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다양성 확보 차원에서 여성영화‘쿼터제’필요해

지난 1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방은진 감독은 지난해 1년여 동안 준비해온 두번째 영화 연출 작업을 중단했다고 밝혔다. 한국영화평론가상 신인감독상을 수상하는 등 좋은 평가를 받았던 ‘오로라 공주’ 또한 개봉까지 5년여의 시간이 필요했다 한다. 방 감독의 차기작이 캐스팅까지 완료한 시점에서 무산됐다는 사실은 여성영화감독의 어려움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1955년 한국 최초의 여성감독인 박남옥 감독이 ‘미망인’을 만든 지 50여년이 흘렀지만 지난해 개봉된 여성감독 영화가 1편뿐이라는 사실에서 보듯 여성감독의 영화는 아직도 충무로에서 주변부에 머무르고 있다. 사회 각 분야에서 ‘여풍’이 화제가 되고 있는 시대에 유독 영화계만 여성감독들의 능력을 외면하고 있다. 더군다나 영화 관객의 절반 이상이 여성관객임을 생각할 때 여성의 시선으로 만들어진 영화를 볼 수 없다는 것은 창의성과 다양성을 생명으로 하는 영화산업에 결코 득이 될 수 없다.

극장에선 여성감독의 영화를 찾기 힘들지만 그 이면에서 여성영화인들의 성장은 빠른 속도로 이뤄지고 있다. 여성영화인모임이 ‘2006 여성영화인축제’에서 발표한 바에 따르면 2004년에서 2006년까지 3년간 제작된 여성이 연출한 영화는 다큐멘터리와 단편 등을 포함, 총 336편. 이는 이전 통계에서 1955~2003년까지의 여성감독 영화의 총합과 맞먹는 숫자다. 여성영화감독들의 능력은 해외에서도 인정받고 있다. 박찬옥 감독의 ‘질투는 나의 힘’은 로테르담 국제영화제 대상을 수상했으며, 극장 개봉이 무산됐던 김진아 감독의 ‘그 집 앞’은 로카르노 영화제에 초청되기도 했다. 그렇다면 인적 인프라는 갖춰진 셈이다. 이제 해야 할 일은 이들의 능력을 끌어내 대중과 만날 수 있는 통로를 열어주는 일이다.

이에 따라 스크린쿼터 축소 논란과 함께 제기돼온 ‘독립영화 쿼터제’와 같은 논의가 여성영화 진영에서도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김선아 서울여성영화제 수석프로그래머는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는 최근 영화계에서 문화적 다양성 확보 차원에서 여성영화를 어느 정도의 수준까지 보장해주는 ‘쿼터제’와 같은 적극적인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공영민 여성영화인모임 사무국장 또한 “주류 문화가 발전하려면 인디 문화도 함께 발전해야 하며, 작가와 관객이 더불어 성장하기 위해서는 정책적 지원이 필수불가결한 요소”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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