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휴가차 동남아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면 공항 곳곳에 보이는 범상치 않은 포스터가 눈에 걸릴 것이다. 비행기 앞머리가 콘돔으로 씌워진 다소 원색적인 일러스트와 '동남아인들에게 보이는 한국인의 모습'이라는 한 줄의 카피가 들뜬 마음에 찬물을 끼얹는다.

성매매를 겸한 동남아 관광이 다시 활개치고 있다. 최근에는 27세 이상 남성만 가입 가능한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일정과 그에 동반하는 여성을 마음대로 고를 수 있는 맞춤형 서비스까지 성행한다고 하니 동남아 여성들의 인권은 더욱 더 사각지대로 내몰리게 생겼다.

그러나 현실에선 그보다 더한 비극이 일어나고 있었다. 얼마 전 모 방송사 시사 프로그램에서 방영돼 뭇사람들의 노여움을 샀는데, 필리핀 어학연수를 떠난 한국 남자대학생들이 사랑을 가장해 필리핀 여성과 책임지지 못할 동거를 한다는 사실이었다. 그 결과 아버지 없이 태어난 아이들이 현지에 수두룩하고, 사랑에 속은 필리핀 여성은 '아빠를 죽이고 싶어요'라는 말을 자신의 아이들에게 가르치고 있었다. 머리가 띵한 순간이었다.

여대생인 필자는 친구 몇명과 함께 씁쓸함을 토로하며 나눈 뒷얘기에서 "필리핀에 갔다온 남자는 만나지 말자"는 다소 엉뚱한 결론에까지 도달했다. 한국 사회에서 양성평등과 여성인권이 많이 향상됐다고는 하나 제3세계의 여성이 한국 남성들에게 인권유린을 당하고 있는 현실에는 속수무책이어서 무력감마저 느끼게 된다.

기성세대의 성매매 관광이 줄어들기는커녕 변태적 형태로 젊은 세대에게 답습되고 있는 것을 보면서 일부 한국 남성들의 저급한 성의식에 대해 한탄을 하지 않을 수 없다.

cialis coupon free discount prescription coupons cialis trial coupon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