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그렇게 젊어졌느냐고요? 쌀뜨물로 세수했을 뿐인데…

요새 참 속 편하게 살아 좋다. 먹는 것뿐 아니라 입는 것 몸치장에 신경 안 쓰니 그야말로 배짱 편하여 마음이 참 여유롭다.

우선 입는 것에서의 해방. 시골로 온 후 나의 패션은 트레이닝복에 고무신. 서울서 직장생활할 때 체육대회나 워크숍 있을 때마다 나누어준 트레이닝복. 도통 입을 일이 없어 몇 벌씩이나 장 속에서 뒹굴어 다니던 트레이닝복이 이렇게 요긴하게 쓰일 줄 누가 알았으랴. 여름용, 춘추용, 겨울용 트레이닝복 세 벌만 있으면 의생활의 70%는 커버된다.

그리고 신발은 내가 정말로 좋아하는 이천오백 원짜리 고무신. 검정 하나 흰색 하나 1년에 한 벌씩만 장만하면 밭에서 일할 때나 외출할 때나 옷 색깔에 맞추어 바꾸어 신을 수도 있고 ‘짱’이다.

고무신은 서울 생활할 때도 애용하던 신발이다. 마음 바쁠 때 질질 끌고 나가기 좋고, 박박 씻어 담벼락에 세워둔 하얀 고무신은 예술이다. 그런데 웬일인지 요샌 시골사람들도 고무신을 별로 신지 않는다. 이런 패션으로 나는 안 가는 데 없이 돌아다닌다. 동네 면사무소, 우체국, 농협은 기본이고 읍내, 군청, 은행, 장날…. 아직 그 차림으로 서울까지 상륙하지는 않았지만 천안까지 가서 활보해 보았는데 일 보는 데 별 지장 없었다.

그리고 몸치장에서의 해방. ‘쌩얼’…. 이건 자유다. 처음 분 바르지 않고 입술 칠하지 않고 맨얼굴로 서울 올라갈 때는 약간의 망설임이 없지 않았다. 혹 초췌해 보이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있었지만 이제는 상관 안 한다. 그래도 서울 올라갈 때는 로션은 찍어 바른다. 어머니는 내가 그런 차림으로 나설 때마다 제발 화장도 좀 하고 가꾸라지만 솔직히 가꿀 필요성을 전혀 느끼지 못하고 있다. 이유는 첫째, 사람이 외모로 평가받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서다. 내가 좋은 옷 입고 얼굴 뽀얗고 머리 손질 잘 했다고 해서 나에 대한 평가가 달리 나오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둘째, 얼굴에 화학제품을 바른다는 것이 내키지 않아서다. 이른 아침 찬 공기가 촉촉하게 두 뺨 적셔주는데 이 위에 화학적으로 배합된 무얼 바르는 것이 오히려 오염되는 기분이 들어서다. 텔레비전 보니 요새 ‘쌩얼’이 유행이라던데 얼마나 좋은가?

셋째, 화장품 값이 너무 비싸다. 화장품에 쓰는 돈이 아깝다. 지난 장날 김씨 아줌마는 전날 오후 내내 다리 쥐나게 서서 풋고추 한 자루 따 들고 나가 한 관에 천 원 받아 왔다. 땅콩, 들깨, 고추, 파…. 목 부러지게 이고 나가 돈 오만 원 손에 쥐고 왔다. 그런데 어떻게 일 이만 원이나 하는 화장품을 쉽게 살 수 있을까. 끝으로, 마을 부녀회에 앉아 있으면 좀 튀지 않고 그들과 비슷하게 보였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농사짓는 분 같지 않은데요?’ 이런 말 듣기 싫다.

며칠 전 모처럼 서울 한복판 호텔에서 열리는 행사에 참석했다. 먼저 직장에서 개최하는 연중 큰 행사였다. 몇 년 만에 보는 반가운 얼굴들을 만나 오랜만에 무 배추 얘기가 아닌 도시적 수다로 만찬을 즐겼다. 그런데 만나는 사람들마다 ‘왜 그렇게 젊어졌느냐?’고 한다. 인사치레겠지 했는데 모두가 빈말이 아니라 정말이란다.

“피부가 탱탱해졌어. 건강해 보이고.”

“에구. 요새 하루 종일 밭에서 보내느라 새까맣게 됐을 텐데.”

“아냐. 정말 좋아졌다니까!”

그렇다면 그게 효과가 있나? 내가 유일하게 얼굴에 서비스하는 것이 쌀뜨물로 세수하는 거다. 언젠가 TV에서 쌀뜨물이 좋다고 해서 이거야 화학첨가제도 아니고 쌀 씻을 때 받아놓기만 하면 되니까 내가 게으르지 않다고 스스로에게 위로도 할 겸 실행하고 있다. 아니면 섬유질 풍부한 음식 때문인가? 아니면 이른 아침마다 뺨으로 떨어지는 이슬표 천연화장수 때문인가? 아참, 매실주 때문인가? 인터넷을 검색하다 보니 설탕 안 넣고 담근 매실주를 스킨으로 써도 된다고 하기에 스킨 떨어진 후로는 매실주 따라 얼굴에 바르고 있는데.

사실 쌀뜨물이건 매실주건 그게 피부에 좋은지 나쁜지 나는 모른다. 따지고 싶지도 않다. 그냥 완전 생 얼굴로 지내는 것이 너무 배짱부리는 거 아닌가 싶어 내 얼굴에 대한 최소한의 성의표시일 뿐이다. 이 나이에 피부가 고와질 리 없고 주름살 줄어들 리 없다는 것을 잘 아는데 무얼 신경 쓰겠는가? 그저 이런 삶이 더 온전하게 느껴지니 난 행복한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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