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이 만드는 소리
천둥소리·소 울음소리보다
작은 시계소리가 내겐 ‘소음’
수험생이 거실에서 나는 텔레비전 소리, 이야기 소리들로부터 방해받지 않고 집중하게 하는 기계가 생겼다고 한다. 알고 보니 책상 위에 놓을 수 있는 조그만 기계. 스위치를 누르면 의미를 알 수 없는 소리가 들린다. 이 소리가 방 밖에서 나는 소리를 죽이는 역할을 한다고 한다. 즉 소리로 소리를 죽이는 것이다. 소리를 연구하는 박사님이 만들었다고 하는데 소음은 소음이되 집중을 도와주는 소음이라고 해서 이를 ‘백색 소음’이라고 한단다. 얼마나 소음공해가 심하면 이런 생각을 다 해냈을까.
원하지 않는 소리를 들어야 하는 것처럼 짜증나는 일도 없다. 도시생활에서 하루 동안 일상적으로 듣게 되는 소리를 한번 생각해보았다. 아침 눈을 뜨면 TV 또는 라디오를 켠다. 교통사고, 살인, 정치판 싸움질…. 출근 길, 자동차에 시동을 걸면서 시작되는 기계음들…. 지하철을 타면 때론 안내방송조차 듣기 싫을 때가 있다. 그리고 가장 짜증나는 휴대폰 소리…. 알 수 없는 굉음들…. 지상으로 올라오면 어지러운 자동차 소리…. 사무실에 도착해 업무차 전화라도 걸라치면 저쪽에서 들려오는 기계가 말하는 안내…. 내가 왜 기계를 상대로 이러고 있어야 하는 건가. 이쪽 의사는 완전 무시하고 프로그래밍된 대로 진행되는 일방적인 대화…. 나는 기계를 상대해야 하는 자동응답기가 정말 싫었다. 그러나 세상에는 이런 소리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나는 특히 소리에 민감해서 내 방에는 시계도 걸지 못했다. ‘착착’ 초침 돌아가는 소리에 신경이 쓰여 스트레스를 엄청 받기 때문이다. 잠을 잘 때는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아야만 편안하게 잠들 수 있었다. 그런 내가 달라졌다. 천둥이 쳐도, 건너편 목장에서 발정한 소가 밤새 ‘워워’ 울어대도 잠만 잘 잔다. 희한한 건 인공적으로 만들어내는 소음과 자연이 만들어내는 소리는 다르다는 것이다. 소음은 신경을 날카롭게 건드려도 자연의 소리는 내 몸이 흡수하는 듯하다. 아침이면 수다스런 곤줄박이 물까치, 직박구리, 찌익~ 찌르르~ 깍깍~ 난리를 치지만 전혀 시끄럽지 않다.
봄은 소리로 온다고….
지리산은 아직 일러 진주까지 가서 꺾으셨다는
버들개지 한 다발 풀어 놓고
봄 햇살 정겨운 창가로 아이들을 모읍니다.
이건 호드기라고 하는 거야…
음이 없으니 피리라고 할 수는 없지…
얼른 한 가지 깎아 입 안에 숨기고 삘리리…
아이들은 소리를 찾아 폴짝폴짝 뜁니다.
버들개지가 이리 고운지
예전엔 정말 몰랐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