니다. 성리학을 비롯한 우수한 문화유산을 해외에 널리 알려야 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이는 우리에 대한 잘못된 이해를 바로잡는 것뿐만 아니라 우수한 문화유산을 통해 우리 민족의 우수성을 과시하는 일일 뿐더러 또한 정치 경제적으로 긴밀히 연결된 것이기도 합니다. 바로 문화는 그 나라의 이미지를 결정짓고 이 이미지는 결국 상품 구매에도 당연히 영향을 주기 때문입니다.”

성균관대 영문학과를 졸업하고 지난 1965년 당시 4급 외무직 공무원 시험을 거쳐 외무부에 들어간 고창수 국제문화협력대사. 지난 1966년 월간 문예지 ‘시문학’에서 김춘수, 김현승 시인들로부터 추천을 받고 등단, 이때부터 외교관이자 동시에 문인이라는 이중생활(?)을 계속해 온 그는 외교관으로서는 주 인도네시아 공사, 주 에티오피아 대사, 주 시애틀 총영사 등을 역임했다.

첫 만남을 오랜 친구 사이처럼 부드럽게 이끌어낼 정도로 사람에 대한 강한 친화력을 지닌 고 대사는 요즘 한국문화를 어떻게 하면 세계 속에 잘 알릴 수 있을까를 고심하며 그 어느 때보다 의욕에 찬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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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박사이자 시인인 고창수는 30여 년간 외교관으로 활동했다. 에티오피아 대사, 시애틀 총영사, 파키스탄 대사, 국제문화협력대사 등을 역임했다. 1966년 김현승·김춘수 시인의 추천을 받아 월간문예지 ‘시문학’으로 등단했다. 시집으로는 ‘파편 줍는 노래’ ‘산보로’ ‘몇 가지 풍경’ 등이 있다. 또한 ‘인덱스’ ‘한국현대시 모음집’ 등 국내 시인 및 자작시를 영역시집으로 펴내기도 한 그는 지난 1990년 ‘한국문학번역상’을 수상했다. 70년대부터 독립영화작가로도 활동하면서 ‘Through the Lens Darkly’ 외 15편의 단편영화를 만들었다. 그리고 Suisse Romande, Tokyo Video Festival, Worldfest Charleston, Lyon 등 해외 영화제를 비롯하여 한국의 부산영화제, 서울국제실험영화제에도 소개되기도 했다. 그는 영상 시(시네 포엠)를 시도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사진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이로 인해 2008년에는 문화 콘텐츠로 바움문학상을 수상했다. 현재 한국문인협회, 시인협회, 국제펜클럽 한국본부, 한국영화학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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