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여성들의 시대 열망 담아냈다
남녀 파트너십·평등 가족문화·일과 가정의 조화·국가경쟁력 강조
남녀차별금지법 제정, 여성부 출범, 호주제 폐지,
저출산·고령화 위기 등 주요 사회이슈 캠페인으로

매년 7월 첫째 주 일주일간 열리는 여성주간 슬로건을 보면 대한민국 여성들의 현안과 비전을 알 수 있다.

“여성의 발전을 도모하고 범국민적으로 남녀평등 촉진 등에 대한 관심을 높이기 위해”(여성발전기본법 제14조와 시행령 제26조) 정무장관(제2)실이 주관해 1996년부터 열리기 시작한 여성주간이 그동안 배출한 슬로건은 올해까지 13개다. 각기 연도별로 차이는 있지만, 대체적으로 시대 주역으로서의 여성 사명감, 조화로운 남녀 파트너십 지향, 일과 가정의 양립 확보, 여성인력의 국가경쟁력 제고라는 4개의 큰 주제가 지속적으로 다루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제1회 대회의 슬로건은 ‘여성발전으로 세계화, 생명존중으로 삶의 질 향상’으로다. 세계화 열풍과 어찌 보면 세계화와는 대치되는 환경문제를 함께 다루었다. 제2회 대회 슬로건은 ‘열린 미래 여성과 함께! 여성: 새로운 문명 창출의 에너지’. 국민의정부가 출범하면서 ‘대통령 직속 여성특별위원회’(초대 위원장 윤후정 이화여대 명예총장)라는 명실상부한 여성정책 총괄 전담 부서가 생겨난 1998년 3회 여성주간부터는 기존 슬로건의 거시적이고 추상적인 개념을 탈피하기 시작했다. 즉 성인지적 시각에 좀 더 집중해 양성평등 사회 실현을 위해  필요한 실천과제들을 개념으로 담아낸 것.

제3회 때의 ‘남녀가 더불어 사는 사회를’ 슬로건에 담긴 조화롭게 윈윈(win-win) 하는 남녀 파트너십에 대한 제시는 이후 4회 ‘함께 만드는 남녀평등’, 8회 ‘양성평등! 새로운 문화의 시작입니다’ 슬로건으로 이어지게 된다. 특히 1999년 제4회 여성주간의 슬로건은 그해 7월 1일부터 시행된 ‘남녀차별금지및구제에관한법률’(남녀차별금지법)의 근본적 취지를 널리 알리고 진통 끝에 통과된 법 제정을 기념, 축하하는 의도가 강했다.

2000년 제5회 여성주간 슬로건 ‘21세기, 이제는 여성!’은 새천년 시대 주역이 ‘여성’임을 직접적으로 선포했다. 이는 여성부가 출범한 2001년 제6회 때의 ‘출발 21세기! 여성부와 함께’ 슬로건과 한국 최초의 ‘21세기 남녀평등헌장’ 선포로 한층 확장됐다. 남녀평등헌장엔 일하는 여성의 모성보호와 지원을 골자로 한 7개의 실천원칙이 담겼다. 이와 함께 외연을 넓혀 23개국 재외동포 여성리더들을 초청해 국내외 여성네트워크를 하나로 묶는 ‘세계한민족 여성네트워크 회의’가 처음으로 열렸다. 

2002년 제7회 슬로건엔 여성인력의 국가 기여도를 공식 인정한다는 의미에서 ‘여성의 힘! 국가경쟁력의 시작입니다’ 슬로건을 내걸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여성정책의 추진 현황을 되돌아보는 계기를 만들었다. 이때는 처음으로 여성 소망을 담은 기념 노래와 우표를 제작해 발표했다.

참여정부가 들어선 2004년 제9회 여성주간의 하이라이트는 보육비전 선포식. 2002년 강조된 여성인력의 국가경쟁력 제고를 위해 일과 가정을 양립할 수 있는 지원책의 핵심은 바로 보육정책이라는 데 문제의식을 공유한 결과 ‘함께 일하고 같이 키우면 모두가 행복해집니다’란 슬로건이 나왔다. 슬로건에 표현된 ‘함께’와 ‘같이’는 단순히 사회공동체적 협력 차원을 넘어 공보육의 필요성을 강하게 역설하는 것이었다.

2005년은 그해 3월 호주제 폐지를 골자로 한 가족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함으로써 호주제가 공식 폐지된 역사적 해였다. 여성부 역시 ‘여성가족부’로 한층 확대됐다. 그해 여성주간 역시 호주제 폐지에 따른 새 비전을 평등 가족문화로 설정하고 가족의 의미를 새롭게 돌아보는 ‘행복한 가족! 대한민국의 힘입니다’로 슬로건을 정했다. 

이듬해 11회부터 올해 13회에 이르기까지 여성주간 슬로건은 다소 차이는 있지만 여성의 사회 진출을 통한 자기발전을 가능하게 하기 위해 필수적으로 일과 가정을 양립시키는 가족친화정책이 필요함을 역설하고 있다.

‘여성에게 도약을! 가족에게 희망을!’ ‘일과 가정을 조화롭게! 삶을 풍요롭게!’ ‘선진한국의 희망, 여성!’ 등 각 여성주간 슬로건 속엔 양성평등적 고용 기반 확대와 맞벌이 부부가 체감할 수 있는 보육정책이 필요하다는 강한 인식이 담겨 있다. 또한 저출산 고령화 사회에 대한 위기의식과 함께 아이 보육과 노인 수발, 가사노동 등 그동안 ‘무급’으로 간주되던 가정에서의 돌봄 노동을 사회화해야 한다는 여성들의 욕구도 함께 반영됐다.

지난 13년간 여성주간이 제시한 비전을 일별해보면 주관 부서가 축소됐든 확대됐든지 간에 여성의 역할 변화와 함께 계속 강화되는 여성 비전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흐름임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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