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이 70%…“더 나은 삶 꿈꿨는데” 현실은 암울
가정폭력 등 난관 봉착…도우미제·네트워크 등 절실

“나이도 많고 딸도 있어 남한 남성과 결혼해 정착하는 것이 쉽지 않다. 중국에서 같이 살던 한족 남자가 찾아와 살았는데 의처증이 심하고 툭하면 폭력을 휘둘러 도망 나왔다.”(안영희·가명·35)

올 2월로 새터민(탈북자) 수가 1만명을 넘어섰다. 과거 식량난 때문에 탈북이 이뤄졌다면 최근에는 더 나은 삶을 꿈꾸며 탈북한 사람들이 늘어났고, 단독 탈북자 수도 증가했다. 남한사회 정착을 목표로 하는 이들은 이를 위한 가장 안전한 방법으로 ‘남한 주민과의 결혼’을 꼽는다. 특히 전체 새터민의 70%를 차지하는 여성의 경우 남한 남성과의 결혼은 성공적 정착 여부를 판가름하는 중요한 문제다.

하지만 정작 새터민 여성들은 결혼에 있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유일한 새터민 여성 인권단체 ‘탈북여성연대’(대표 강수진)를 취재한 결과, 새터민 여성들의 대부분은 탈북 과정 중 중국 등 제3국에서 형성된 복잡한 가족관계(동거남, 자녀 등), 경제적 어려움, 정보 부족 등의 이유로 신원보장이 안되거나 하기 때문에 자신보다 수준이 낮은 배우자와 결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게 시작된 결혼은 자칫 가정폭력이나 사기, 인신매매, 살인 등의 극악범죄에 노출되기 쉽다. 또 새터민 여성이 천신만고 끝에 남한 남성과 결혼한다 해도 남과 북의 문화적 차이와 가치관의 혼란 때문에 부부관계, 고부관계, 육아문제 등 다양한 문제에 봉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02년 입국한 새터민 강수진씨는 새터민 여성들의 결혼 정착이 중요한 문제임에도 불구, 이를 보호하는 단체가 없다는 생각에 ‘탈북여성연대’와 새터민 여성의 결혼 중개업체 ‘남남북녀’를 지난해 8월 개소했다. 강 대표는 “새터민을 지원하는 여성·종교·NGO 단체는 많지만 개별적으로 지원하는 형국으로 정작 여성들이 결혼과 관련, 조언을 구하려고 할 때는 어느 곳에 문의해야 할지 몰라 주변 새터민들에게 묻는 등 주먹구구식으로 해결하게 된다”며 “사회적 네트워크가 형성돼 새터민의 정착을 지원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새터민 여성을 지원하는 문제는 대북관계와 관련 있는 민감한 사안으로 한 단체가 전면에 나서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 어느 여성단체의 경우 새터민 여성 커뮤니티를 운영하고 실태를 조사해 발표하며 지원책을 연구하는 등 꾸준히 새터민 지원사업을 해왔다. 하지만 남북 화해무드 조성으로 새터민 문제를 전면으로 다루기 껄끄러워진 데다가 북측의 간접적인 압력으로 2000년대 초반 사실상 사업을 중단했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정부와 지자체가 기존에 있던 제도와 사업을 보완하고 단체의 협력을 구하는 식의 지원이 더 효과적일 것이라고 지적한다.

최근 한국여성개발원과 통일연구원은 합동연구총서 ‘새터민의 문화 갈등과 문화적 통합방안’을 통해 “기존에 있던 신변보호담당관제도를 전문화하고, 전문적인 자원봉사자의 부족과 관리상의 문제로 시행착오를 겪고 있는 정착도우미 제도를 활성화해 새터민 정착 지원을 도와야 한다”고 제안했다.  

새터민 성별 입국현황 <출처: 통일부>

 구분  ~98  99  00  01  02  03  04  05  06  합계
 남  831  90  180  294  514  468  626  422  475  3,900
 여  116  58  132  289  625  813  1,268  961  1,538  6,800
 합계  947  148  312  583  1,139  1,281  1,894  1,383  2,013  9,700

새터민이란?  통일부는 2005년부터 ‘탈북자’ 대신 ‘새터민’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기로 했다. 북한 이탈주민, 탈북자 등의 용어에 반감을 갖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새터민은 순우리말로 ‘새로운 터전에서 삶의 희망을 갖고 사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아직 국어사전에 등재되지 못했고 반대하는 입장도 있는 만큼 북한 이탈주민을 지칭하는 공식 명칭이 될지는 미지수다. 기사에는 편의상 ‘새터민’이라고 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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