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 여성리더 급증
스스로 현대화 앞장

지난 5월 중순 베이징에서 한·중 수교 15주년 기념행사의 하나로 ‘한·중 여성지도자 교류행사’가 열렸다. 장하진 여성가족부 장관을 대표로 여성 정치인, 경제인, 농업인, 공무원 등 30여명이 참가했다.

둘째날에는 ‘밝고 아름다운 미래 만들기’라는 주제로 중화부녀연합회(중화부련)와 공동 세미나가 열렸다. 한·중 양국의 여성현황, 여성과 정치참여, 여성의 경제참여 등 세가지 소주제로 각각 주제발표와 토론이 이어졌다. 특히 경제섹션에서 중국 농촌여성의 농업 참여도와 역할, 노력 등을 이해할 수 있었다.

13억 중국 인구 중에서 여성은 6억2000만명으로 절대다수가 농촌에 거주하는 농촌여성이다. 또 전체적으로 약 2500만명이 빈곤여성으로 분류된다. 개혁·개방정책 이후 여성의 경제참여가 활발한 가운데 특히 농촌에서 여성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 보였다.

‘新 농촌 건설’이라는 기치 아래 중국의 농촌여성들은 주요한 인력자원으로서 현대화에 앞장서고 스스로를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중화부련이 최근 1만여명의 농촌여성을 대상으로 실시한 신 농촌 건설에 대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농업구조의 변화와 농촌 노동력의 도시로의 이동에 따라 농촌에서는 이미 ‘남공여경(男工女耕)’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농업생산 중 여성노동력의 비중이 73.4%에 달한다. 대부분의 가정이 부부 공동으로 경제를 꾸려가고 있어 여성의 수입창출 비중은 절반에 달한다. 또 80% 이상의 여성이 혼자서 혹은 공동으로 가정경제를 관리하고 있으며, 생산활동에서 여성이 중요한 결정자이자 책임자 역할을 하고 있다.

세계화의 진전에 따라 사람들의 생활수준이 끊임없이 높아지면서 중국 농업도 새로운 요구와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중국 여성들은 교육훈련에 의한 생산기술 제고를 통해 생산량을 늘리고 소득을 증대시키려 노력하고 있다. 최근까지 연간 1억여명의 농촌여성이 실용기술훈련을 받았으며, 70만명의 여성이 농업기술원이란 명칭을, 75만명의 여성이 녹색증서를 받았다.

또한 농촌여성들은 농업의 구조조정이 가속화됨에 따라 농업생산 및 가공, 유통 등의 영역으로 진출하기 시작해 많은 수의 여성리더들이 출현하고 있다. 여성이 리더인 기업들이 이미 20만개소를 넘는다.

농촌여성을 조직화하여 농업생산력을 큰 폭으로 제고시키고 있는 것이다. 또 전문합작 경제조직을 만들어 정보와 기술을 공유함으로써 위험과 이익을 분산시키고 있다.

중국 농촌 전역에 걸쳐 농촌여성 전문기술협회는 5만여개소, 농촌여성전문합작사는 거의 1만개에 이른다. 전국의 농촌여성이 목축업에 참여하고 있고, 목축업으로 벌어들인 수입이 농가수입의 40%를 차지할 정도로 축산 또한 성장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가정과 사회에서 여성의 지위를 공고하게 하기 위해 법률작업을 하고 있다. 중혼제를 금지하는 혼인법을 개정하고, 정책 결정 과정에 여성들의 참여를 보장하기 위해 부녀권익보호법을 다듬었다. 농촌여성의 토지이용권을 명문화하는 토지법의 개정도 추진해왔다.

하지만 최근 우리나라를 방문한 중화부녀연합회 구슈렌 주석의 말처럼 법률상의 평등이 곧 생활에서의 실질적 평등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것이 중화부련이 제도적인 틀을 안정시키기 위해 정부에 촉구하는 활동을 지속해야 하는 이유라고 구 주석은 전했다.

한국도 농업생산에서 여성농업인의 역할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 여성 농가인구는 51.3%, 여성 농업 주종사자는 52.1%다. 정부가 농업인력으로 육성하는 후계농업인 가운데 여성은 13.7%, 여성 경영주는 22.2% 수준이다. 협동조합 여성조합원은 26.4%. 협동조합 여성대의원은 8530명으로 11.7%, 이사·감사 등 여성임원은 348명으로 2.3% 수준이다. 여성의 농업참여가 늘어나는 것을 보여주는 통계다.

한국과 중국의 농촌에 있어 여성의 힘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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