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움‘받던’ 국가에서 도움‘주는’ 국가 돼 보람”

94년 유니세프 한국위원회 출범과 함께 유니세프의 살림을 도맡아온 박동은(72) 사무총장. 창립 60주년을 맞아 행사 준비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그를 만났다.

- 유니세프 창립 60주년 소감은.

“한국전쟁 직후 6000만㎏의 분유를 지원 받았던 우리나라가 이제는 구호국으로 전세계 어린이를 위한 긴급 구호사업에 앞장서게 돼 감회가 새롭다. 놀라운 건 한국이 유니세프 역사상 최초로 도움을 받는 국가에서 주는 국가로의 전환에 성공했다는 점이다. 이젠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브라질 등이 앞 다퉈 벤치마킹을 하고 있을 정도다.”

- 유니세프 한국위원회의 12년간의 활동상을 소개해 달라.

“활동 초기에는 펀드레이징에 대한 이해를 끌어내는 작업이 가장 힘들었다. 당장 한국에도 어려운 아이들이 많은데 굳이 다른 나라 아이들까지 도와야 하느냐는 식의 시선이 많았다. 하지만 94년 300만 달러를 미국 뉴욕 유니세프 본부에 보낸 것을 시작으로 지난해에는 1350만 달러의 성과를 거뒀다. 또 모금액의 20%를 북한(모자보건사업), 아프가니스탄(여아교육사업) 등 8개국에 지원하고 있다.

국내에선 나눔체험 세계시민 교육, 어린이 권리 알기 운동, 모유수유운동 등을 펼치고 있다.”  

- 모금활동은 어떻게 이뤄지고 있나.

“유니세프는 100% 자발적인 기부금으로 운영된다. 현재 국내 회원은 14만 명에 이르고 이중 정기후원에 참여한 회원은 4만 명이다. 전체 기금의 75%는 이렇게 개인 회원이 후원한 것이다. 때문에 상대적으로 참여율이 낮은 기업을 적극 공략하기 위해 기업 홍보팀을 새롭게 조직했다. 이밖에도 유니세프 카드·문구·팬시용품 판매와 아시아나항공 기내모금, 자선 디너쇼, 걷기대회 등을 통해 기금을 모으고 있다. 이중 49년 첫선을 보인 유니세프 카드는 그동안 ‘생명을 구하는 카드’ 역할을 톡톡히 해냈으며 한때 1억8000만 장의 카드가 전세계로 팔려나가기도 했다.”  

- 유니세프 한국위원회의 향후 계획은.

“기금 모금사업을 비롯해 ‘아동권리협약’을 널리 홍보할 계획이다. 협약은 아동의 권리를 제대로 지켜주기 위한 첫 단추로 우리나라는 91년 유엔에 비준했다. 다만 유보된 3개 조항-자녀의 부모 면접권(10조), 입양허가제(21조), 어린이의 상소권 보장(40조)-도 받아들여질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하겠다. 이와 함께 정책 결정자들이 아동의 권리에 관심을 쏟고 관련 법안 마련에 나설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요구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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