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빛여성재단 실태조사
알바, 어학공부하다 첫 성매매 48.2%

해외에서 성매매를 하고 있는 한국 여성 가운데 국내에서 성매매에 종사했던 여성은 10명 중 4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나머지 6명은 음식점·커피숍 등에서 서빙을 했거나, 판매원, 일반 회사원, 학생이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조사 결과는 아무리 단속을 강화해도 성매매 여성들이 해외로 진출해 영업을 계속하는 등 성매매 총량은 절대 줄어들지 않는다는 이른바 ‘풍선효과’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것이어서 상당한 파장이 일 전망이다.

성매매 피해 여성 지원 단체인 봄빛여성재단(이사장 정혜원)은 지난 5일 ‘해외 한국인 여성 성매매 피해 실태: 미국, 일본, 호주를 중심으로’를 주제로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재단은 2007년 5월부터 12월까지 7개월간 미국 동부와 중서부, 일본, 호주에서 성매매를 하는 한국 여성들과 일본에서 성매매를 하다 국내로 되돌아온 여성 등 총 59명을 대상으로 현지조사를 실시했다. 한국 여성의 해외 성매매 실태에 대한 직접 면접 조사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조사에는 티모시 림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사회학과 교수(미국 서부), 실링 쳉 미국 웰슬리대 여성학과 교수(미국 동부), 타마이 게이코 아시아재단 일본사무소 부장(일본), 정경자·장혜영·브론웬 달턴 호주 시드니공대 교수(호주),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 한건수 강원대 문화인류학과 교수(한국) 등 8명의 전문가가 참여했다.

이날 발표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절반을 넘는 59.6%가 국내에서 성매매를 한 경험이 없었다.

현지에서 서빙 일을 하거나 어학공부를 하다가 처음 성매매를 하게 됐다는 응답자가 전체의 48.2%에 달했다.

특히 고학력 여성의 비중이 상당히 높았는데, 2년제 이상 대학 졸업자가 전체 응답자의 51.7%를 차지했고, 고등학교 졸업자도 39.7%에 달했다.

유흥업소 취업을 위해 이주한 여성의 67.8%도 소위 ‘2차(성매매)’가 없는 것으로 알고 이주를 결정했다고 답했다. 그 중에서도 일본 취업자는 80%로 비중이 훨씬 높았다.

일본에서 한국 여성들이 가장 많이 취업하는 ‘크라브(club)’나 ‘스나쿠 바(snack bar)’가 공식적으로 ‘2차’를 나가지 않는 것으로 국내에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일본 스나쿠 바에 취업한 28세 여성 A씨는 “친한 오빠의 친누나가 일본에서 스나쿠 바를 운영하는데 성매매가 없다고 해서, 성매매가 너무 하기 싫어서 가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작 현지에 도착해 보니 버젓이 성매매 영업이 이뤄지고 있었다.

설 교수는 “면접조사 인원이 적어 결과를 일반화할 수는 없지만 ‘풍선효과’라고 설명하기 어려운 사례가 많았다”며 “한국 여성이 해외에서 성매매 업소에 취업하는 동기와 경로가 다양해지고 있는 만큼 정부와 시민사회의 대책도 다변화되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응답자 59명 가운데 69.5%가 20대였고, 40세 이상도 11.9%로 높게 나타났다. 국내에 부채가 있는 여성은 응답자의 33.9%에 불과했다. 나머지 66.1%의 평균 부채는 580만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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