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자원이 집중된 서울과 달리, 지역은 문화활동을 하기에는 네트워크가 부족하고 여러 가지 기반이 취약하다는 여성 문화인들의 현실적인 고충을 종종 듣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열정과 헌신을 다해 활동하는 지역 여성 문화인들이 있어서 어려운 여건에서도 지역 문화가 살아나고 있다. 

여성의 감성과 소통, 나눔, 창조성은 ‘디지로그(digilog=digital+analog) 시대’에 가치가 높은 문화 콘텐츠를 생산하고 창조하는 매우 중요한 요소다.

이에 문화체육관광부에서는 2006년 ‘양성평등 문화정책 개발을 위한 지역 연계 워크숍’을 통해 서울과 대전, 해남, 강릉의 여성문화단체 및 활동가들과 함께 지역에서 여성문화 활동을 활발하게 하기 위한 방안들을 모색했다.

그 결과 지난해부터 ‘양성평등 지역문화 확산사업’이라는 이름으로 문화부가 직접 공모하여 매년 7~8개의 지역 사업을 선정해 지원하고 있다.

전체 1억 원 남짓의 적은 예산 규모에도 불구하고, 이 사업은 한정된 예산으로 지역의 여성과 문화 자원이 결합하여 200% 활용되는 알짜배기 사업이다.

대전에서는 후손들에게만 알려진 ‘김호연재’라는 조선시대 여성 시인을 재조명하여 그의 삶과 가족문화를 지역의 문화 콘텐츠로 발굴했다.

특히 이 인물을 ‘원소스(one source)’로 하고, 해설자료집 제작, 마당극 공연, 문화유산해설사 교육 프로그램과 접목하는 등 다양한 콘텐츠를 개발한 ‘OSMU(one source multi use)’의 좋은 사례이기도 하다.

김해에서는 허황옥 실버축제를 진행한 경험을 통해 ‘총체극 허황옥’이라는 연극을 제작, 적은 예산에도 불구하고 지역 출신의 스태프와 배우, 거기에 종친회와 지역 여성들의 적극적인 지원을 통해 공연장에 관객이 꽉 찰 정도로 성공적인 공연을 이끌어냈다.

일반적으로 보수적인 지역의 문화 현실에서도 여성의 적극적인 활동을 통해 창조적인 문화자원이 발굴될 수도 있음을 보여준다.

이 외에도 이번 사업을 통해 지역 미디어센터에서 미디어에 접근하기 힘든 여성을 대상으로 한 미디어 교육을 비롯하여, 지역의 여성 미디어 활동가 네트워크를 통해 지역 차원에서 여성들의 미디어 활동을 활성화하는 데 일조하고 있다.

같은 사물에 대해서도 작가의 다양한 시선과 해석 안에서 새로운 문화예술이 탄생한다.

여성 문화인들이 지역의 문화를 새롭게 읽어내는 작업은 지역을 소중한 문화자원으로서 새롭게 발견하는 창조적 산물이다.

여성의 문화적인 잠재력과 가능성을 풀어내는 무대가 지역에서 많이 만들어지고, 지자체 차원에서도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올해 펼쳐졌던 작지만 소중한 여성문화 콘텐츠 활동의 결과는 오는 12월 초에 서울에서 발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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