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 뉴패러다임으로 간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에서 근무하는 이기성(49) 차장. 다양한 사내·외 학습프로그램을 이용하는 그는  “나 자신이 전문가라는 자긍심이 회사에 대한 자긍심으로 이어지는 것이 사내 평생학습의 가장 큰 소득”이라고 말한다. 지난해 심평원이 한국노동연구원 부설 뉴패러다임센터(소장 김훈)의 ‘뉴패러다임-평생학습 체계구축’ 컨설팅을 받은 후 대부분 직원들은 이 차장과 비슷한 반응이다. 

뉴패러다임 경영이 조용히 확산되고 있다. 지난 2004년 출발한 뉴패러다임센터를 통해 현재까지 컨설팅을 의뢰한 기업은 150여사, 이중 절반이 넘는 73개 기업이 올해 신청한 기업이다.

뉴패러다임은 한마디로 ‘사람중심 경영’이며, ‘학습’을 기본조건으로 한다. 외환위기 이후 많은 기업들이 구조조정을 거치면서 인력 감축을 가장 효과적인 수단으로 활용했지만, 이로 인해 많은 기술과 지적자원을 잃었다. 그러나 과거 인건비 경쟁의 시대에서 기술·디자인·신뢰를 기반으로 경쟁하는 시대로 진입함에 따라 인적자원 혁신, 즉 기업의 ‘대 사람투자’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는 것이다.

심평원은 매년 정부산하기관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경영실적평가’에서 단골로 꼴찌였지만 컨설팅을 받은 후 실시된 지난해 평가에서는 14개(문화·국민생활부문) 기관 중 2위로 급상승하는 성과를 보였다.

뉴패러다임센터 측은  “기업의 투자대비 성과에 있어서 설비 투자비용보다 인력에 투자하는 비용이 더 적게 들며, 그 성과가 가시화되는 것도 6개월~1년으로 가장 빠르다”고 말한다. 특히 “인적자산이란 역량 있는 소수 개인이 아니라 팀·조직의 역량 강화를 통한 시너지 효과를 말하며, 이는 기업의 적극적인 평생학습제 구축으로 가능하다”고 설명한다.

이 같은 뉴패러다임의 도입은 일부 대기업에만 해당되는 건 아니다. 전 직원 11명 규모의 레스토랑 ‘촛불1978’에서 근무하는 주방장 강현구(36)씨. 1년도 못 버티고 떠나는 동료를 보며 자신의 미래를 늘 고민해 왔던 그는 최근 자신의 일터를 ‘평생직장’이라고 당당하게 말하게 됐다.

지난해 사장이 뉴패러다임 컨설팅을 의뢰한 후 5명의 직원이 11명으로 늘어났고, 매주 수요일 오후 3시~5시30분 학습시간이 도입됐다.

그 결과 1년 후 이곳을 떠난 직원은 단 2명. 직원들은 자발적인 ‘메뉴 개발’ ‘서비스 운영’에 관한 아이디어를 내놨고 이는 레스토랑의 경쟁력이 되었다. 강씨는 “음식을 만들며 미래를 고민한다면 주방을 지킬 수 없는 것 아니냐”며 “사장이 제시한 10년 뒤 전국 5위권 레스토랑 만들기는 이제 직원들의 비전이 되었다”고 말한다.

뉴패러다임 경영은 일자리 창출과도 깊은 연관이 있다. 유한킴벌리가 구조조정 열풍 속에서 감원 대신 교대조를 늘려 설비를 24시간 돌림으로써 오히려 일자리를 만들고, 평생학습으로 직장 만족도를 최고로 높인 것은 가장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이채수 뉴패러다임센터 홍보팀장은  “이른바 3D 직종에 사람들이 가지 않는 이유는 단지 나쁜 환경 때문이 아니라 미래가 없기 때문”이라며 “직종에 맞는 교육을 통해 비전을 제시한다면 ‘좋은 일자리’ 수를 늘릴 수 있다”고 말한다.

지식정보사회의 지식반감기는 1년 정도로 이 계산에 따르면, 40세에는 이미 무용지물이 된다. 이채수 팀장은 “기업은 인적자원 활용 기간을 늘리고, 고령시대에 개인은 평생직업을 갖는 것은 바로 평생학습에 의해 결정된다”고 강조했다.

뉴패러다임을 도입했거나 컨설팅 중인 기업은 유한킴벌리, 국민은행, 풀무원, 포스코, ㈜대명화학, 하나코비, 한국전력공사, 웅진제약 등을 비롯해 보건복지부, 경찰청, 경상남도 등 지자체, 그리고 강남초등학교, 강원대학교 등으로 분야, 업·직종, 규모를 가리지 않고 매우 다양하다.

■ 뉴패러다임이란?

경영학에서 패러다임이란 조직을 지배하는 고정관념이란 뜻이다. 기업은 생존을 위해 변화에 앞서서 환경에 적응해야 하며 이를 위해 끊임없이 패러다임의 변혁을 시도하고 시류의 향방을 예측해야 한다. 뉴패러다임경영은 ▲초장시간 근로로 인한 산업재해 증가 및 사회경제적 손실 방지 ▲평생학습으로 조직의 역량 강화 ▲조직 내 열린 소통을 가능케 하는 것을 말한다.

우리나라 초장시간(주 56시간 초과) 근로자는 약 287만 명, 장시간(주 40~56시간) 근로자도 약 630만 명에 이르며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주 36시간 대비 크게 열악한 상황이다. 또한, 지식기술 낙후로 인한 국제경쟁력 약화도 계속 심화되고 있다. 맥켄지컨설팅에 따르면 한국기업의 생산성은 선진국의 50% 이하이며, 한국과 중국의 신기술 차이는 5년 내외이고, 해외기업 유치 및 국내기업의 외국 진출을 위한 국제적 인재 부족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이 같은 위기 극복을 위해 새로운 변혁을 시도하는 기업들은 뉴패러다임 경영에서 그 해법을 찾고자 노력하고 있으며, 정부는 연 40억 원의 예산을 투자해 무료 컨설팅을 실시하고 있다. 문의 02-776-9123(뉴패러다임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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