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예술에만 집중… 창작지원체계 확립을

대선이 2주도 남지 않았다. 대선후보들이 가장 목소리를 높이는 공약은 아무래도 ‘경제 살리기’인 것 같다. 어떤 후보도 ‘문화예술 살리기’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는다. 각 대선후보 캠프의 홈페이지에 들어가보면 문화예술 관련 정책 가운데 공통적으로 강조되는 것은 ‘문화산업’을 중흥시키겠다는 것이다. 문화산업의 개념에는 주로 영화, TV드라마, 뮤지컬, 게임, 캐릭터 사업 등 지극히 대중문화적인 개념만 포함되어 있다. 그러나 기초예술과 순수예술의 토대 없이 번창하는 대중예술이란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사상누각에 지나지 않는다.

2006년도 문화향수 실태조사에 따르면 영화를 제외한 다른 모든 예술 부문에서 우리 국민들의 연평균 관람 횟수가 감소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미술전시회의 경우, 1999년에는 0.6회였으나 2006년에는 0.2회로 줄어들었다. 뮤지컬을 포함한 연극은 99년에 0.4회이던 것이 2006년에는 0.2회가 되었다.

우리 국민들이 순수예술을 감상하는 횟수는 모든 장르에 걸쳐 연평균 1회에도 못미친다. 이처럼 순수예술을 향유하는 기회가 오히려 감소하고 있는 이유는 크게 세가지로 생각할 수 있다. 첫째는 주5일제 근무로 여가시간이 늘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예술행위를 향유할 만한 경제적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둘째, 경제적 여유가 있어도 볼 만한 예술행위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셋째, 고급한 예술행위를 감상하고 즐길 만한 문화적 식견이 없기 때문이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사실 문화예술에 대한 식견, 즉 감상능력이라고 생각한다. 어릴 적부터 고급한 예술행위를 감상하고 즐기고 심지어 실천해본 사람들은 경제적으로 쪼들려도 책을 사고, 연극을 보고, 전시회에 간다. 그리고 그러한 행위들이 얼마나 정신을 풍요롭게 해주는지, 그런 행위들을 통해 삶이 얼마나 아름답게 채색되는지 잘 알고 있다. 문화예술을 향유하는 전국민의 평균적 소양이 향상되지 않으면 상대적으로 우수한 예술의 창작도 기대하기 어렵다. 영국에서 여전히 가장 깊이 있고 세련된 연극들이 많이 창조되는 이유는 바로 셰익스피어라는 위대한 작가가 존재하고, 셰익스피어를 어릴 때부터 책으로 읽고 연극으로 보고 또 보는 국민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12년 전 러시아의 로스토프라는 작은 도시에서 열린 연극축제를 보러 갔었다. 거리에는 우리가 타다버린 ‘포니’가 굴러다니고, 서민들은 몇푼의 달러를 벌기 위해 외국인이 손만 들면 누구나 불법 택시영업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로스토프 거리 곳곳에는 체홉과 푸슈킨 등 러시아가 배출한 세계적인 문호들의 동상이 서있었고, 연극 공연장마다 관객들이 꽉꽉 들어찼다. 우리 극단이 우리말로 공연하는 ‘햄릿’을 보러 초등학교 고학년 아이들이 단체관람을 왔다. 아이들은 한마디도 못알아듣는 공연임에도 불구하고 눈망울을 초롱초롱 빛내며 공연에 집중하고 있었다. 그 광경이 너무나 신기해서 통역을 통해 그들에게 무엇을 느꼈느냐고 물어봤다. 놀랍게도 그들은 전에 봤던 다른 ‘햄릿’ 공연과 비교해가며 한국 공연의 특징들을 짚어냈다. 그것이 바로 어릴 적부터 톨스토이와 도스토예프스키를 읽는, 셰익스피어까지도 읽고 있는 러시아 국민의 문화적인 저력이다.

누가 대통령이 되든지간에 우리 국민들이 예술적으로도 배가 불렀으면 좋겠다. 어릴 적부터 연극이나 무용 공연과 친해지고, 전시회나 음악회에 가는 것이 습관처럼 몸에 배고, 악기를 한두개쯤 다룰 수 있고, 화가 지망생이 아니더라도 휴일이면 이젤을 들고 야외로 나가는 그런 사람들 말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문화산업의 발전에 앞서 기초예술의 중흥이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일임을 명심했으면 한다. 훌륭한 예술작품을 보면서 훌륭한 안목이 길러지고 그것이 다시 훌륭한 창조로 피드백 되는 것이다.

“새 대통령님! 훌륭한 예술작품이 왕성하게 창작될 수 있는 합리적이고 공정한 창작지원체계를, 서민들도 훌륭한 예술작품을 자주 감상할 수 있는 관람지원정책을 마련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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