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選 제1회 서울국제가족영상축제 프로그래머 추천작

청명한 가을하늘에 점점이 떠다니는 양떼구름이 한 폭의 그림이 되는 10월. 가족과 함께 서울 도심으로 영화 소풍을 떠나보는 건 어떨까. 영화를 통해 가족의 의미를 되새기고자 마련된 '제1회 서울가족영상축제'가 오는 18일부터 23일까지 서울 정동과 광화문 일대 극장(시네마 정동, 미로스페이스)과 거리에서 열린다.

전세계 31개국에서 온 총 103편(장편 32편, 단편 71편)의 작품 중 정은하·임지련·장윤용 프로그래머가 여성신문 독자를 위해 특별히 엄선한 추천작 5편을 소개한다. 관람료는 어른 5000원, 중·고생 4000원, 어린이 3000원. 문의 (02)777-1444, www.sifff.org

사춘기 소년 줄리앙과 아들을 사랑하는 어머니. 그러나 그 사랑이 과도한 집착에 이르러 아들의 모든 사소한 일상까지 개입하려 든다. 줄리앙은 가족 안팎에 절망적으로 구원의 손길을 요청하지만 벗어날 길이 없다. 자녀에 대한 사랑은 무한정한 것이라고 믿는 한국의 어머니들에게 과도한 애정은 때로는 위기와 비극을 초래할 수 있음을 일깨워주는 영화.

황량한 몽골의 대초원에 사는 투야는 병으로 무기력해진 남편과 두 어린 자녀를 돌보며 고군분투하다 치명적인 부상을 입는다. 가족을 부양하기 힘들어진 투야는 가족을 위해 남편과 이혼하고 병든 전 남편과 자녀를 모두 가족으로 받아줄 새 남편을 찾아나선다. 황량한 대초원에서 힘겨운 삶을 지탱한 채 어떻게든 살아보려는 한 여성의 모습이 애처로움과 동시에 감동으로 다가온다.

정신병을 앓다 돌아가신 작은 외할아버지의 일기를 우연히 발견하면서 베일에 싸인 가족사를 알게 된 주인공. 50년 전 전라남도 산골의 작은 마을에서 일어났던 계급과 이념의 갈등, 남과 북, 일본으로 흩어진 가족 등 현대사의 비극이 낳은 가족 이야기가 펼쳐진다. 아픈 과거를 꺼내고 들추기보다 끌어안고 품어주는 감독의 시선이 느껴진다.

둘째아이를 출산하는 부모와 첫아이가 함께 보며 이야기를 나누기에 좋은 작품. 갑자기 동생이 생긴 고슴도치 모튼은 엄마, 아빠의 관심을 끄는 것이 어렵게만 느껴지자 동생을 버리기로 결심한다. 새로운 가족 구성원을 받아들이는 과정을 통해 가족이 서로를 인정하고 함께 성장하는 모습을 유쾌하게 바라볼 수 있다. 

단편영화와 장편영화의 장점만을 취한 데다 교육적인 내용을 담은 중편영화. 서울에서 함께 자취생활을 하며 티격태격하던 자매는 어느날 AIDS라는 뜻밖의 질병에 직면하고 망연자실하게 된다. AIDS에 대한 잘못된 상식으로 인한 오해와 편견을 깨고, 심영섭 영화평론가의 특별한 영화 치유의 시간까지 이어지는 일석삼조의 관람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