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A 체결 급확산. 이젠 세계적 대세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주 중국 최고지도자로서는 10년 만에 처음으로 인도를 방문해 만모한 싱 인도 총리와 정상회담을 가졌다. 인구 13억의 중국과 11억 인도의 만남을 앞두고 언론들은 두 나라의 대표적인 상징 동물인 용과 코끼리에 비유해 ‘용상악수(龍象握手·용과 코끼리의 악수)’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정상회담에 의미를 부여했다.

그도 그럴 것이 오랜 라이벌이었던 두 나라 사이에 정치·군사적 장애를 뛰어넘어선 경제 교류, 특히나 두 나라를 묶게 될 FTA, 즉 자유무역협정 논의가 과연 어디까지 진전될지에 관심이 높았기 때문이다.

정상회담을 통해 인도와 중국은 2010년까지 양국 간 교역 규모를 현재의 배에 달하는 400억 달러로 늘리는 등 통상과 투자를 대폭 확대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그동안 기대를 모았던 양국 간 FTA 체결 문제가 거론되지 않는 등 알맹이가 없었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자유무역협정’이란 특정 국가 간의 상호 무역 증진을 위해 물자나 서비스 이동을 자유화하는 협정으로, 나라와 나라 사이의 제반 무역장벽을 완화하거나 철폐해 무역 자유화를 실현하기 위한 양국 간 또는 지역 사이에 체결하는 특혜무역협정이다. 영문 머리글자를 따서 FTA로 약칭하는데, 그동안 대개 유럽연합(EU)이나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등과 같이 인접 국가나 일정한 지역을 중심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에 흔히 지역무역협정(RTA: regional trade agreement)이라고도 부른다.

현재 발효 중인 197개의 지역협정을 체결 시기별로 보면, 70년대 이전 5개, 70년대 12개, 80년대 10개에 불과하던 것이 90년대 64개, 2000년 이후 106개가 체결돼 지역주의의 광범위한 영향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지역무역협정은 특히 95년 세계무역기구(WTO) 출범 이후 매년 급속히 확산돼 2005년 기준으로 전 세계 교역량의 50% 이상이 지역무역협정 내 교역에 포함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칠레, 싱가포르와의 FTA가 타결되었고, 일본, 멕시코, 캐나다 등의 나라들과 타결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19일 폐막한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회의에서 FTA 체결은 단연 화두였다.

첫날 회의 의제가 ‘변화하는 세계 속에서 무역, 투자 증진’이란 점에서 알 수 있듯 경제적 번영에 무게가 실렸고, 개별 정상 간 협상은 FTA 쪽으로 대세가 기울었다. 한·중 정상회담 뿐 아니라, 한·캐나다 정상회담에서도 FTA 조기 체결에 관한 내용이 다뤄졌다.

FTA 체결은 이제 국제경제 질서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한발 더 나아가 아·태 자유무역지대(FTAAP) 구상도 윤곽을 드러내고 있고, 중국과 인도의 자유무역협정, 즉 친디아(Chindia:China+India) FTA까지도 바라보게 되는 상황에서 우리는 어떤 대비를 할 것인가에 대한 진지한 연구와 대비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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