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미디 프로그램 속 여성캐릭터 고찰
코미디 프로그램 속 여성캐릭터 고찰
  • 윤정주 /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사무국장
  • 승인 2008.05.16 10:27
  • 수정 2008-05-16 10: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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뚱뚱-멍청 대신 신선 ‘여성학자’패러디 어때요

 

여성학자를 패러디 한 ‘개그콘서트’의 박지선(왼쪽)과 ‘개그야’에서 죄민수에게 맞서는 연인으로 등장한 양희성.
여성학자를 패러디 한 ‘개그콘서트’의 박지선(왼쪽)과 ‘개그야’에서 '죄민수'에게 맞서는 연인으로 등장한 양희성.
평등 주장 ‘여성학자’ 캐릭터

사실은 성차별 아닌 외모차별

KBS 2TV ‘개그콘서트’의 ‘봉숭아학당’ 코너에는 매주 ‘여성학자’가 등장한다. 이 여성학자는 MBC 라디오 ‘여성시대’의 시그널 송을 부르며 등장하는 한 여성 개그맨의 캐릭터다.

이 여성은 늘 남성과 여성이 평등해야 함을 주장한다. 예를 들어 ‘왜 여자는 대학 축제 때 주점에서 서빙을 못 하느냐’ ‘왜 여자는 통금시간이 있느냐’ 등이 바로 그것이다. 그러나 이는 이 여성이 못생겼기 때문에 친구들이 나서서 서빙하는 것을 막고 주방에만 있도록 했던 것이며 또한 남성들이 저녁 6시만 되면 억지로 차비를 쥐여 주어 집으로 보내기 때문에 통금이 생긴 것으로 밝혀진다.

즉, 이 여성은 여성이라서 차별 받는 것이 아니라 외모로 인해 차별을 받고 있었다. 이러한 설정은 한편 웃음을 자아내게 하지만 또 한편으론 씁쓸한 생각이 들게 한다.

코미디 속 인기 캐릭터

남성 독점 아쉬워

‘웃으면 복이 와요’와 같은 과거 정통 코미디 프로그램에서부터 공개 녹화 형식을 취하고 있는 ‘개그콘서트’(KBS 2TV), ‘개그야’(MBC), ‘웃음을 찾는 사람들’(SBS) 같은 코미디 프로그램에는 무수히 많은 코너와 캐릭터들이 등장하고 사라진다. 과거에 많은 사랑을 받았던 바보의 대명사 ‘맹구’를 비롯해 ‘옥동자’ ‘마빡이’ 느끼남 ‘리마리오’, 건방진 ‘죄민수’ 그리고 현재에는 ‘웅어멈’과 ‘왕비호’까지 독특한 캐릭터들이 시청자들을 즐겁게 해 주고 있다.

그러나 아쉬운 점은 이름만 들어도 금방 떠오를 정도로 시청자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던 캐릭터들이 거의 남성 개그맨들의 캐릭터라는 것이다. 남성 캐릭터의 경우 맹구나 영구처럼 과거에는 못생기고, 바보스러운 캐릭터들이 강세였으나 앞서 소개한 리마리오, 죄민수를 비롯해, 미친소, ‘로보캅’에는 좀 더 다양한 캐릭터들이 나타나고 있다. 또한 다양한 캐릭터 못지않게 음악, 춤, 마임, 영어 등을 소재로 한 다양한 코너들이 선보이고 있다.

개그우먼 등장 절대 부족

여성 캐릭터 작은 변화

코미디 프로그램에 개그우먼이 등장하는 빈도가 개그맨에 비해 절대적으로 부족한 척박한 상황에서 여성 캐릭터들도 작지만 변화를 보이고 있긴 하다.

예를 들어 몇 년 전 ‘개그콘서트’에서 강유미와 안영미는 ‘고고 예술 속으로’라는 코너를 통해 생활에서 발견할 수 있는 평범한 상황들을 개그의 소재로 삼아 성대모사, 춤, 연기를 선보이며 과거 전형적인 여성 캐릭터들의 모습에서 한발 나아갔다. 이후 같은 프로그램인 ‘봉숭아 학당’에서 큰 인기를 얻은 김현숙의 경우에도 ‘다산의 상징 출산드라’ 캐릭터를 통해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늘 조롱의 대상이 되던 뚱뚱한 몸을 긍정적인 이미지로 변화시키는 데 일조했다.

또한 ‘최국의 별을 쏘다’에서 항상 ‘오 마이 히어로’를 외치며 죄민수의 연인으로 등장한 양희성은 건방진 죄민수에게 유일하게 맞서는 캐릭터였다. 신봉선의 경우도 ‘뮤지컬’을 통해 고정된 캐릭터가 아닌 다양한 캐릭터들을 연기하면서 함께 출연한 남성 개그맨들 못지않은 노래와 연기 실력을 보여주었다.   

외모 비하 웃음코드 여전

신선한 ‘여성학자’ 캐릭터 기대

그러나 이는 아주 작은 변화로 여전히 코미디 안에서의 여성 캐릭터는 정형화되어 있다. 못생기고 뚱뚱한 여성이 남성에게 들이대는 캐릭터와 예쁘고 멍청한 여성 캐릭터가 바로 그것이다. 앞서 소개한 ‘여성학자’ 캐릭터는 한발 더 나아가(?) 못생겼으면서 멍청하기까지 하다. 그가 웃음을 주는 코드도 전적으로 외모를 비하하는 구태의연한 것으로 모처럼의 신선한 캐릭터를 살리지 못하는 것 같아 아쉽다.

조금만 눈을 돌려 보면 현실에는 아직도 남녀 차별이 곳곳에 남아 있어 코미디보다 더 코미디 같은 상황이 만들어질 때가 있다.

이러한 소재를 찾아내 현실을 풍자하면서 유쾌하게 ‘여성학자’를 패러디한다면 신선한 캐릭터를 좀 더 신선하게 만들어 시청자들에게 더 큰 웃음을 줄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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