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에 부는 산들바람
마을에 부는 산들바람
  • 옥선희 / 영화 칼럼니스트
  • 승인 2008.11.14 11:38
  • 수정 2008-11-14 11: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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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 분교 소녀의 첫사랑 그린 무공해 성장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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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문제로 뒤숭숭한 요즘 우울한 마음을 차분하게 달래줄 무공해 성장영화를 한 편 소개해볼까 한다. ‘마을에 부는 산들바람’(일본제목 천연 꼬꼬댁)이라는 제목이 모든 것을 말해주지 않는가.

초록의 싱싱함이 만져질 듯한 여름 논, 무리지어 핀 해바라기, 대나무 울타리 곁의 새빨간 상사화, 하늘거리는 보라색 도라지꽃, 분분 휘날리는 벚꽃, 바위 사이로 흐르는 물속에 담가둔 잘 익은 토마토, 논가에 핀 자그마한 들꽃 등 거대한 자연이 아닌 무심코 지나치는 작고 아름다운 자연을 삽화처럼 곁들인다. 영화는 두량짜리 기차가 눈 덮인 산기슭을 달려 바다가 보이는 한적한 역으로 들어선다.

시마네 현의 한적한 마을. 달랑 6명의 학생이 두 반으로 나뉘어 세 명의 교사와 함께 공부하는 초미니 학교가 있다. 중학교 2학년인 소요(가호)가 등하교서부터 급식까지 함께하며 오누이처럼 지내는 전교생을 소개한다. 오줌을 싸는 1학년 사치코, 소꿉장난은 졸업했다는 3학년 가쓰요, 소요의 남동생인 6학년 고타로, 만화를 잘 그리는 이발소 집 갈래머리 딸 아쓰코와 때때로 솔직함이 지나쳐 소요를 불편하게 만드는 이부키는 늘 붙어다니는 중학교 1학년이다.   

평화롭지만 심심한 학교에 전학생이 생겼다. 소요는 도쿄에서 온 잘생긴 중학교 2학년 남학생 히로미(오카다 마사키)에게 단번에 반하지만 히로미는 까다롭고 거만해 보인다. 히로미가 트럭에 과일을 싣고 팔러 다니는 다우라 할아버지의 손자이며, 천식을 앓는 엄마와 함께 귀향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난 뒤 소요는 히로미에게 마음을 연다.

 

‘마을에 부는 산들바람’은 전교생의 맏언니 노릇에 충실한 착한 소요와 무뚝뚝하고 엉뚱하지만 속이 깊은 히로미가 천천히, 담백하게 첫사랑에 눈 떠가는 과정을 그린다. 사춘기 소년 소녀의 사랑과 같은 비중으로 그려지는 것이 동생들과 학교와 마을을 지키고 싶어 하는 소요의 소망과 다른 길을 택하려다 돌아오는 히로미의 내적 갈등이다.

암시 수준에 그칠 만큼 은근하게 묘사되는 소요와 히로미의 다른 생각은 마음의 고향으로서 지키고 싶은 것과 세상 변화에 밀려 사라져갈 수밖에 없는 것에 대한 아쉬움을 은유하고 비교한다.

물론 히로미가 도쿄로의 진학이 아닌 소요와 함께 인근 도시 고등학교 진학을 결정함으로써, 영화는 분교 수준의 작은 학교와 번듯한 마트 하나 없는 작은 마을이 그대로 유지되었으면 하는 소요의 바람을 지지한다. 조금 과장, 확대 해석하면 성장보다는 자연 그대로를 지키고 가꾸고자 하는 모성적인 가치에 손을 들어준다 할까.

이처럼 착한 마을과 학교와 이웃과 가족과 친구가 있는 곳에서 성장기를 다시 보내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들게 하는 ‘마을에 부는 산들바람’은 구라모치 후사코의 만화 ‘천연 꼬꼬댁’에 기초한다.

원작자의 바람대로 시마네 현 하마다 시의 사계절을 담고 쇼와 시대 분위기 세트로 향수를 자아냈다.

원작자의 마음에 쏙 들었다는 청순한 마스크의 가호와 더 이상 성장하지 말았으면 싶은 미소년 오카다 마사키의 매력, 동화적인 상상력과 유머도 수채화처럼 예쁘고 투명한 영화에 잘 어울린다.

 <시리즈 끝> 

감독 야마시타 노부히로/ 출연 가호, 오카다 마사키/ 제작연도 2007년/ 시간 121분/ 등급 전체 관람가/ 출시사 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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