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교사관 및 남성 중심의 역사관에 묻혀 빛을 보지 못했던 역사 속의 여성인물들을 새롭게 조명하려는 시도가 최근 들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이같은 움직임은 문화예술계는 물론이고 정치, 경제, 스포츠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여성들의 활약이 두드러지고 있는 시점에 나온 것이어서 시대적인 분위기를 반영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원장 김희은)은 최근 청소년 양성평등 교육서 ‘역사의 문을 열고’를 발간했다. 때를 같이해 작가 임해리씨는 전공지식(역사교육)을 토대로 조선시대 여성인물을 모아놓은 역사서 ‘누가 나를 조선 여인이라 부르는가’(가람기획)를 펴냈다. 두 책 모두 기존에 잘 알려진 여성인물 외에 신분상의 이유 또는 유교사관의 영향으로 홀대받았던 여성인물들을 새로운 시각에서 발굴해 소개하고 있어 의의가 크다.
청소년교육서 ‘역사의 문을 열고’는 고구려 및 백제 창업의 숨은 주역인 소서노를 포함해 ‘한국의 잔다르크’로 불리는 독립운동가 김마리아, 노비 출신의 조선시대 거상인 김만덕, 남녀평등을 주창한 성리학자 임윤지당 등 고대로부터 근대에 이르기까지 25명의 여성인물을 발굴해 양성평등 시대에 맞는 새로운 역할 모델로 제시하고 있다.
‘누가 나를 조선 여인이라 부르는가’는 가부장제 규범 속에서 인습의 굴레를 벗고 주체적으로 살고자 했던 조선 여성 9명의 삶에 초점을 맞췄다. 저자는 “우리 사회의 당면문제를 해결하는 길은 바로 여성교육에 있다”면서 “치열했던 그들의 삶이 현대 여성들에게 롤모델이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박용옥 양성평등교육진흥원 이사장은 ““중등 교과서에 등장하는 역사인물 중 여성은 2%에 불과하며 일선교사들도 다양한 여성위인을 소개할 수 있는 교재를 요구하더라”면서 “양성평등 사회를 목표로 하는 현 시점에서 역사 속 여성인물을 재조명하는 시도는 시대적 요구”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