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끝전떼기' '여성인맥%'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이 잇따라 ‘나눔경영’을 선언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기업이미지 제고’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이 바로 기업경쟁력, 글로벌 비즈니스의 기본 조건으로 대두되었기 때문이다.

국제사회는 지금 ‘나눔경영’ 즉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에 대한 지수를 개발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2008년 ‘ISO(국제표준기구) 26000’이 본격 도입되면 국제거래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선진국은 민간과 정부가 함께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 미국은 연기금이나 SRI(Social Responsibility Investment) 투신회사 등 민간조직이 CSR을 주도적으로 지원하고 있으며, 일본은 경제산업성 주도 아래 2002년부터 CSR 표준위원회를 설립·운영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역내 각국에 CSR 및 SRI 관련 법률 제정 및 CSR 담당부서를 설치하는 등 적극적으로 준비 중이다.

이에 발맞춰 국내 기업들도 체계화된 ‘나눔’ 실천에 나서고 있으며, 이젠 대기업을 넘어 중소기업으로 그리고 직원들로 확산되고 있다.

얼마 전 장애인 해외연수 프로그램을 지원했던 대한항공(대표 이종희)은 직원들을 대상으로 ‘자원봉사단’을 꾸려 이들과 동행토록 했다. 봉사를 마치고 돌아온 직원들은 회사 홈페이지에 “직원으로서 자부심을 갖게 되었다”는 글을 올리기 시작했다. 직원들의 마음까지 얻는 데 성공한 것이다.

대한항공의 ‘나눔경영’은 전·현직 직원들의 자발적인 봉사동아리를 지원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별도의 사회봉사활동 추진사무국을 설치한 대한항공은 매월 전체 직원 급여에서 1000원 미만을 기금으로 적립하고 회사가 매월 임직원 모금액과 동일한 금액을 출연하여 기금으로 적립하는 ‘사랑의 끝전 떼기’ 운동을 통해 기금을 조성함으로써 ‘자발적 기업문화’로 발전시키고 있다.

여성 중소기업인들의 ‘나눔경영’도 탄력을 받고 있다. 외식프랜차이즈기업 ㈜놀부(회장 김순진)는 그간 복지시설 자원봉사 위주의 활동에서 벗어나 한국형 뮤지컬 ‘놀부사인방’과 남원 흥부제를 지원하는 등 ‘메세나 운동’에 참여하고 있다. 생명공학기업 메디포스트(대표 양윤선)는 소아암 환자 가족의 제대혈 무료보관 서비스 및 서울대 소아병원 등과 연계해 소아암 환자 치료비 지원을 하고 있다.

유기농 화장품기업 로고나(대표 이지민)는 ‘틈새가정 돕기 사업’을 진행 중이다. 호적상 가족이 있다는 이유로 기초생활비 지원을 받지 못하는 노인 가정에 생활보조비를 지급하는 것으로 해를 거듭하면서 직원들의 참여와 관심이 늘어나고 있다. 이지민 대표는 “아직 회사 규모가 작아 직원들에게 많은 것을 줄 수 없지만 ‘돕는 행복’을 실천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도 기업이 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소규모 온라인 쇼핑몰들도 ‘나눔’에 동참하고 있다. 싸이월드가 제공하는 기업형 미니홈피 서비스 ‘타운’과 ‘싸이마켓’ 에 입점한 200여 사업자는 ‘도토리 바자회’를 통해 기금을 모아 사회복지단체에 겨울용품을 지원한다.

직장 여성 167명으로 이뤄진 온라인 커뮤니티 ‘여성인맥 1%’는 ‘소아 얼굴기형 환자’를 돕는 ‘나눔문화’ 모임으로 기부금을 모은다. 모임을 이끄는 장수연씨(울림커뮤니케이션즈 이사)는 “이 활동을 돈으로 계산하면 바로 수익이 되지만, 봉사를 통해 얻는 ‘보람’은 최고의 맛”이라고 말한다. 온라인상의 이런 움직임은 작은 규모이지만 ‘버는 만큼 나눈다’는 의식이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2005년 기업·기업재단 사회공헌백서’(전경련)에 따르면 한국 기업들의 사회공헌 지출액은 2002년 1조870억 원에서 2005년 1조4030억 원으로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사회공헌활동 비용의 지출 분야도 2000년에 교육·연구분야(76%)에 집중되었지만, 지난해는 교육·연구(45%), 사회복지·의료보건(39%), 기타(14%) 등 다양화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사회공헌활동을 하는 기업 중 기본방침을 명문화하는 기업도 51%(2004)에 이르며, 이는 2002년(23.8%)보다 크게 증가한 수치다. 전담부서를 설치하거나 전담자를 지정한 기업도 2002년(26.7%) 대비 두 배 정도(2004년 48.1%) 늘었다. 하지만 기업들의 적극적인 사회공헌 활동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국민들의 반기업 정서는 매우 높다. 실례로 2004년 한국기업의 사회공헌비용 지출은 총 매출액의 0.2%로 일본(0.09%)보다 높지만 일본의 반기업 정서는 우리의 10분의 1 수준이다.

박성연 이화여대 교수(경영학)는 “그간 기업들이 보여준 정경유착, 비자금 문제를 비롯해 소유와 경영을 분리하지 못하는 재벌지배구조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강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기업들은 사회공헌활동을 통해 적지 않은 비용을 지출했지만 대부분 단기적 사업이다 보니 ‘홍보’ 이상의 소득을 얻기 어려웠던 것이다. 박 교수는 “이미지 제고 및 글로벌 경쟁력 강화라는 성과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장기적인 사업진행이 필수”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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