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체스카 ‘1급 비서형’·공덕귀 ‘조용한 투사형’·육영수 ‘철저한 사업가형’·홍기‘그림자 내조형’

제5~9대 박정희 전 대통령의 부인이자 유력한 대선주자로 관심을 모으고 있는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의 어머니인 육영수 여사는 생전에 박 전 대표가 정치인이 될 것이라고는 전혀 예상치 않았으며, 박 전 대통령의 3선 개헌과 유신에 대해서도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신뢰감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 초대 대통령 부인 프란체스카 여사는 이승만 대통령의 장기집권을 적극적으로 말리지 못한 것에 대해 말년까지 죄책감을 갖고 살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 같은 사실은 여성신문이 지난 914호부터 연재하고 있는 특집 ‘이야기 여성사-80년대 이전 대통령 부인들 편’과 관련한 역대 영부인 측근들의 좌담회에서 밝혀졌다.

좌담회에서 육영수 여사의 측근들은 “(청와대 시절 박 전 대표에 대해)당시로선 지금처럼 큰 정치인이 될 거라곤 전혀 예상치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하면서  “다만 (대통령 내외분께서)‘근혜는 나무랄 데가 하나도 없다’고 말하시곤  했다”고 말했다.

측근들은 육 여사의 ‘청와대 제1야당’이란 별칭에 대해서는 “삼선 개헌 이나 유신에 대해 여사님이 따로 이견을 표명하는 것을 한 번도 들은 적이 없다. 여사님으로선 대통령께 대한 신뢰가 있지 않겠느냐”면서 ‘제1야당’이란 건 시중의 여론을 전한다는 의미일 뿐”라고 해석했다.

육 여사는 또 재임기간 중 대통령 영부인의 역할 모델을 정립하기 위해 노력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김두영 전 청와대 제2부속실 비서관은 “ 육 여사는 비서들이 뭘 해라 해서 하시는 분이 아니라, 뭘 해야 할 것을 연구했던 분”이라며 “대통령 부인의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는 전제 하에 행동하곤 했다”고 전했다. 육 여사는 사투리 개선 등 화법과 시선 처리, 화장법과 옷차림새 등 이미지 메이킹에 관심을 쏟았으며, ‘기록’과 관련해서도 “현장을 녹음기로 기록하게 하고 확인을 했다”(강영숙 예지원 원장)고 한다. 육 여사는 현재의 청와대 제2부속실 격인 영부인 부속실을 처음으로 공식화하였으며, 양지회, 육영회 등 대통령 영부인 프로젝트를 독자적으로 수행했다. 특히 주력한 민원 직접 처리와 나환자촌으로 대표되는 소외계층 끌어안기와 관련, “내 앞으로 온 편지는 절대 미리 손대지마라”는 지사를 내렸고, “죽기 바로 전날인 74년 8월 14일 마지막 민원까지 깨끗이 처리”(정재훈 제2 부속실 행정관)하는 철저함을 보였다고 한다. 측근에 대한 육 여사의 인사 기준은 ‘무거운 입’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한편 1~3대 이승만 대통령의 부인이자 오스트리아인이었던 프란체스카 여사는 사실상 이승만 전 대통령의 1급 외교담당 비서였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프란체스카 여사는 이승만 대통령의 구술을 도맡아 타이핑하느라 손가락이 짓물렀으며, 유창한 영어로 전시 중 민간 외교사절 역할을 톡톡히 해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양자 이인수씨와 며느리 조혜자씨의 증언에 따르면 ‘대통령이 기분 좋으면 와이프가 옆에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프란체스카 여사는 대통령 심기의 대변자였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들에 따르면 “프란체스카 여사는 정부통령 개헌 등 이승만 전 대통령의 장기 집권을 적극적으로 말리지 못한 것에 대해 말년까지 죄책감을 가지고 있었으며 한국에 귀화해 철저한 근검절약 생활로써 나름대로 속죄를 하려 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4대 윤보선 대통령의 부인 공덕귀 여사는 정치적 역할보다는 청와대 화장실 정비 및 정원 가꾸기, 의전 확립 등의 ‘문화적 역할’에 주력했다. 

공 여사는 퇴임 이후 “영부인이란 타이틀을 어려운 사람들 보호막에 써주었던”(이현숙 대한적십자사 부총재) 영부인 이후의 삶이 더 빛난 영부인이었다.

10대 최규하 대통령 부인 홍기 여사는 유교적 가치관을 지닌 전형적인 ‘사대부집 맏며느리’ 스타일이지만, 전두환 대통령 취임식장에서 남편이 건네준 식순 안내책자 봉투를 뿌리칠 정도로 강직함이 있었다고 한다. “‘신군부의 등장을 인정 못한다’는 소신의 표현이기도 했다”고 신두순 전 비서관이 전했다.     

여성신문사의 좌담회에는 프란체스카 여사 편에 이인수·조혜자 아들 부부와 장명수 한국일보 이사가, 공덕귀 여사 편에 박영숙 한국여성재단 이사장, 이현숙 대한적십자사 부총재, 양은선 맏며느리, 이은주 전 비서관, 이정옥 여사가, 육영수 여사 편에 김두영·정재훈 전 비서관, 강영숙 예지원장, 신정하 월간 ‘새빛’ 전 발행인이, 그리고 홍기 여사 편에 신두순 전 비서관이 참여했다. 진행과 집필은 이정자 편집위원이 맡았다.        

여성신문사는 이번 호로 ‘이야기 여성사-80년대 이전 대통령 부인들 편’을 마치고, 다음 호 부터는 ‘이야기 여성사-80년대 이후 대통령 부인들 편’을 ‘연구 공간 여성과 정책’과 공동기획으로 진행한다. 이순자·김옥숙·손명순·이희호 여사 측근 좌담회 진행과 집필은 영부인 연구 전문가인 조은희 ‘여성과 정책’ 대표가 맡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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