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렴한 가격…거부 명분 없다’ vs ‘아직 시기상조’ 의견대립 팽팽

국내 매출 1~3위인 홈플러스, 이마트, 롯데마트 등 3곳의 대형 할인매장이 지난 11월 27일 미국산 수입 쇠고기 판매를 재개했다. 매출 4위인 GS마트는 “아직 때가 아니라고 판단해 판매를 결정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 5월부터 전국을 휩쓸었던 촛불시위가 잠잠해진 지 이제 겨우 두어 달이 지난 시점에서 시작된 일이다.

미국산 쇠고기의 판매 가격은 척아이롤이 1200~1400원, LA갈비가 1800~1900원으로, 한우 가격의 5분의 1 정도이며 호주산보다도 훨씬 저렴하게 책정됐다. LA갈비 가격이 국산 돼지고기 삼겹살 정도다.

11월 25일 ‘대형 할인매장에서 미국산 쇠고기 27일부터 판매 재개’라는 첫 뉴스가 뜬 순간부터 대부분의 누리꾼들이 반발하면서 인터넷은 뜨겁게 달궈졌다. 특히 이들은 “서민들의 소비가 위축되는 상황에서 더 이상 저렴한 미국산 쇠고기 취급을 거부할 명분이 없다”는 업체 측의 발표에 가장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파장이 예상만큼 크지 않을 것”이라는 판매 업체의 낙관적 예측도 도마에 올랐다. “촛불 민심이 극에 달했던 때와 비교하면 여론이 성숙돼 있다. 판매해도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말한 업체 관계자의 언급에 공격적 글이 주를 이뤘다.

‘美 쇠고기 빗장 푼 대형마트 빅3 탈 없을까’라는 제목의 뉴스에는 1500여 건의 댓글이 달렸고 그 대부분은 불매운동을 예고하는 내용이었다. “먹든지 말든지는 개인이 판단할 문제니 강요하지 마라”혹은 ”없어서 못 먹는다”는 등의 긍정적 반응들은 소수 의견으로 묻혀버렸다.

또한 단독으로 발표하지 못하고 3곳의 대형마트가 공동으로 판매 재개를 발표한 데 대해 ‘비겁하다’는 의견도 올라왔다. “미국산 쇠고기 판매는 체인스토어협회 차원에서 논의된 문제지 회사 차원에서 검토된 사안은 아니었다”는 관계자 인터뷰에 담합 또는 횡포라는 비난이 올라왔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업체들이 판매 문제로 애로사항을 호소하고 있는 점도 판매 결정에 한 요인이 됐다”는 업체 관계자의 말도 누리꾼들을 자극했다. ‘소비자가 아닌, 수입업자를 위한 판매 결정’이라는 것.

26일부터는 ‘대형마트, 소비자 시위 긴장’이란 주제의 보도가 나왔다. 광우병 대책회의 등 시민단체의 시위가 예고되자 3개 업체는 매장에 보안요원을 배치하고 관할 경찰서와 비상 연락선을 점검하는 등의 대책을 세우기 시작했다.

업체 직원들에 대한 ‘입단속 지침’도 뉴스거리가 됐다. 포털 다음의 아고라에는 대형마트에서 근무한다는 누리꾼의 ‘직원 전화교육 내부지침’ 제보가 관심을 모았다. 회사가 절대 함구를 지시했다는 폭로 글은 조회 수가 4만을 넘겼고 2000명 이상이 이를 추천했다.

일단 3개 대형 할인매장의 미국산 수입 쇠고기 판매 재개 결정에 대한 누리꾼들의 반응은 부정적이다. ‘이제는 시장이 성숙됐다’고 판단한 업체 측과 ‘그렇지 않을 것’이라는 누리꾼들의 입장이 온라인상에서 팽팽히 맞선 가운데 논쟁의 무대는 실제 시장으로 넘어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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