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타리야 할로넨 이어 내각 60% 장악
35세 파울라 레토마키 장관 등 실력파 다수
핀란드 내각은 지난 4월16일, 전체 장관 20명 중 12명의 여성장관을 탄생시키는 쾌거를 이뤘다. 이로써 핀란드는 여성대통령 타리야 할로넨 탄생에 이어 여성장관이 전체의 60%에 이르는 쾌거를 이룩해 세계적 수준의 여권 강국으로서의 입지를 공고히 했다. 여성장관 12명 탄생은 핀란드가 1995년에 자체적으로 계획한 여성쿼터 40% 목표를 가볍게 뛰어넘는 수치다. 지난번 내각에서는 장관 18명 중 8명이 여성이었다.
이번 총선에서 승리한 중도당은 자신들에게 할당된 8개의 장관직 중 다섯 자리에 여성을 임명했다. 나머지 3석에는 총리(마티 반하넨)와 2명의 남성을 임명했다. 보수당은 8개 중 네 좌석에, 녹색당은 두 자리 모두에, 스웨덴국민당은 두 자리 중 한 자리에 여성장관을 임명했다.
핀란드는 여성장관이라고 할지라도 ‘여성적 영역’에만 머물지 않는다. 이번 내각개편에서 여성장관이 탄생한 부처는 법무부, 내무부, 이민유럽부, 행정지방자치부, 교육부, 농림부, 교통부, 통신부, 사회복지부, 보건사회부, 노동부, 환경부다.
이번 내각은 내무부, 법무부, 노동부 등의 요직에 여성장관을 배치했다는 점에서 ‘성별구분’을 타파하는 그간의 전통을 이었다는 평가다. 그러나 가장 관심을 모았던 외무부, 재무부, 외교통상부, 국방부 등은 여전히 남성이 장관이다.
한편, 젊은 장관들의 파격인사가 눈길을 끈다. 전체의 절반이 40대 장관이며, 특히 최연소장관은 올해 35세인 파울라 레토마키(Paula Lehtomaki·환경부)로 실력있는 여성이면 얼마든지 젊은 나이에 장관의 자리에 오를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한편, 사회복지부 장관은 특이한 이력으로 주목받고 있다. 올해 69세인 리사 히살라(Liisa Hyssala)는 사회복지사로 현장에서 3년을, 치과의사로 현장에서 근 20년을 근무해온 ‘현장파’ 장관이다. 57세이던 1995년에 정계에 입문해 사회복지부 장관을 역임(2003~2007년)했다. ‘생활정치’와 ‘현장성’을 중시하는 핀란드의 철학이 중앙정부에서 빛을 발하는 증거로 보인다.
한편, 이같은 여성파워에 핀란드 내부에서도 놀라는 분위기다. 핀란드의 일간지 ‘Helsingin Sanomat’(영문판)는 4월18일자 기사에서 이번 내각 구성을 “여성이 내각집단 내에서 주류가 되었다”고 평가하고 “여성 주도의 내각에 많은 국민들이 놀라고 있다”고 보도했다.
핀란드의 역사는 ‘세계 여권신장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906년 유럽에서 최초로 여성에게 선거권을 부여했으며 세계 최초로 여성에게 피선거권을 부여했다. 미국과 대부분의 유럽 국가들이 1920년대가 돼서야 여성의 선거권을 인정했던 것에 비하면 선구적이다.
인구 520만의 강소국인 핀란드의 여성 정치파워는 생활 속에 깊고 넓게 녹아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핀란드의 여성 경제활동참가율은 73%에 이른다. 또 여성의원이 전체의 38%를 차지한다. 여권신장에 있어서 핀란드와 쌍벽을 이루는 스웨덴은 장관 20명 중 여성이 9명이며, 47.3%가 여성의원이다.
핀란드는 2000년 최초의 여성대통령인 타리야 할로넨을 배출했으며, 할로넨은 2006년 재선에 성공한 바 있다. 이로써 ‘여성정치인 전성시대’를 맞고 있는 핀란드는 이번 내각 구성으로 다시 한번 쾌거를 이뤘다.
한편, 올해 핀란드에는 경사가 겹쳤다. 여성이 피선거권을 가진 지 올해로 100년이 되는 해인 것. 이같은 여성 정치 주류화는 앞으로 세계적 추세로 굳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