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중 가장 행복한 시간이 가족이나 친구와 머리를 맞대고 휴가계획을 세울 때라고 한다. 삶의 질, 행복 추구에 대한 욕구가 높아지면서 여가는 단지 노동에 대한 보상이나 노동 이외의 시간 활용이 아닌, 자기 실현을 위한 과정으로 인식되고 있다. 그러나 1년 중 가장 긴 시간, 가장 많은 공을 들이게 되는 여름휴가의 결과는 처음의 가슴 설레는 기대와는 빗나가기 십상이다. 자동차로 꽉 막힌 도로의 숨막힘, 휴가 인파로 북적대는 산과 바다, 사방에 나뒹구는 쓰레기들….

돈은 돈대로 쓰고 몸은 몸대로 피곤한 여름휴가. 재충전은커녕 제대로 쉬지 못한 몸과 마음을 자투리 시간에 수습하느라 애를 먹는다. 상업화된 관광상품들은 빠른 시간에 보다 많은 볼거리를 뽑아내느라 정신없이 채근해대고, 조금이라도 늑장을 부릴라치면 주위의 따가운 시선에 몰매맞기 십상이다. 군대 행렬하듯 일렬로 쭉 줄지어 올라가 기어이 정상에서 '야호' 한번 외쳐야 마무리되는 등산 의식은 하늘 한번 쳐다볼 여유도, 잠깐 멈추어 예쁜 풀꽃과 벌레에 마음을 빼앗길 시간도 허락하지 않는다.

여가의 목적은 몸과 마음의 쉼에 있다. 자연의 일부였던 사람은 자연의 속도에 맞추어 천천히 움직일 때 가장 편안한 마음이 된다고 한다. 자연의 속도에 맞추어 천천히 느리게 움직이며 자연의 큰 마음에 위로받을 수 있는 휴가야말로 우리의 각박한 마음의 각질을 녹여내는 진정한 의미의 여가가 될 것이다. 당신이 이름 없는 한적한 쉼터를 올 여름 휴가지로 찾고 있다면, 자가용이 아닌 기차나 버스를 마음에 두고 있다면, 녹색여가를 향한 절반의 성공은 약속받은 것이다. 꼼꼼하게 짜인 시간표를 집어 던져라! 여행지에서 생겨나는 뜻하지 않은 즐거움을 놓쳐버릴 수 있다. 기차는 나른한 독서에 빠져들고 싶거나 벗들과 도란도란 정겨운 대화를 나누고 싶은 사람에게 적격이다. (KTX는 느림의 여행에 절대 금물이다.) 시골 기차역의 소박한 미학은 욕심으로 들끓었던 마음을 가라앉게 할 것이다. 흙먼지 날리는 버스정류장에서 한시간에 한대씩 오는 시골버스를 무상한 마음으로 기다려 보기도 하고, 천천히 걸으며 자연의 여유로움과 마을의 역사를 느껴보라!

'천천히 걷기'는 자가용 여행에서는 꿈꿀 수 없는 예상치 않은 볼거리, 정겨운 추억거리를 선물할 것이다. 그리고 제발, 대형마트 카트로 하나 가득 컵라면에 각종 일회용품을 바리바리 싸들고 가지 마라! 쪼글거리는 손으로 정성을 다해 거둔 할머니의 수확물로 요리하고, 한끼 정도는 허름한 음식점의 향토음식을 즐기고, 비닐봉지 한장도 배설하고 오지 않는 최소한의 여행윤리가 지켜질 수 있다면, 올 여름 느림의 여행은 도시의 삶을 버텨내는 엔도르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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