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희 미국 뉴욕 극단 'SET' 대표 내한공연
김은희 미국 뉴욕 극단 'SET' 대표 내한공연
  • 권지희 / 여성신문 기자
  • 승인 2007.10.05 12:01
  • 수정 2007-10-05 12: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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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적 소재로 세계인 공감 만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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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한국 공연에 저보다 극단의 외국인 배우들이 더 가슴 설레 하더라고요. 한국인 관객만을 대상으로 무대 위에 오르는 건 처음이니까요. 단원들에게 우리 한국의 위상을 제대로 알릴 수 있게 돼 너무나 기쁩니다."

미국 뉴욕에서 연극연출가로 활동하고 있는 김은희(47)씨가 자신이 대표를 맡고 있는 극단 'SET'(Sudden Enlightenment Theatre) 단원들과 함께 6일 한국을 찾는다. 올해 처음 제정된 '세계한인의 날'을 기념해 열리는 '세계한인주간 코리안 페스티벌" 초청공연을 위해서다. 이에 앞서 지난 3일 뉴욕에 있는 그와 이메일을 통해 인터뷰를 진행했다. 

김 대표는 "그동안 가보지도 않은 한국이라는 나라의 역사나 문화, 분단의 현실 등을 다룬 작품만 공연해서 단원들에게 내심 미안한 마음이었는데, 이번 기회에 한국의 진면목을 보여주게 돼 다행"이라며 공연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김 대표는 한국에서 나고 자란 토종 한국인이다. 대학 졸업 후 극단 '광장'에서 연출부로 활동하다 공부 욕심에 1993년 도미했다. 이후 4년 만인 97년 8월 다국적 인종으로 구성된 지금의 극단 SET를 창단했다. 그해 첫 작품 '님'을 올린 후 해마다 미국 극장에서 초청공연을 열었고, 뉴욕 타임스를 비롯한 미국 유명 언론들도 호평을 쏟아냈다. 올해 창단 10주년을 맞아 미국 대도시 공연과 유럽 공연을 계획하고 있다.

김 대표는 "운이 좋았다"고 말하지만, '여성'에 '동양인'인 그가 미국 주류사회에서 인정받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다. 한국적인 소재를 세계인 누구나 공감하는 작품으로 재탄생시키고자 하는 끊임없는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댄스와 연극을 합친 '댄스 드라마'라는 새로운 실험도 주목을 끌었다.

이번에 올리는 작품이 대표적이다. 한국에선 초연인 작품 '49Days after Death'(49재)는 '티베트 탄트라 불교의 아버지'라 불리는 파드마 삼바바가 지은 책 '사자의 서'를 모티브로 했다. 인간이 죽은 후 다음 환생 때까지 겪게 되는 약 49일간의 중간단계 과정을 설명한 이 책은 티베트인들에게는 '죽음의 순간에 단 한번 듣는 것만으로도 영원한 해탈에 이르게 하는 경전'으로 통한다.

김 대표는 이 책이 담고 있는 삶과 죽음에 대한 철학적 메시지를 이미지로 재해석했다. 한국 불교문화의 정수인 바라춤(범패)과 현대인의 삶을 반영한 모던댄스를 결합시켜 인간의 정신과 육체가 어떻게 연결되고 해체되는지를 형상화한 것이다.

특히 인간문화재인 송암 스님과 구해 스님에게 직접 범패를 전수받은 지현 스님이 특별출연해 깊이를 더했다. 핵심 메시지인 인간의 마음속에 잠재되어 있는 탐·진·치(貪瞋痴, 분노·성냄·무지)의 카르마(karma·업)는 거울과 스크린 영상을 활용해 극적으로 표현해냈다.

김 대표는 "98년 처음 무대에 올린 작품으로, 현재 극단 10주년 기념작으로 공연 중인데 뉴욕 심포니 스페이스 공연장이 가득 찰 정도로 변함없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별히 이번 공연은 우리시대의 진정한 예술인인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의 치열했던 예술혼을 되돌아보고, 기리며, 더 좋은 곳으로의 환생을 바라는 추도공연으로 구성했다"고 소개했다.

요즘에는 내년 공연을 목표로 하고 있는 '전철 7호선' 준비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뉴욕에 위치한 7번 전철은 뉴욕의 중심지인 타임스퀘어에서 한인들이 밀집해 있는 플로싱까지 운행되는 전철이다. 7번 전철을 중심으로 미국의 다민족, 다인종간에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다룰 예정이다.

"한국에서 살았을 때보다 오히려 미국으로 건너온 후 한국의 문화나 역사, 분단의 현실 등에 관심이 많아지더라고요. 더 객관적으로 보게 된 거죠. 이민자들이 겪는 타향살이의 아픔도 알게 됐고요. 극단을 창단할 때부터 분단이나 이산가족, 이주한인의 문제에 대해 다루자고 생각했어요. 제 공연을 통해 한국을 알아가는 외국인들의 모습을 발견할 때마다 보람을 느낍니다."

지난 2004년 3월에는 뉴욕 최초의 한인 청소년 극단인 '메아리'를 창단했다. 단원은 모두 한인 1.5~2세 청소년들이다.

김 대표는 "한인 청소년들의 가장 큰 문제점은 맞벌이 부모와의 대화 단절과 학교에서의 고립으로 인한 정체성 혼란"이라며 "연극을 통해 책임감과 발표력, 협동심, 창의력을 경험하게 하는 것이 가장 큰 활동목표"라고 설명했다.

앞으로는 연극활동 외에도 독서지도와 토론, 지역봉사활동도 병행할 계획이다. 한국 공연도 고려 중이다.

김 대표는 "세계한인의 날 제정을 통해 한국이 국제사회에 성큼 발돋움했다는 실감과 함께 세계 속의 한국인으로서 자부심을 느낀다"며 "세계 각지에 살고 있는 우리 교민들에게 한국인이라는 긍지와 자부심을 더해주고, 힘든 이민생활을 더 잘 견디게 해주는 힘이 됐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김은희 대표는



무용가이자 연극연출가로, 영주권이나 시민권 없이 예술인 비자만으로 미국에서 활동하고 있다.

상명여대 영문학과 81학번으로, 극단 '광장'에서 연출부로 일하다가 1993년 도미했다. 미국 뉴욕 HB액팅스튜디오와 발레아트스쿨에서 무용과 연출을 전공했다. 97년 다국적 인종으로 구성된 극단 'SET'에 이어, 2004년 한인 1.5~2세 청소년으로 구성된 극단 '메아리'를 창단했다.

주요 작품으로는 남북통일에 대한 염원을 주제로 한 실험극 '님'과 미주 한인 이민 100주년을 기념한 '사진신부의 꿈', 춤과 퍼포먼스를 결합한 새로운 형태의 댄스 무대극인 'DMZ를 넘어서', '49재', '고기의 업', '태'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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