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친화적 일자리 창출보다
정책방안 구체화가 우선이다

최근 들어 우리 사회의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노동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의 하나로 여성인력을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다. 맞는 주장이라고 생각한다. 

선진국의 사례를 보면 국민소득이 1만달러에서 2만달러로 도약하는 시기에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이 약 10% 정도 급속하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증가폭이 2%에도 미치지 못하였을 뿐만 아니라 몇년째 50%에 정체되어 있으니 답답하기 그지없다.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을 연령별로 분석해보면 출산·육아기(25~34세)에 노동시장에서 퇴장했다가 다시 35세 이후에 진입하는 M 커브 모형이 좀처럼 달라지지 않는다. 정부의 보육지원 예산이 1조원을 넘었는데도 출산과 육아문제는 여전히 일하고자 하는 여성들의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으로 생각된다. 특히 여성의 고등교육기관(대학) 진학률을 보면 선진국 어느 나라와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높은데도 불구하고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은 좀처럼 51%로 넘어가지를 못하고 있다.

고학력 여성들의 경제활동참가율은 OECD 국가들 중에서도 가장 낮은 편에 속하는데, 이들은 연령별로 M 커브가 아니라 L 커브 형태로 나타난다. 즉, 대학 졸업 후 경제활동참가율이 가장 높았다가 출산·육아기에 노동시장에서 빠져나오면 다시 재진입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고학력 여성들은 일부러 재진입하지 않는 것일까? 아니면 재진입하지 못하는 것일까? 

이에 대한 궁금증을 최근 우리 개발원에서 수행한 연구 결과를 통해 짚어볼 수 있었다. 본원에서는 여성인력의 수요자(경기도 소재 1259개 기업체 대상)와 공급자(구직활동 중이거나 민간 직업훈련기관에서 수강 중인 여성 2092명)의 고용 및 취업조건을 비교해보았는데, 상당히 불일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체의 대졸 이상 고학력 여성에 대한 수요는 낮은 데 비해 미취업 여성의 고학력 비율은 상대적으로 높았다. 또 40대 이상 여성에 대한 기업체 수요는 낮으나, 미취업 여성 가운데 40대 이상 여성의 비율은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기업체의 기혼여성에 대한 수요는 매우 낮았지만, 미취업 여성 가운데 기혼여성 비율은 상당히 높았다. 임금에 있어서도 월 150만원 이하를 제시하는 기업체가 많았지만, 미취업 여성들은 150만원 이상의 월급을 선호하고 있었다. 또한 대부분의 기업체는 전일제 근무가 가능한 여성을 선호하는 반면, 미취업 여성 가운데 전일제 근무를 희망하는 여성은 기업체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았다.

수요자와 공급자의 눈높이가 얼마나 다른가를 한눈에 알 수 있었다. 이러한 수요·공급간의 미스매칭(Mismatching) 현상이 바로 여성의 저조한 경제활동참가율로 이어지는 것으로 풀이된다. 

따라서 여성친화적 일자리 창출도 중요하지만 보다 근본적으로는 여성인력을 필요로 하는 수요자와 취업하고자 하는 공급자의 눈높이를 맞추어갈 수 있는 정책방안들이 먼저 구체화되어야 하겠다.

예컨대 수요자에게는 여성인력의 전문성과 다양성을 각인시키는 한편, 연령 및 혼인상태에 따른 차별을 확실히 금지시키도록 제도를 강화하고, 홍보를 통해 여성인력에 대한 인식전환이 이루어지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반면에 취업을 희망하는 여성들에게는 출산은 여성의 고유기능이지만 육아 및 가사노동은 부부의 공동책임이라는 인식을 확실히 각인시켜 육아기에 노동시장으로부터의 이탈을 예방하고, 일하는 여성으로서의 투철한 직업의식을 갖고 평생직업인으로서 최선을 다하는 자세를 확립시키는 일이 우선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이러한 인식전환의 과제는 여성의 일과 가정의 양립이 실질적으로 가능하도록 보육을 비롯한 다양한 정책적 지원과 함께 이뤄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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