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칠곡군 왜관읍 금남리에는 겨울이 없다.

눈 내리는 겨울이 아니라 농한기 ‘쉬는 계절’ 말이다. 이곳에는 비닐하우스가 줄지어 들어서 있다. 한해의 끝을 향해 치달리는 이때, 한여름에나 맛보던 완숙 토마토가 주렁주렁 달려 있고, 싱싱한 가시오이가 매일 농부의 손을 기다리며 쑥쑥 자라고 있다. 다른 하우스에는 시클라멘이 붉은 자태를 뽐내며 소비자를 만날 준비를 하고 있다.

그렇다. 금남리 농업인 부부들은 지금 무척 바쁘다. 수확철에는 특히 여성농업인이 더 바쁘다. 과거 쌀농사를 주로 하던 시절에 농촌여성은 집안일과 육아를 전담하며 농사보조자 역할을 했다. 그러다가 화훼나 과수, 채소 등의 시설농업이 늘어나면서 계절을 잊고 부부가 모두 농사에 매달리게 되었다.

흔히 미국 하면 기업농 중심으로 생각하는 독자들이 많겠지만, 미국이나 우리나라나 가족농 중심의 농업구조이기는 마찬가지다. 미국은 97%가 가족농이고 우리도 비슷하다.

여성이 농업인과 결혼한다는 것은 단순히 미혼에서 기혼으로 바뀌는 이상의 의미가 있다. 직업을 갖게 되는 것이다. 2003년 여성농업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47%의 여성이 결혼을 통해 농업인이 되고 남편과 함께 공동 농업경영자가 된 것으로 나타났다. 농사일의 절반 이상을 담당하는 여성농업인이 78%에 달한다.

이제 농사는 시간과의 싸움이 되었다. 제때 수확하지 못하면 이제까지 들인 노력이 소용 없게 된다. 상품성도 담보하지 못한다. 적기에 출하하는 것의 중요성을 몸으로 느끼고 있다. 때문에 가족농의 한 축인 여성농업인이 가사의 부담을 덜고, 자신의 잠재력을 더 발휘하게 하려면 여성의 활동을 제약하는 요소들을 풀어주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금남리 공동급식소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난 4월부터 7월까지 경북도는 칠곡군과 함께 금남 오이 집하장 공동급식 지원사업을 시범적으로 시행했다. 지난 13일 필자는 금남리를 방문해 이은수 이장, 신상자 부녀회장 등 마을주민들, 그리고 지자체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도와 군에서 급식시설을 지원하고 주민들이 1식에 1000원을 내어 점심을 사먹었다. 30~40명에 달하는 독거노인들을 포함해 하루 평균 100명의 농업인들이 점심을 해결할 수 있었다.”

“자기 일이 바빠서 이웃의 사정을 모르고 지내기 쉬운데 점심때 만나 식사를 함께 하며 서로의 근황을 살피니 오랜만에 우리 마을공동체가 살아나는 것 같았다.”

“점심 준비하는 시간을 보통은 2~3시간으로 잡아야 한다. 농장에서 집에 가는 시간도 필요하다. 나를 대신해 일할 일꾼에게 주는 일당과 식사비 등을 감안하면 급식소에서 식사를 해결하는 것이 훨씬 생산성이 높다.”

가족농을 중심으로 한 농업과 농촌이라는 삶의 공간이 여성에게 매력적이지 못하면 우리 농업에 희망이 없다. 젊은 농업인과 결혼하려는 여성이 없다면 유능한 농업인을 확보하는 일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여성농업인에게 합당한 지위를 부여하고, 경제·사회 발전에 상응하는 복지적·문화적 욕구를 충족시켜 여성이 농업과 농촌에 매력을 느끼게 하는 정책을 농업정책의 중심에 두어야 한다. 이제 여성농업인의 문제는 단순히 여성권익의 문제가 아니다. 농업과 농촌의 현실적 필요이자 경제의 문제로 이해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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