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성·실용성 가미된 ‘퓨전 한복’ 대세
“한복은 특별한 유행을 타지 않는다”는 말이 있지만 최근 한복은 정통 디자인에서 벗어나 평상시에도 입을 수 있도록 활동성, 실용성이 가미된 형태로 변화돼 동정이 없거나 고름이 단순해지는 등 퓨전한복 바람으로 이어지고 있다.
올해 추석 한복에는 투명한 듯 얇고 시원해 봄·가을에 적합한 국사, 갑사, 은조사, 항라, 오간자, 자미사 등의 옷감들이 주로 쓰인다. 광택이 적어 은은하고 고상한 느낌을 주며, 걸을 때마다 스치는 소리가 운치 있다. 색상을 톤 다운시켜 옷감과 조화를 이루게 해 가을에 어울리는 스타일을 연출한다.
디자인에서는 고름과 깃의 길이가 짧아지고 저고리 기장이 다소 길어진 경향을 보인다. 그러나 유행보다 중요한 것은 체형에 맞게 입는 것. 그래야 맵시를 제대로 살릴 수 있다.
장신구는 과하지 않게 해야 한다. 녹청빛의 시원함이 매력인 여름용 보석 비취와 옥도 어울리지만 따뜻한 느낌의 칠보, 호박, 산호로 만든 장신구는 가을 분위기에 제격이다. 메이크업은 화사하면서도 은은하게, 헤어스타일은 단정하게 하는 것이 좋다.
한복 전문가들은 개인의 분위기와 이미지에 맞춰 입는 것이 한복을 가장 세련되고 아름답게 입는 비결이라고 입을 모은다. 때와 장소, 격식에 맞추는 것은 기본이다. 수와 금·은박으로 치장한 과도한 화려함을 배제하고 단아함, 소박함이 깃들어 있어야 더 ‘멋스럽고 한복다운’ 한복이다.
예나 지금이나 단아한 한복이 가장 아름답다. 한복은 군더더기 없는 단순함과 절제의 미학이다. 특별한 장식으로 꾸미지 않는 것을 기본으로 흰색 저고리, 감색 치마, 붉은 고름의 조합은 가장 싫증나지 않고 한결같은 아름다움을 자아낸다.
감색 치마에 약간 밝은 분홍색 고름으로 포인트를 준 연분홍 저고리를 받쳐 입는 것도 예쁘다. 산호색 저고리와 쥐색 치마, 벽돌색 저고리와 청보라색 치마도 잘 어울린다. 노리개와 가락지, 뒤꽂이는 모두 갖춰 착용해야 한복의 멋을 배가할 수 있다. 또한 명절 한복은 속치마를 너무 부풀려 입는 것은 오히려 예쁘지 않으므로 주의한다.
대체로 명도는 낮고 채도가 높은 벽돌색, 노란색, 녹색 등을 선택하면 가을 분위기에 맞는 기품 있는 한복 차림이 될 수 있다. 한 가지 색보다는 두세 가지의 색을 곁들이는 경우가 많은데 깃, 끝동, 고름의 색을 각기 달리해도 통일감 있게 조화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신부 한복이 아니라면 젊은 층은 은은하게, 중장년층은 약간 화려하게 연출하는 것이 좋다.
한복의 맵시 있는 연출은 속치마 말기수(여성 한복에서 치마 맨 위를 따라 가슴 부분을 감싸주는 천)로 가슴을 잘 감싸 한복 특유의 실루엣을 잘 살리는 것이 관건이다. 되도록이면 버선을 신고, 핸드백은 손으로 들기보다 어깨에 메도록 한다.
한복은 자신에게 맞는 색을 찾아 어울리게 입는 것이 중요하다.
무엇보다 자신의 피부 톤과 머리색에 맞는 한복 색상이 무엇인지 알고 체형을 고려해 골라야 한다. 한복 전문가 및 디자이너의 도움을 받거나 디자인 작품들을 참고해 보는 것도 좋다.
가을에는 전통 한복에서의 색동이나 화려한 색이 부담스러울 수 있어 회색과 보라색, 먹색, 자주색, 갈색 등의 톤 다운된 색상을 선택하면 품위 있고 아름다운 한복의 미를 연출할 수 있다. 한복을 좀더 제대로 입으려면 외출 시, 두루마기를 걸쳐 품위를 더한다. 남자와 달리 실내에서는 벗어도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