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체성 위기 겪는 각당 여성국
정체성 위기 겪는 각당 여성국
  • 이민정 객원기자 najuya@empal.com
  • 승인 2008.06.20 11:11
  • 수정 2008-06-20 11: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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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승리 위한 조직관리에만 치우쳐
“위기 닥치면 여성부터 희생” 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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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만의 정권 교체와 민주당의 합당, 자유선진당과 창조한국당 등 군소 신생 정당의 등장 등 한국 정치는 새로운 격동기를 맞고 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의 ‘여성가족부 폐지 논란’이 있은 후 당 여성국도 과연 필요한가에 대한 목소리가 보수정당을 중심으로 흘러나오고 있다. 당 여성국의 존재 당위성이 약화된 가장 큰 원인은 그동안 역할과 권한에 대한 고민 없이 그저 ‘생물학적’ 여성들을 모아두는 것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또 선거 승리를 겨냥한 여성조직을 관리하는 데만 치우쳐 예비 여성정치인을 키우고 여성정책에 관해 당내 목소리를 대변하는 등의 역할을 소홀히 해왔기에 스스로 주변부를 자초했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여성정치세력화를 위해 정당 여성국부터 새롭게 변해야 한다는 안팎의 요구가 거세다.

여성정치인 양성과 여성정책에 더 힘써야

각 정당의 여성국은 당내 회의체인 여성위원회의 실무를 지원하며, 외면적으론 여성정책 개발, 여성조직 강화, 예비 여성정치인 양성을 목표로 사업을 추진한다. 회의체인 여성위원회와 실무조직인 여성국은 상·하 구조라기보다 업무공조의 형식을 띤다.

당별로 여성국의 현안은 조금씩 다르지만 관계자들은 여성국의 장기적 발전을 위해 다음 4가지 문제를 우선 해결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첫째는 여성조직 내 젠더(gender) 관점의 부재다. 상설 선거기구인 당 여성국이 젠더 이슈를 다루는 여성단체와 같을 수는 없다. 하지만 정당 내 여성 정책과 조직을 관리하고 여성정치인을 양성하는 여성국은 ‘젠더 관점’에 대한 고민이 분명이 필요하다. 2010년부터 성인지 예결산제도가 도입되는 데도 정당과 국회는 아직도 그 기본적인 개념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진보정당조차도 여성의제가 노동·계급·평화통일·환경·생태 중 하나의 의제로만 취급되면서 젠더 관점이 이데올로기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둘째는 여성국 인력의 문제다. 정당정치가 남성네트워크 위주로 이루어지다 보니, 여자들끼리 모여 있는 여성국은 사실상 한직에 가깝다. 당직자 출신의 한 국회의원은 “대부분 여성 당직자들은 여성국으로 가기를 꺼린다”고 말한다. “여성국에 있는 동안 당내 정보와 출세 과정에서 소외되기 때문”이라는 것. 인사체계가 ‘단지 여자란 이유’로 여성을 여성국으로 보내고 있고, 여성당직자들은 여성국에 ‘쉬러 간다’고 생각한다. 그러다 보니 젠더 관점의 인적 구성은 생각할 수도 없다. 진보정당의 경우도 다를 바가 없다. 임신과 출산을 하는 여성당직자들이 잠시 가 있는 곳이 ‘여성국’이다. 비대위 체제인 민주노동당의 경우, 실제 여성국의 정원은 단 2명에 불과하다.

여성국 가면 출세 못한다?

셋째는 여성연대의 주변화 현상이다. 정당 조직에서 여성문제, 여성당직자, 여성정책 등 여성 섹터 전반에 대한 인식은 부정적이거나

주변적인 것으로 치부된다. 숙명여대 정외과 이화영 강사는 “한국 정치는 ‘헤쳐 모여’식으로 정당이 조직되고 그때마다 대외적 이미지 쇄신용으로 ‘참신한 여성’들은 대부분 정당 외부에서 유입되고 있어 기존 정당 내 여성과 새로 유입된 여성들은 서로 여성들만의 섹터(여성위원회, 여성국 등 여성조직)에서 경쟁하고 경합하는 갈등구조를 만들어왔다”고 말한다. 한정된 자리경쟁의 승리는 어느 여성이 힘 있는 남성과 결탁되어 있는가가 좌우한다. 이른바 ‘오빠 네트워크’에 의존하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정당 내 여성들끼리는 연대의 대상이 아니라 서로 잠재적 경쟁자가 되는 구조가 되고 있다.

넷째는 남성 위주의 정당 메커니즘이다. 각 정당은 여성정치인 양성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를 통해 2006년 배출된 지방의원이 한나라당은 307명, 통합민주당은 60명, 민주노동당은 40명에 이른다. 하지만 2008년 총선 때 정당에서 배출된 여성 국회의원은 여성국장 출신인 한나라당 김금래 의원과 통합민주당의 김유정 의원 정도고 다른 정당엔 아예 없다. 정당 출신 여성들이 하위 정치구조에 대거 포진하고 있는 것이다.

한나라당 강월구 국장은 “여성을 따로 묶어놓다 보니 당내 파워경쟁에서 밀리게 된다. 다른 위원회의 여성들도 구색 맞추기 식으로 활동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한다. 통합민주당의 경우 몇 번의 통합과정을 거치면서 상황이 더욱 심각해졌다. 송옥주 국장은 “조직의 위기가 오면 여성부터 죽이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토로한다.

그렇다면 당 여성국이 제대로 된 정체성을 갖기 위한 대안은 무엇일까?

지방의회에만 여성진출 활발

첫째, 당내 여성조직 중심의 여성정치세력화를 모색해 나가야 한다. 민주노동당 장지화 여성국장은 “여성은 명확한 정치적 소신을 가지고 여성에게 줄을 서야 한다. 여성들끼리의 힘이 만들어져야 전체를 바꿀 수 있다”고 말한다.

둘째, 여성단체와의 교류를 통해 외연 확대를 꾀해야 한다. 여성단체가 단순히 의제를 개진하고 모니터링 하는 데 그치지 말고 당 여성조직과 긴밀한 연대를 통해 서로의 힘이 되어야 한다. 자유선진당 함영이 국장은 “여성단체의 노하우가 정당에서 사용될 수 있는 구조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셋째, 당헌 당규에 세부지침 마련을 통해 여성발전기금이 본래의 목적인 여성정치 발전에 쓰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 여성발전기금은 여성국의 주요예산으로, 정당보조금의 10%를 할당받는다. 선거 때가 되면 여성공천 수에 비례하여 ‘여성추천보조금’을 받기도 해 다른 조직에 비해 많은 예산을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지난해 4월 20일 여성정치세력민주연대가 주최한 ‘정당 여성발전비 집행실적 분석 및 개선방안을 위한 토론회’에 따르면, 각 당의 당헌 당규에 비용 집행에 대한 구체적인 세부지침이 없다보니 감액을 면하기 위해 짜 맞추기 식 집행을 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여성발전기금 활용해 당내 성 인지교육 철저히

또한 본래의 목적과 달리, 인건비 등 경상비로 지출하고 있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국회의원과 지방의회 광역의원 선거에서 30% 이상 여성후보를 공천한 정당에 대해 여성추천보조금을 지급하는 현재의 방식을 확대해 이를 기초의원에 대해서도 지급해야 한다는 요구가 일고 있다.

넷째, 당내 여성조직의 젠더 관점 확보를 위한 성인지 교육이 필요하다. 정치자금법을 개정해서 여성발전기금을 받는 정당의 경우, 당원들의 성인지 교육을 의무화하는 방안이 있다.

이화영 강사는 정당과 시민사회의 상호 유입구조가 자유로워야 한다고 말한다. “여성단체가 여성 국회의원의 수에만 매달려서는 안 된다. 여성단체가 요구하는 ‘지역 여성할당 의무화’ ‘당선 가능지역 공천’ ‘공심위에 여성참여 의무’ 등은 여성 국회의원이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 정당 차원의 결단이 필요한 일이다. 여성단체 등 시민사회가 정치권의 변화를 위해 적극적으로 정당구조로 진입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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