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계 원로 4인 대담집 ‘대화’

소설가 박완서(76), 수녀 이해인(62), 역사학자 이인호(71), 재불화가 방혜자(70) 등 6070 여성계 대표 원로 4인의 대담집 ‘대화’가 화제를 모으고 있다. 특히 책 속에서 털어놓은 그들의 솔직담백하고 때론 순진무구한 남자와 사랑에 대한 고백이 이채롭다.

전쟁 중에 연애결혼을 했다는 박완서 작가의 젊은 시절 일화는 그의 또 다른 면을 볼 수 있는 부분. 그는 “6·25 직후 힘들었던 시기에 연애감정을 건드렸던 남자가 더러 있었다”고 고백하며 “암울한 시절을 즐겁게 견디는 힘이 됐던 경험 때문에 저는 이 나이에도 연애 예찬론자입니다”라고 얘기한다.

“같이 도망가버릴까, 그런 남자도 있었구요. 옆에서 취직을 도와주며 의지가 된 남자도 있었죠. 그 시절엔 호감이 가는 남자와 포장마차에서 따뜻한 어묵 국물을 같이 먹는 것도 참 좋았어요.”

평생 남자와는 담을 쌓고 살았을 것 같은 이해인 수녀도 남자를 보고 설레는 느낌을 받는다고 털어놨다.

“솔직히 말하자면 저도 신학교에 가서 남자들이 부르는 성가를 들으니까 막 가슴이 뛰더라구요. 남자들의 우렁찬 목소리를 들으니까 황홀해지기까지 했습니다.”

특히 이해인 수녀는 “예비수녀 시절 남녀 주인공을 함께 맡았던 어떤 자매에게 우정 이상의 감정을 느꼈다”는 깜짝 고백을 선보이기도. 또한 수도자의 길을 가기 전 자신을 좋아했던 남자친구들이 “네가 사랑스럽고 좋지만 수도자의 길을 간다면 우리가 포기하겠다”는 편지를 보내온 적이 있다며 살아가면서 문득문득 그들이 떠오른단다.

한국 첫 여성 대사로 러시아·핀란드 대사를 지낸 역사학자 이인호 서울대 명예교수의 이상형은 소설 속의 주인공이었다. 그는 “감수성 강한 나이에 소설을 읽으면서 현실에서 연애가 행복한 결혼으로 연결되기는 어렵다는 편견을 갖게 됐다”며 “어릴 때 이상형은 톨스토이 소설 ‘전쟁과 평화’의 안드레이 볼콘스키였고 그 후엔 작가 카뮈를 흠모했다”고 말한다.

이인호 교수는 1970년대에 이혼을 했던 뼈아픈 경험을 털어놓기도 했다.

“유교적 집안에서 자란 영향으로 미국 유학까지 했으면서도 여자의 직장생활 때문에 남편이 불편을 느껴선 안된다고 생각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편의 변심 때문에 이혼하게 됐을 때 여성에게 불리한 가족법으로 인해 부당한 일도 참고 견뎌야 했습니다.”

재불화가 방혜자씨는 “자신이 국제결혼을 하게 되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고 회고한다. 유학 초기 국제결혼한 커플을 보면서 “보세요, 미관상으로도 얼마나 조화롭지 못한지. 저는 절대 반대합니다”라고 말했었다고. 그는 “결혼 초엔 문화와 사고방식의 차이로 큰 어려움을 겪었다”면서 “결혼 40년이 지나서야 겨우 톱니바퀴의 이가 맞물려 제대로 돌아가는 듯하다”고 전한다.

외국생활을 오래 한 이들은 동·서양, 구세대와 신세대의 남성을 비교하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선 남자가 우월하니 힘들고 귀찮은 일은 여자에게 시켜야 한다고 생각하는 반면, 서양에선 남자가 우월하기 때문에 어려운 일은 자기들이 맡아야 한다는 식이에요. ‘레이디 퍼스트’ 전통은 서양 남성의 우월의식과 자신감의 반영이죠.”(이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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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남성 중심주의로 인해 불균형한 가족관계와 사회제도가 이뤄졌다면 지금 젊은 세대는 참 많이 달라졌다고 봅니다. 서로 협력해서 민주적으로 살아가고 있어요.”(방혜자)

대담집 ‘대화’는 2005년 말부터 월간 ‘샘터’에 박완서-이해인, 이인호-방혜자의 두 팀으로 나눠 연재한 대담을 묶은 책. 남녀간의 사랑 외에도 이웃과 인간에 대한 사랑, 이 땅에서 여성으로서 살아가기, 나이듦에 대한 생각, 슬픔을 극복하는 방법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해 폭 넓고 깊이 있는 솔직한 대화가 오간다.

박완서·방혜자·이인호·이해인 지음/ 샘터/ 1만1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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