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계획 없이 떠난 통영 주말여행
쑥을 넣고 끓인 맑은 도다리국이 이 봄의 계절음식이라는 남편의 말에 통영으로 향한다. 단 며칠이지만 컴퓨터 화면과 인터넷으로부터 멀리 지내는 시간이 나에게는 필요하다. 진주에서 통영으로 가는 고속도로를 빠져나와 통영으로 들어서서 동백꽃 핀 해안도로를 달려간다. 나무 아래마다 붉은 동백꽃 점이 뚝뚝 떨어져 있는 것이 피어 있는 꽃보다 아름답다.
통영에는 그 지역 출신 예술가들이 많다. 윤이상, 김춘수, 전혁림, 박경리, 김상옥, 유치환, 유치진 등…. 그 풍토 때문일까. 개성이 뚜렷하고 기상이 있다. 그 예술혼이 끈질기고 칼처럼 예리하다.
마침 ‘TIMF’라는 윤이상을 기리는 통영 국제음악제가 열리고 있어 음악제의 플래카드가 모던하게 펄럭인다. 봄 바다 바람에 펄럭이는 모습이 신선하다. 통영도 다른 도시나 마찬가지로 어설프게 개발되었지만 아름다운 바다가 그대로이고 자랑스러운 예술가가 있어 그 품격이 살아나는 고장이다.
마침 표지판이 눈에 띄어 전혁림이라는 화가의 미술관에 들른다.
92세의 나이로 아직도 작업을 하고 있는 화가가 지키고 있는 미술관의 푸른 계단은 어찌나 펄펄한지. 마당에 핀 수선화와 히아신스, 그리고 하얀 동백은 어찌나 생명력에 가득 차 있는지. 동네 아이들은 낯선 방문객에게 어찌나 밝게 인사를 하는지.
독학으로 경지에 이른 전혁림의 그림은 열정적이고도 푸른 바람이 분다. 그림을 그린 작은 소반, 헌 나무 문짝에 그린 그림, 화장실 벽의 화려한 타일을 보며 이 생애 끝까지 붓을 놓지 않을 화가를 만난 것만도 이 봄의 선물임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