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달자 산문집 ‘너는 이 세 가지를 명심하라’

‘물 위를 걷는 여자’ ‘백치애인’ 등으로 유명한 시인이자 소설가인 신달자(63·명지대 문예창작과 교수·사진)씨는 대학을 졸업하던 해 어머니로부터 이런 내용의 편지를 받았다. 여기엔 그의 어머니가 평생 한 번도 가져보지 못했던 바람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교육을 받아본 적이 없어 이름 석 자도 겨우 썼고, 일생 밖으로만 떠돈 남편 탓에 따뜻한 부부의 정 한번 누리지 못했으며, 하나뿐인 아들은 6·25전쟁으로 잃었던 어머니의 세 가지 소원은 당신이 몸으로 겪은 지식, 철학이었다. 그리고 젊은 날, 불행에 허우적거리는 시인에게 어머니는 불쑥 “니, 그 세 가지 잊지 않았제, 달짜는 할 수 있을낀데”라며 다시 한번 다그친다.

신달자 시인의 산문집 ‘너는 이 세 가지를 명심하라’(문학동네)에는 50여 년에 걸친 저자의 문학적 여정과 굴곡진 삶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그는 “어머니의 피로, 어머니의 심장을 태운 재로 찍어 쓴 그런 편지를 받고 벌벌 떨었다”면서도 “문학의 길을 걸을 수 있게끔 이끈 것이 바로 어머니의 소원 세 가지였다”고 회고한다.

시인은 어머니의 소원을 이루기 위해 공부하고, 돈도 벌고, 행복한 사람이 되기 위해 애썼던 자기 얘기를 들려준다. 그리고 자신의 삶과 문학을 전하는 시인의 목소리는, 이제 그 자신이 어머니이기에 유난히 정답다. 신달자 지음/ 문학동네/ 9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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