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력 앞에 남녀 구별은 없다"
- 성별차에서 오는 의사소통 문제는 없으신지요?
첫번째 질문으로 남성 행장과 여성 부행장 사이에 성별에서 오는 애로사항은 없는지 물었다. 조 부행장도 같은 질문을 하 행장에게 건넸다. 하 행장은 단호히 "없다"며 "그럴 거면 뽑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조 부행장에게도 같은 질문을 던졌다. 답은 "전혀 없다"였다.
하 행장은 그 이유에 대해 "조 부행장을 비롯한 여성 부행장은 전문분야에서 풍부한 경험과 능력을 충분히 검증받았다"며 "성별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은행이 꼭 필요한 인재였기 때문에 모셔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이들은 씨티은행을 대표해 다양한 대내외 활동으로 성공경영의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조 부행장도 "내가 하는 일은 전문분야이며, 법무담당 부행장으로서 자신의 업무에 충실할 뿐"이라며 "금융 관련 지식에 대해서는 사실 행장님 도움을 많이 받고 있다"고 귀띔했다.
하 행장과 조 부행장은 13년의 나이 차만큼 경력과 살아온 길이 다르다. 하지만 인생 선후배로서 진정한 멘토-멘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게 한다. 씨티은행이 추진하고 있는 멘토링 제도에 대해 물었다.
- 행장과 부행장에게도 멘토-멘티가 있나요?
현재 씨티은행이 운영 중인 멘토링제 내에서 멘토-멘티는 모두 91명이다. 멘토는 부점장급 이상 41명, 멘티는 4급 이상 5~6년 된 책임자급 50명으로 구성돼 있다. 기간은 6개월이며 일정부분 교육을 받은 뒤 1대 1 상담이 이뤄진다. 상담 방식은 상당히 자유로운 편이다.
하 행장과 조 부행장에게 정기적으로 만나는 멘토와 멘티가 있는지 물어봤다.
하 행장은 여성 직원과 한달에 한번 정도 만난다. 주로 1시간 정도 대화를 통해 고민을 듣고 조언을 해주는 방식. 대화 내용은 업무적인 부분도 있고, 인생 선배로서 직장내 경험을 공유하기도 한단다. 하 행장은 독서를 주제로 이야기를 이끌어나가는 방식을 선호한다. 가끔은 책을 직접 골라주고 선물도 한다고 밝혔다. 하 행장은 "나 또한 젊은 사람한테 배울 점이 많다"며 "조직 책임자로 오히려 많은 도움과 피드백을 받는 편"이라고 답했다.
역시 여성 직원의 멘토인 조 부행장은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상담하기를 선호하는 편. 만나는 시간은 하행장과 마찬가지로 1시간 정도지만 주로 식사를 함께 하며 이야기를 나눈다. 최근에는 조 부행장이 참여하고 있는 네트워킹 분과에 참여를 권해 서로 얼굴을 마주하는 기회를 늘렸단다. 조 부행장은 "나 자신도 조직에 적응하는 단계이므로 좋은 동반자가 생긴 것이며, 젊은 패기가 느껴져 스스로 새로이 마음가짐을 다질 수 있는 계기로 삼고 있다"고 밝혔다.
- 글로벌 여성정책이란 무엇입니까?
주제를 좀 무거운 쪽으로 옮겼다. 씨티은행이 추진하고 있는 '글로벌 여성정책'이 무언지 궁금했다.
하 행장은 이에 대해 "한마디로 말하면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다양성의 추구로 요약할 수 있다"고 답했다. 그는 "현재 행원의 52%는 남성이지만 여성 또한 절반에 육박한다"며 "나름대로의 분야에서 은행 발전을 위해 헌신하고 있는 중요한 인재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조 부행장과 같은 여성전문가 등을 포함해 고위직 비율은 더 높아질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하 행장은 "이화여대 경영대에서 여성금융인 양성을 위한 특강을 7년째하는 것도 이런 취지"라고 설명했다.
실례로 씨티은행은 글로벌 여성정책의 하나로 다양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특히 하 행장은 다양성 위원회를 직접 맡는 등 솔선수범하며 직접 챙기고 있다.
우선 자율근무 정책을 올 2월부터 시행하고 있다. 만 1년 이상 근무한 직원에 대해 출퇴근시간을 선택할 수 있게 하고 있다. 현재 18명이 이 제도에 참여하고 있다. 또 2년 동안 육아휴직을 보장하며 산전후 휴가를 110일 주고 있다.
관련 위원회로 다양성위원회, 여성위원회 등을 두고 있다. 이 위원회들은 인재 채용 및 개발, 여성직원들에게 자기계발 기회 제공, 친목활동 활성화 등의 역할을 담당한다.
씨티은행은 이와 함께 유방암 퇴치 홍보대사를 임명하고, 매주 수요일을 가족의 날(Family day)로 지정, 운영하고 있다. 또 가족 견학 프로그램(당신의 아이를 직장으로 데려오시오!)을 통해 직원들의 자부심을 높이고, 가족적인 분위기 향상에 힘쓰고 있다. 이와 별도로 '여심모'(여성심사역 모임), 여성전문 대표자 간담회 등도 개최하고 있다.
조 부행장은 이에 대해 "이런 제도들이 형식적인 것이 아니라 실제 가동되고 은행 전체가 노력하는 모습을 직접 보니 나도 제대로 기여를 해야겠다는 마음이 든다"고 밝혔다.
- 여성의 사회진출을 어떻게 확대해야 하나요?
여성의 사회진출 증진방안에 대한 질문이 이어졌다. 하 행장은 이 부분에서 "여성의 파워는 날로 높아지고 있다"며 "전문분야의 경우 오히려 남성을 압도하는 상황"이라고 피력했다. 또 "이는 시대적 조류이자 시간문제이며 여성들 스스로 충분히 업적을 쌓고 있다"면서 "앞으로 성별, 학벌 등 배경이 필요 없는 능력 위주의 시대로 가야 하는 숙명 또한 여성의 사회진출 기회를 넓힐 것"이라며 자신도 노력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조 부행장은 "앞으로는 분명 달라지겠지만 아직까지는 조직내에서 여성 인력을 적극적으로 발탁하기 위해서는 CEO의 결단력과 신념이 필요하다"고 덫붙였다.
조 부행장에게 후배들에 대한 조언을 부탁했다."나의 짧은 사회 경력으로 후배들에게 조언을 해준다면 20~30세까지는 본인의 능력을 끌어올리는 기간으로 삼아야 한다"며 "30~40대는 실력을 담금질하는 시기로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성공한 여성으로 평가받고 있는데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조 부행장은 "성취보다는 충만한 삶이 중요하다"며 "즐겁고 보람되게 인생을 설계하고 열심히 뛴다면 그것이 성공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후배들도 눈앞의 성공과 실패에 연연하지 말고 멀리 내다보고 착실히 준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