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경제대통령 ‘미네르바’
인터넷 경제대통령 ‘미네르바’
  • 박정원 / 자유기고가
  • 승인 2008.10.31 11:07
  • 수정 2008-10-31 11: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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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위기 속 정확한 예측으로 네티즌 인기몰이
전문적 식견에 독설까지 갖춰 ‘온라인 대통령’으로 부상
‘미네르바 지키기’ ‘미네르바 닉 사용’ 등 네티즌 운동 유발
요즘 인터넷은 경제 위기로 하루하루가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모든 포털의 톱뉴스가 ‘경제뉴스’다.

10월 27일, 코스피 지수는 900선이 무너지고 원-달러 환율은 28일 1495원까지 올랐다. 같은 날 정부가 연기금을 1642억원이나 쏟아 부어 주가를 단번에 100포인트 이상 밀어 올렸지만, 기관 매도로 이튿날 다시 곤두박질쳤다.

‘금융위기는 없다’ ‘외환보유고는 충분하다’고 장담하던 정부는 30일에야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와 통화 스와프 체결로 달러 유동성에 숨통이 트이게 됐다고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다. 외환위기 이후 10년 만에 다시 겪는 경제 혼란으로 네티즌들은 “경제 공부를 제대로 하고 있다”고 말한다. 주식을 하지 않는 청소년들까지도 이제 ‘사이드카’는 물론이고 ‘서킷브레이커’가 뭔지도 알게 됐다. 이제는 온 국민이 환율과 수출, 금리, 물가의 관계를 이론이 아닌 현장 학습으로 배우고 있다.

이러한 때, 인터넷에는 ‘아고라 경제대통령 미네르바’가 주목을 끌고 있다. ‘미네르바’는 포털 다음의 토론방 아고라에서 활약 중인 한 네티즌의 필명. 지난달 초 미국 리먼브러더스 부실 사태를 예측하면서 아고라의 인기 논객으로 부상했다.

그가 쓴 글은 평균 조회 수가 5만 건에 이르고, 댓글이 1000개 이상 달린다. 24일 쓴 글은 10만 명 가까운 네티즌이 읽었다. 지금의 경제위기를 정확히 예측하는 전문적 식견에, 다양한 지표와 수치를 이용하고, 설명이 쉬운데다,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독설까지 갖추어 인기다.

그가 지난 5일, “6일부터 8일까지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고, 15일 전후로 2차 폭등이 있을 것”이라고 한 예고는 실제로 환율이 6일부터 8일까지 3일 만에 170원 이상 급등함으로써 들어맞았다. 24일에는 “해외에서는 이미 한국이 제2의 외환위기 시대를 맞이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고 경고하는가 하면, 28일에도 “당일 오전까지 정부가 개입하지 않으면 환율이 1500원을 찍을 것”이라고 거의 정확히 예측해 날카로운 안목을 입증했다.

여기에 25일 기획재정부 국제금융국이 “한 인터넷 토론방에 미네르바님이 올리신 (IMF 지원설) 글은 전혀 사실이 아니라는 점을 밝혀드립니다”라면서 미네르바의 주장에 대한 입장표명을 하기에 이르렀다. 이에 따라 많은 언론들도 ‘미네르바’의 존재를 뉴스로 다루고 있다. 네티즌들은 그를 가리켜 ‘온라인 대통령’ 혹은 ‘미네르바 교주’로 부르며 치켜세우고 그의 게시물을 따로 모아 팬 카페를 만드는 등 인기는 나날이 치솟고 있다.

인터넷 게시판에는 미네르바의 정체를 추측하는 글도 이어졌다. 일반인이 근접하기 힘든 고급 정보에 접했고 경제 예측과 처방을 지적하는 안목이 경제학자 이상이라는 점에서, 전직 관료 또는 현직 경제학자일 거라고 추측하기도 한다.

한편에선 뛰어난 경제지식을 너무나 쉽게 풀어낸다는 점, 무엇보다 실물경제와 재정을 연결시킬 정도의 경험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아니냐는 주장도 나왔으나, 유 전 장관 측은 “고마운 말이긴 하나 말 안 되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포털 다음의 관계자는 “미네르바에 대한 취재 문의가 몇 번 들어와 연락해 본 적이 있지만 자신의 어떠한 정보도 공개하지 말라고 당부한 상태다”라고 말했다.

미네르바가 25일 ‘미자’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자 네티즌들은 ‘미자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준말’이라고 해석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미네르바가 “미자는 오늘 고구마를 사러 온 39살 색시 이름이고 실명은 최미자”라고 해명했지만, 네티즌들은 “39살은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조성한 펀드 자금 39조원을 빗댄 것이고, 미자의 성이 최인 것은 최현만 미래에셋증권 부회장을 상징한다”는 해석을 붙이는 등 각종 추측을 내놓았다.

지난 29일에는 미네르바가 살해 협박을 받았다며 당분간 글을 쓰지 않겠다고 밝히자 네티즌들은 “미네르바를 건드리지 말라”며 ‘미네르바 지키기’에 나섰다. “그가 다시 잠적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 글에다가 추천도 달지 말고 조용히 읽고만 가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이와 함께 ‘미네르바 닉 쓰기 운동’도 벌어졌다. 아이디 도용을 방치한 다음 측과 악성 댓글을 달아 온 소위 ‘알바’에 대한 항의 차원이다.

수많은 네티즌들이 “미네르바의 글을 읽고 경제 돌아가는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게 됐다”며 한 시민논객에게 신뢰와 공감을 표시하고 있다. 정부의 정책이나 발표보다 그의 글을 더 신뢰하는 네티즌들의 반응이 주목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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