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회 무시 정면도전
현정부 대북정책 치명타
한반도 무력충돌 막아야
그러나 정작 핵실험의 지진파에 치명타를 입은 것은 노무현 정부와 대북 포용정책이다.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 이후 한국 정부의 대북 포용정책은 지속적으로 확대되어 왔다. ‘일방적 퍼주기’라는 비난을 감수하면서도 지속된 대북정책의 근본 논리는 화해와 협력을 통하여 북한의 개혁·개방을 유도함으로써 남북 간 평화적 공존을 실현하고 이를 발판으로 궁극적으로는 한반도의 평화적 통일을 달성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러한 맥락에서 국제사회로부터 고립된 북한 정권에 대하여 끊임없이 경제적 원조와 협력을 확대했던 것이다.
북한의 핵실험 발표는 10년 가까이 공을 들인 이러한 한국 정부의 노력을 일순간에 물거품으로 만들기에 충분할 만큼의 파괴력을 지니고 있었다. 91년 남북 간 합의한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은 물론이고, 2005년 6자회담 당사자 간 채택된 ‘북의 모든 핵무기와 현존 핵 계획 포기’를 포함한 9·19 베이징 공동 합의문도 휴지조각이 되어버렸다. 따라서 핵실험의 진위나 성공 여부를 떠나 국가 간의 약속과 합의를 헌신짝처럼 버리고 핵무기를 담보로 국제사회를 향한 위협을 서슴지 않는 북한에 대한 우려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더욱이 노무현 대통령은 최근까지 북한의 한반도 비핵화 약속에 대한 신뢰를 강하게 표시했을 뿐만 아니라 북한 핵실험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는 의견들에 대해 근거 없이 안보 불안을 조장하고 남북관계를 해치려 한다고 비판했다.
최근의 해외순방에서도 대북 포용정책으로 북한의 핵무장을 막을 수 있다는 내용의 포괄적 대북방안을 가는 곳마다 강조했다. 결국 북한 정부가 핵개발에 몰두하고 있는 동안 한국 정부는 핵개발에 필요한 자금을 제공하고 시간을 벌어주었으며 대통령은 이러한 북한 정부를 국제사회에서 두둔하고 다닌 꼴이 된 것이다.
결과적으로 한국 정부의 대북정책은 김정일 정권의 노회한 전략과 전술에 보기 좋게 이용당한 것이다. 한반도의 비핵화와 북핵 불용(不容)의 전제 아래 지속적으로 확대되었던 햇볕정책과 포용정책은 전반적인 재검토가 필요한 국면을 맞았다. 유엔 안보리에서는 신속하고 강력한 대북 제재조치가 취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유엔헌장 7장에 기초한 제재조치는 필요한 경우 무력적 사용까지를 포함하는 것이다.
한 가지 양보할 수 없는 것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한반도에서 다시 무력적 충돌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는 사실이다. 한국 정부로서는 북한과의 관계를 원만히 유지하며 그들에게 강력한 경고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어느 쪽이 더 중요한 것인지 냉정하게 판단해야 한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유지하는 것이 정부가 존재하는 첫 번째 이유임을 정부와 대통령은 명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