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에 성인지 예산 못 박았죠”
세계적으로도 이례적…성 주류화 확산 기대
남녀 소득격차 해소, 양질의 여성 일자리 등

 

“만약 한국에서도 성과주의 예산제도가 시행되고 있다면 목표 성과에 ‘성평등’을 통합시킬 적절한 때입니다. 전체 예산이 성평등이라는 성과를 거뒀는지 따질 수 있게 된다면 오는 2010년 한국에서 시행될 성인지 예산제도의 효율성과 안정성을 보다 강화시켜줄 것입니다.”

오스트리아 연방총리실에서 성 주류화(GM:여성을 각 분야의 중심부로 끌어올리는 것) 정책을 총괄하고 있는 엘리사베스 클라체 카운슬러가 지난 22일 ‘세계의 성인지 예산 제도화’를 주제로 열린 국제 심포지엄 참석차 첫 방한했다.

그는 오스트리아 연방정부와 각 부처에서 추진하는 정책이 성 주류화를 향해 나아가고 있는지 점검하고 조정하는 일종의 컨설턴트 역할을 맡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생소한 직책이지만 성인지 예산제도를 도입한 유럽 국가들에서 서로 이름을 달리해 점차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

엘리사베스 카운슬러는 이날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오스트리아에서는 지난해 성과주의 예산제도를 도입할 것과 예산 집행의 목표로 성평등 달성을 헌법에 못 박았다”며 “최상위법인 헌법에 국가 예산을 성평등 목표 하에 집행할 것을 명문화한 것은 세계에서도 이례적인 시도”라고 소개했다.

그에 따르면 오스트리아 헌법 13조는 “연방정부, 주정부, 시정부가 예산을 세울 때 남성과 여성의 효과적인 성평등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적고 있다.

지난해 법 개정 전에는 몇몇 부처에서 소득세, 사회보장혜택, 정부지원 연구기금 등 일부 사업에 대해 성별 혜택 정도를 평가하는 시범 프로젝트를 실시하는 수준이었다.

엘리사베스 카운슬러는 “이번 헌법 개정은 미래에 좁게는 성평등한 예산 배분부터 넓게는 정치·경제 전 분야에 성 주류화를 안착시키는 대대적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기대했다. 성과주의 예산으로의 개혁은 오는 2013년까지 단계적으로 시행될 예정이다.

그는 “최근 오스트리아 내에서 뜨겁게 논쟁 중인 남녀의 소득격차를 좁히는 문제와 여성이 보다 양질의 일자리를 얻도록 지원하는 문제, 무급의 돌봄노동에 종사해온 여성들을 파트타임으로 전환하는 문제 등에서도 실마리를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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