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활동가들에게서 한국 인문학의 미래를 보다
6개월 전 창단한 200여명 행사 주축 되어 운영
행사도우미뿐 아니라 강연에 참여해 적극적 활동
뿐만 아니라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고등학생부터 대학생까지의 젊은 자원활동가 200여 명이 운영, 영접, 학술, 안내, 숙박 등의 팀을 자율적으로 구성, 행사의 주축이 되어 대회를 이끌었다. 이번에 참여한 자원활동가들의 대부분은 철학과 대학생, 그리고 방학을 맞아 귀국한 유학생과 외국어고 학생들이 통역 도우미로 활동했다.
세계철학대회 자원활동가로 직접 참여했던 대학생 객원기자의 눈으로 현장 분위기를 전한다.
세계철학대회의 자원활동가단은 ‘자원활동단위원회’라는 체계화된 조직으로 지난해 12월부터 신청자를 받아 지난 2월 발대식을 가졌다. 국제적인 큰 행사인 만큼 6개월 여의 긴 행사 준비 동안 자원활동가들도 함께 해왔다.
뿐만 아니라 원하는 사람들에게는 정기적인 철학 스터디 모임을 통해 배경지식을 쌓도록 했다.
자원활동가들은 대회 기간에 운영, 영접, 학술, 등록, 수송, 안내, 기타 팀으로 나뉘어 푸른 티셔츠를 입고 말 그대로 발로 뛰었다. 자원활동단 대표 강성한씨는 “자원활동가들은 전체적인 행사의 운영이나 의사결정에 참여하기보다 행사가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돕는 도우미의 역할이었지만 자원활동단 팀장 회의를 통해 결정된 의사가 조직위원회에 적극 반영되는 등 주최 측에서도 자원활동가들에게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고 말했다.
체계화된 조직이니만큼 지각 횟수 제한, 무단결석 시 활동 중지, 자원 활동에 16시간 이상 참여하지 않을 시엔 수료증 미발급 등 자율적이지만 엄격한 규칙을 마련하는 한편, 개인의 사정에 따라 융통성 있는 참여가 가능하도록 하기도 했다. 정해진 대회기간 동안 전적으로 참여하는 기존의 다른 행사 자원활동가와 차별되는 부분이 여기에 있다.
오랜 기간을 함께 보내며 친해진 자원활동가들의 연대는 활동 그 자체보다도 뜻 깊은 것이었다. 이들은 폐회식 때 ‘Gaudeamus Igitur’를 합창하며 피날레를 장식하기도 했다.
고등학생으로서 자원활동가에 참여해 눈길을 끌었던 권준영(대원외고 3)군은 “평소 철학에 관심이 있어 직접 대회에 참가할까도 생각했었지만 그보다 철학자들을 가까이서 볼 수 있고 철학을 공부하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도 있을 것 같아서 자원활동가단에 들어왔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 자원활동가의 또 다른 특징은 행사 도우미로서 활동할 뿐만 아니라, 원하는 강연에 참석할 수 있는 혜택이 주어졌다는 점. 매일 강연장에선 철학자들과 토론을 벌이고 이메일 주소를 주고받는 자원활동가들의 모습을 흔히 볼 수 있었다.
하람(고려대 철학과)씨는 “철학분야가 국내에서 잘 연구되지 않고 문헌 정보에도 한계가 있어서 이번 대회를 통해 저명한 철학자의 강연도 듣고 직접 이야기도 해보고 싶었다”며 “무엇보다도 막연하다고 생각했던 내가 공부하고자 하는 분야를 구체적으로 알게 된 것이 가장 큰 수확이었다”고 밝혔다.
제22대 세계철학대회는 이러한 200여 명 자원활동가단의 활약에 힘입어 성공리에 막을 내렸다. ‘인문학의 종말’이 얘기되는 한국 사회에서 철학에 대한 관심은 예전보다 적어지고 있지만 이번 대회장에서 만난 젊은이들이 보여준 철학에 대한 관심과 열정은 우리나라의 미래를 밝게 할 원동력으로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