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2030’ 들여다보니…

지난달 말 정부와 민간합동작업단에 의해 ‘희망한국-비전2030’이 발표됐다. 이는 2030년까지 장기적인 국가의 경영 지도를 그린 것으로, 성장과 복지가 함께 가는 ‘동반 성장’ 패러다임을 국가 계획으로 명문화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한 세대를 앞서 내다보면서 미래를 향한 국가정책의 방향을 제시할 만큼 우리의 정책 역량이 커졌다는 점에서, 그리고 복잡·다원화해 가는 사회의 정책적 요구들을 넉넉히 수용하는 자세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하지만 무심하게 이야기하자면, 이 계획은 가속화되는 세계화에 직면한 일반론적인 대응이기도 하다. ‘렉서스와 올리브나무’로 잘 알려진 프리드 만(그는 친세계화론자다)조차도 세계화의 장점에도 불구하고 개별 국가는 개방을 해야 할 것과 말아야 할 것을 구분해야 하며, 사회안전망의 강화를 필수조건으로 보고 있다.

그런 점에서 ‘비전2030’의 탄생은 특별히 새롭거나 소위 ‘진보적’인 것이라기보다는, 세계화를 전제로 한 당연한 정책적 대응으로 보인다. 오히려 염려는 ‘비전2030’이 충분히 성 인지적이지 않을 것이라는 예감에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비전2030’을 몇 번이고 숙독해도 2030년에 전체 여성의 삶이 더 나아지리라는 확신이 들지 않았다. 2030년에 여성경제활동참가율이 65%로 증가된다고 해도 고질적인 여성 비정규직의 문제, 여성 농민의 문제, 빈곤의 여성화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여성권한척도(GEM)의 상승도 여성 국회의원 수의 증가와 전문직 여성의 증가만 신경쓰면 상대적으로 용이하게 해결된다.

보육비용의 부모 부담률을 2005년 현재 62%에서 2030년 37%로 낮추겠다고 하나, 보육료 자율화와 병행해 추진하게 되면 이 수치는 정말 미지수가 된다. 가장 염려되는 것은 2030년에 1인당 국민소득이 5만 달러에 육박한다고 해도, 현재와 같은 정책 인식 수준이면 여성인권침해는 그대로 지속될 것 같다는 걱정이다.

‘비전2030’이 추구하는 ‘삶의 기본이 되는 안전한 사회’는 여성에게는 폭력 없는 세상을 의미한다. 그럼에도 가정폭력, 성폭력, 성매매로부터 안전한 사회라는 개념조차 없다. ‘비전2030’의 안전대책은 어린이 보호구역 강화 아니면 단지 과학수사시스템을 확충하여 검거율을 높이겠다는 정도다. 그것은 지금도 그냥 이야기될 수 있는 것들이다.

‘비전2030’의 동반 성장 패러다임이 여성에게도 진정성을 갖기 위해서는 여성의 눈으로 수정·보완될 필요가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가 먼저 작금의 여성정책 현 단계를 냉정히 성찰해야 되는 것 아닌가 싶다.

여성 국회의원 수, 여성 고위 공직자 수, 전문직 여성 수, 여성 고시 합격률 증가를 지켜보면서 즐거워할 때, 늘어나는 여성 비정규직, 농업인으로 대우받지 못하는 여성 농민, 빈곤의 여성화 문제의 개선에는 커다란 진전이 없었으며, 여성인권 침해 예방과 재발방지 또한 답보상태임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 이들 문제를 보지 못한 ‘비전2030’은 어쩌면 현 여성정책의 자화상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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