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등 불끄기식’ 응급처방 급급

올해 12월1일부터 모든 식품은 포장지에 트랜스 지방 및 당류, 포화지방산 등의 함량 표시를 해야 한다. 이에 따라 제과·제빵 업계는 ‘트랜스 지방 제로(0)화’ 제품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자사 제품의 ‘트랜스 지방 제로’ 정도를 광고 전면에 내세우는 등 치열한 마케팅 전쟁에 돌입했다. 그러나 트랜스 지방만큼이나 유해한 포화지방산에 대한 홍보와 조치는 전혀 없어 기업들이 ‘건강한 식품 생산’보다 ‘마케팅’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는 비난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트랜스 지방 함량 ‘제로’ 표기는 미국 식품의약국(FDA) 기준에 따라 음식 100g 당 트랜스 지방 함유량이 0.5g 이하일 경우 가능하며, 한국식품공업협회와 한국식품연구원에서 함량검사를 거쳐야 한다. 세계보건기구(WHO)의 트랜스 지방 1일 섭취 허용량은 2.2g이지만, 체내에 들어간 트랜스 지방은 축척되어 질병을 유발하기 때문에 아주 적은 양도 건강에는 치명적이다. 이 때문에 ‘트랜스 지방 제로화’는 ‘안전한 식품’의 바로미터로 인식되고 있으며, 업체들은 이미 ‘트랜스 지방 제로’ 제품을 내놓거나 준비 중이다.

오리온은 이미 ‘쵸코파이’를 비롯한 60여종의 전제품에 대해서 트랜스 지방 0g을 선언하고 광고를 시작했으며, 크라운베이커리는 전체 120여개 품목 중 90여개 제품의 트랜스 지방 함량을 100g 당 0.5g 이하로 낮췄다. 크라운-해태 제과 역시 전 제품에서 트랜스 지방 ‘제로’화에 성공했으며, 샤니와 롯데제과, 삼립식품도 1월 말부터 트랜스 지방 제로 제품만을 생산한다. 이 외에 파리바게트, 던킨도너츠 등 제과업체도 미국 FDA 기준의 트랜스 지방 제로 수준의 제품을 공급하고 있으며, BBQ 등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도 트랜스 지방 제로 제품 생산에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트랜스 지방을 ‘제로’ 수준으로 낮추기 위해서는 대체 식물성 팜유를 사용하는데, 이 과정에서 포화지방산이 10% 정도 상승하게 된다는 것.

C제과업체의 한 관계자는 “트랜스 지방을 ‘제로’ 수준으로 낮추기 위해서 대체 식물성 팜유 등을 사용하는데, 이 과정에서 포화지방산이 5∼10% 이상 상승한다”며 “업계도 알고 있지만 ‘트랜스 지방 제로’가 소비자에게 관심이 있다보니 포화지방산 문제는 뒷전”이라고 귀띔했다.

포화지방산은 혈액 속 콜레스테롤의 나쁜 형태인 LDL-콜레스테롤과 혈전을 증가시켜 심혈관계 질환의 위험을 높이며, 암 발생의 위험 또한 증가시키는 것으로 알려진 물질로 트랜스 지방만큼이나 인체에 유해하다.

식품의약품안전청 김종욱 연구관은 “올 한해를 트랜스 지방 저감화의 해로 정한 만큼 기업에 대한 기술적 지원과 감독에 주력할 것”이라며 “이 사안이 마무리되는 대로 포화지방산에 대한 소비자들의 문제 제기에도 관심을 기울여 2010년까지는 포화지방산도 저감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서울환경연합 이지현 국장은 “소비자들이 평소 기업 정보를 눈여겨보고 이를 토대로 트랜스 지방 제로 표기 및 영양성분 표시를 확인하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며 “소비자들의 구매습관은 기업들을 압박하는 가장 좋은 수단”임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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