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세계대전에 대한 비판의식
한국전쟁으로 바꿔 무대위에

 

연극 ‘억척어멈과 그의 자식들’ 중.sumatriptan 100 mg sumatriptan 100 mg sumatriptan 100 mg
연극 ‘억척어멈과 그의 자식들’ 중.
sumatriptan 100 mg sumatriptan 100 mg sumatriptan 100 mg
연희단거리패의 ‘억척어멈과 그의 자식들’(브레히트 작, 이원양 역, 이윤택 번안·연출)이 2006년의 연극계를 휩쓸고 올해 다시 무대에 올려졌다.

원작자 브레히트는 자신의 연출작업을 한권의 책으로 묶어 은연중에 후배들이 이 모델을 따라줄 것을 기대했지만, 독일어의 ‘Mutter Courage’(용감한 어머니)를 진작부터 ‘억척어멈’으로 번역할 정도로 한국은 자신의 맥락에서 이를 받아들이고자 하는 욕망을 숨기지 않아 왔다. 브레히트는 유럽 30년전쟁(1618~1648)을 소재로 제2차 세계대전에 대한 자신의 비판의식을 토로하는데, 이번 공연에서는 그 배경이 한국전쟁으로 바뀌면서 부제도 ‘한국전쟁의 한 연대기’로 바뀌었다. 이에 전체를 감싸는 음악도 판소리와 한국의 유행음악이 주조를 이루게 되고, 가히 주역에 가깝다고 할 이동마차도 한국의 연(궁중 가마)을 연상시키는 방식으로 변모되었다. 대사들도 전라도 사투리를 주조로 함경도 사투리가 섞이게끔 되었다.

상당한 변모임에 틀림없지만 브레히트의 연출기법은 충실하게 응용되었다고 해도 무방하다. 음악을 맡은 최우정이 트럼펫을 중심악기로 택한 것도 한국의 곡마단을 연상시키면서 별로 이질감을 불러일으키지 않는다. 기존의 유행음악을 변주시키는 방식은 브레히트와 작업한 쿠르트 바일의 실용음악적 태도와 상통하면서 관객들에게 친숙성과 참신성을 동시에 제공해준 좋은 시도였다.

이와 같은 번안작업은 전쟁을 경험한 세대를 포함하여 한국 관객 모두에게 원작을 좀더 친숙하게 만드는 데 크게 기여했다. 평자 자신의 어머니도 전쟁으로 몰락한 가정의 여섯 남매를 눈물로써 키워냈지만, 많은 어머니들이 행상길에 나서 세파를 이겨냈던 것을 생각한다면 한국에는 이 작품 이상의 억척어멈들이 얼마든지 있다.

이처럼 많은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여지가 많았기에 오히려 장광설로 여겨지는 부분이 못내 거치적댄다. 예컨대 억척어멈을 사모하던 취사병이 전후에 찾아들어 교회를 향해 장타령을 늘어놓는 대목이 그러하다. 원래 대학생이었던 신분을 빙자해 늘어놓는 이 일장 연설이 극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과연 얼마나 도움이 되었을까? 평자는 이러한 회의가 독일 관객과 한국 관객의 종교에 대한 이해 차이 등에 대한 좀더 면밀한 검토가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우선 30년전쟁은 서로 ‘성전(聖戰)’을 내세우는 신교와 구교간의 갈등을 단순히 표면상의 이유라고 치부할 수 없을 정도로 각각의 지지세력들의 세계관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브레히트가 비판코자 한 제2차 세계대전도 적어도 히틀러에 대한 교회들의 태도로 대변되듯이 다분히 성전의 성격을 띠고 있었기에 30년전쟁이 세기를 뛰어넘어 소재로 활용될 수 있었을 것이다.

한국전쟁도 특히 보수적인 기독교인들에게는 성전의 성격으로 받아들여졌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과연 독일 국민들에게처럼 그렇게 보편적이었을까는 다소간 회의적이며, 적어도 장타령에 끼워넣은 장광설을 견딜 만큼 실감을 자아내지는 못하리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브레히트는 더 이상 브레히트일 수 없다”는 이윤택의 주장에 공감하면서도 그러기에 더욱 치밀한 접근이 요청된다는 느낌이 강해진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