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70년까지만 해도 평균 4.5명에 이르던 여성들의 자녀 출산이 2007년에는 1.26명으로 줄어들었다. 70~80년대 정부의 인구정책에 동조하여 기꺼이 출산 자제에 나섰던 여성들이 지금 ‘더 낳자’는 정책에 대해 더 이상 응하지 않고 있다. 무엇이 문제일까?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전국 출산력 및 가족보건·복지실태조사’(2006년)에 따르면, ‘향후 자녀를 낳을 계획이 없다’는 기혼 여성들 중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있다면 자녀를 (더) 낳을 의향이 있다’고 대답한 여성은 겨우 7.6%에 불과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청년층 남녀 80~90%가 결혼과 출산을 선택으로 생각한다는 것이다. 최근 발표된 서울시 여성가족재단의 조사연구에 따르면, 20대 후반의 남성 15.7%, 여성 11.1%, 30대 초반의 남성 17.7%, 여성 10.9%만이 ‘결혼은 반드시 해야 한다’고 대답했다. 

앞으로 10년 내에 저출산과 만혼화 현상을 해결하지 못하면 인력난이 전 업종으로 확산될 위기에 놓여 있다. 최근 보건복지가족부가 출범시킨 ‘저출산 대책포럼’이나 국회의 ‘저출산고령화 대책 특별위원회’는 사안의 심각성을 말해준다.

최근 발표된 ‘범정부적 저출산 종합대책’에는 다자녀 가정에 대한 경제적 부담 경감, 육아 인프라 확대, 일과 가정생활 양립 지원, 출산 가족친화적 사회문화 조성 등 ‘여성들을 위한’ 다양한 양성평등 정책들이 나열되고 있다.

주변에서는 “상황이 이런데도 여성들은 왜 옛날처럼 마음을 돌리지 않느냐?”고 묻는 사람들이 많다. 다시 70~80년대를 돌아볼 일이다.

사실 초기의 산아제한 정책은 여성들의 몸과 생식권을 침해하고, 비자발적인 피임을 강요했던 측면이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여성이 ‘적게 낳자’는 정책에 기본적으로 동조했다.

“잘 기른 딸 하나 열 아들 안 부럽다”는 구호에 대해 80년대 초 세계보건기구(WHO)의 국제자문관으로 방한했던 윤순영 박사는 “‘하나만 낳자’는 구호가 아들선호 사상을 불식시키게 되면 평등가족이 진전되고, 여성들이 사회적 진출을 통해 경제적 자립과 자아성취를 이룰 날이 멀지 않다”고 말했다. 당시의 정책엔 여성들의 요구와 이해관심에 대한 국가의 정서적 지지와 성평등한 미래에 희망을 갖게 하는 메시지가 있었다. 이 측면에 대해 여성들이 동의한 것이다.

그런데 지금의 상황은 어떠한가? 아무리 기다려도 여성들이 기꺼이 아이를 낳을 만한 조건이 안 보인다. ‘선진화된 정책들’이라지만, 문제는 말뿐이라는 것이다. 지난 17일 국회특위에서 많은 여성 의원들이 ‘사업실적이 부진한 이유’ ‘내년도 사업예산이 오히려 줄어든 이유’ 등을 물었다. 정부 당국자들은 ‘경제위기’ ‘재원부족’ ‘시민들의 인식부족’ 탓만 했다. 

저출산이 정말 위기라면 구체적 예산사업들을 대폭 늘려야 한다. 아니면 “저출산 정책이 성공하지 못하면 경제성장도 없다!”는 정부 당국자들의 말은 거짓이고 기만이다.

양성평등한 세상이 되면 낳지 말라고 해도 낳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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