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한인 여성 리더 3인을 만나다
세계 한인 여성 리더 3인을 만나다
  • 권지희 / 여성신문 기자
  • 승인 2008.09.26 11:49
  • 수정 2008-09-26 11: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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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옥 “미국 움직이는 ‘숨은 손’ 역할 매력적”
심승자 ‘여자들의 수다’ 한 ·불 잇는 징검다리
이현경 “아시아 여성 폭력 피해, 한목소리 내야”

“미국 움직이는 ‘숨은 손’ 역할 매력적”



김영옥 미국 에드 로이스 공화당 하원의원 보좌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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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신문 정대웅 기자
“여성을 바라보고 인정하는 세계의 시선은 점차 발전하고 있는데 여성의 지위는 여전히 제자리걸음 상태입니다. 지금이 바로 여성들 스스로 두려움을 깨고 도전해야 할 때입니다. 하지만 혼자선 할 수 없습니다. 세계한민족여성네트워크에 거는 기대가 큰 이유입니다.”

김영옥(46) 미국 에드 로이스 공화당 하원의원 보좌관은 “세계 정치의 중심국이자 참가자 수가 가장 많은 미국이 주도적으로 여성 네트워크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도록 역할을 다하겠다”고 참가 소감을 밝혔다.

올해 세계한민족여성네트워크 참가자 중 유일한 정치계 인사인 그는 “전 세계 관심사인 한반도 안보와 인권 이슈에 대한 발전적 논의가 이뤄지길 바란다”며 “개인적으로는 세계 한인 여성들의 도전정신을 직접 눈으로 확인해 더욱 나를 다그치는 기회로 삼고 싶다”고 덧붙였다. 

김 보좌관은 인천에서 태어나 초등학교 6학년 때 부모님을 따라 미국으로 이민, 남가주대학교에서 회계학을 전공했다. 졸업과 동시에 회계사로 일하던 중 1990년 우연히 로이스 의원에게 발탁돼 정치에 입문했다. 올해로 18년째 로이스 의원의 한반도 정책과 아시아 인권문제에 대한 자문역을 맡고 있다.

미 연방의회에서 한인 여성 보좌관은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힐 정도인데, 이토록 오랜 기간 활동한 사람은 김 보좌관이 유일하다. 연방의회 보좌관 그룹에서도 ‘고참’으로 통한다.

미국의 대표적 ‘지한파’로 알려진 로이스 의원은 미 하원 ‘코리아 코커스’ 공동의장과 한·일 의원연맹 미국 대표를 맡고 있다. 필요한 모든 실무는 김 보좌관의 몫이다. 로이스 의원의 명성은 김 보좌관이 만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실제로 미 연방의회에서 채택했거나 통과한 한국 관련 결의안과 법안은 거의 모두 김 보좌관의 손을 거친 것들이다. ‘탈북자 강제송환 중단 결의안’(2007년 7월), ‘종군위안부 결의안’(2007년 10월), ‘이명박 대통령 당선축하 결의안’(2008년 2월) 등이 대표적이다.

김 보좌관은 “제 생각을 반영한 주장이나 법안이 미국인 의원의 입을 통해 공론화되고 통과될 때의 희열은 말로 설명하기 어려울 정도”라며 “주변에서 출마를 권유하는 분들이 많지만, 타국 출신 여성으로서 선출직보다는 정책 조언자로 활동하는 것이 미국 사회를 움직이는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더 매력적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역할모델로 전신애 미 노동부 차관보를 꼽고, “앞으로 실력과 경험을 더 쌓아 장관직에 도전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지난 22일 부임한 캐슬린 스티븐스 신임 주한 미국대사에 대한 기대감을 피력하기도 했다.

김 보좌관은 “누구보다 한국을 잘 알고 있는 분이고, 워싱턴 내 한국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며 “한국인들에게 사랑받는 대사가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여자들의 수다’ 한 ·불 잇는 징검다리



심승자 프랑스 국립동양학대학교 한국학과 교수

 

“프랑스 참가자 중에 가장 먼저 참가 신청을 했어요. 하루빨리 세계 각국의 한인 여성회가 어떻게 활동하는지 노하우를 배우고 싶었거든요.”

심승자(63) 프랑스 국립동양학대학교 한국학과 교수는 2년 후 정년퇴임을 앞두고 있다.

지난 33년간 강의와 연구 활동에만 묻혀 살던 심 교수는 갑자기 생긴 시간적 여유에 “앞으로는 교민 사회를 위해 뭔가 실질적인 활동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러던 중 세계한민족여성네트워크를 알게 됐고, 프랑스 한인 여성들을 한데 묶고 활동 폭을 넓힐 방법을 배울 호기라고 생각했다.

“재불한인여성회가 열심히 활동하고는 있지만 등록 회원이 30여 명 정도이고, 매월 모임에 참가하는 사람은 10여 명에 불과해요. 더 많은 여성이 참여하고 관심을 가지도록 규모 있는 행사를 추진하고 싶은데 재정적 기반이 취약하다 보니 어려움이 많습니다. 다른 나라에선 어떻게 위기를 돌파했는지 꼼꼼하게 배울 생각입니다.”

재불한인여성회는 화가나 변호사, 교수 등 전문직 여성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다. 20대부터 70대까지 연령층도 다양하다.

심 교수는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생각보다 많은 여성들이 방법을 찾지 못했을 뿐 한국과 프랑스를 잇는 메신저 역할을 하고 싶다는 욕구가 높다는 것을 느낀다”며 “여자들의 ‘수다’가 구체적인 교류와 성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제 몫을 다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행사 개최 장소로 한국만 고집할 것이 아니라 정치·경제체제가 비슷한 나라별로 묶어 동시다발적으로 개최하면 재정문제도 해소하고 보다 실질적인 교류와 유대관계를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심 교수는 지난 1968년 11월 ‘프랑스를 더 배우고 싶어서’ 이화여대 불문학과를 졸업한 직후 유학길에 올랐다. 파리3대학에서 언어학 석·박사 학위를 받고 75년부터 국립동양학대학교에서 한국학을 가르치고 있다.

국립동양학대학교는 1795년 프랑스 정부가 아랍국가와의 교역 확대를 위해 통역관 양성을 목적으로 세운 학교다. 지금은 총 94개 언어와 각국의 정치·경제·문화 등 전반을 다루고 있다. 르아브르대학교 등 총 7개 대학에서 한국학 전공을 개설했는데, 박사학위 개설 대학은 국립동양학대학교와 파리7대학 2곳뿐이다.

심 교수는 “68년 유학 때만 해도 출신 국가를 물을 때 동남아시아 국가를 모두 돌고도 한국이 등장하지 않았는데, 최근 몇 년간 한국 영화와 드라마가 많이 소개되면서 ‘한류’ 바람을 타고 프랑스 주재 한국문화원 등을 통해 한국어를 배우는 프랑스인이 늘었다”며 “동양학대만 해도 75년 부임 당시 한국학 전공자가 15명에 불과했는데 지금은 70여 명 수준”이라고 전했다.

심 교수는 “한인여성회 활동과 함께 연구자의 본분을 살려 한국에는 프랑스 문화를 알리고, 프랑스에는 한국을 전하는 집필 활동에도 매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시아 여성 폭력 피해, 한목소리 내야”



이현경 뉴질랜드 법률사무소 ‘루 앤드 쿠’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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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신문 정대웅 기자
뉴질랜드 오클랜드에서 가장 규모가 큰 법률사무소인 ‘루 앤드 쿠’ 변호사로 활동 중인 이현경 변호사는 ‘늦깎이’ 한인 여성이다.

서울대에서 신문학과 영문학을 전공한 이 변호사는 1986년 MBC 아나운서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지기 싫어하는 성격 탓에 늘 일등만 해온 그에게 치열한 경쟁과 긴박감이 넘치는 방송국 생활은 삶의 활력소 그 자체였다.

하지만 90년 결혼과 동시에 처음으로 따가운 눈총을 받아야 했다. 당시만 해도 아나운서가 결혼하면 그만두는 것이 관례였기 때문이다. 다행히 그해 MBC 노조가 결성돼 사표 제출은 면했지만, 91년 첫 아이를 출산하면서 자연스럽게 변방으로 밀려났다.

이 변호사는 방송국 안으로 시선을 돌렸고, 고심 끝에 92년 편성PD로 전향했다. 제작PD와 달리 여성의 진입이 비교적 쉬웠고, 아나운서만큼이나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일에서도 즐거움을 느꼈다. 그리고 셋째 아이를 낳았다.

“당시 MBC 여직원 중에 자녀가 3명인 사람은 저 혼자였어요. 사람들은 당연히 제가 사표를 낼 거라고 생각했죠. 내키진 않았지만 사실 세 아이를 친정엄마에게만 맡길 수도 없어서 전업주부를 택했습니다.”

2002년 이혼했다. 세 아이를 키우는 싱글맘으로 살기에는 한국은 제약이 너무 많았다. 이 변호사는 뉴질랜드 이민을 택했다. 출산율이 높아 세 자녀 가정이 일반적이고, 아동수당도 있어서 아이를 키우기에 최적의 장소일 거라고 판단했다.

“우연히 한국의 전경련과 유사한 중소기업협회(EMA)에서 일하게 됐어요. 한국인 기업가들을 가입시키는 업무를 담당했는데, 고용법 관련 상담도 병행하면서 법의 매력에 빠져들었죠. 뉴질랜드에서 경험한 법학은 법전을 달달 외우는 지루한 학문이 아니라, 사건별로 법을 어떻게 적용할 것인지 해석에 중심을 두는 사람 중심의 학문이더라고요.”

40세가 되던 2004년 오클랜드대학교 로스쿨에 입학해 3년 만에 졸업장을 따냈다. 남들보다 1년을 단축한 데다 이민 1세대로는 첫 우등 졸업이었다. 그는 올해로 2년째 한국의 ‘김 앤 장’처럼 오클랜드 지역의 최대 법률사무소인 ‘루 앤드 쿠’에서 유일한 한국인 변호사로 일하고 있다.

이 변호사는 “전부터 세계한민족여성네트워크에 대해 알고는 있었는데 공부하고 일하느라 너무 바빠서 엄두를 내지 못했다”며 “이번 참여를 계기로 전 세계적으로 급증하고 있는 아시아 여성에 대한 폭력 피해 문제나 일과 가정의 양립문제 등에 대해 한인 여성들이 한목소리를 내는 계기 마련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변호사라는 좋은 직업을 갖고 있어도 한국을 떠나면 이방인이요, 주변인일 뿐입니다. 특히 여성은 국적과 관계없이 마이너리티일 수밖에 없어요. 그래서 뭉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세계한민족여성네트워크가 형식적 행사에 그치지 않고 각국 한인 여성들의 실질적 네트워킹을 돕는 역할을 해주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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