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에서 중동을 읽자

레바논과 이스라엘 분쟁이 연일 뉴스에 오르내리고 있지만 ‘너희가 중동과 이슬람을 아느냐?’라고 묻는다면 그렇다고 자신 있게 답할 사람이 몇이나 될까? 팔레스타인, 하마스, 헤즈볼라, 테러리즘, 석유, 코란, 사막 등의 단어들이 희미한 인상으로 다가올 뿐인 사람들이 대부분이 아닐는지. 다행스럽게도, 그 희미한 중동을 보다 분명히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는 책들이 있다.

먼저 ‘이슬람’(이원삼 외 지음, 청아출판사)을 소개한다. 일상생활, 종교, 예술, 아랍-이스라엘 분쟁, 석유문제, 여성문제, 주요 정치 지도자 등에 이르는 55개의 주제를 설명한다. 이슬람이 7세기부터 여성의 사유재산 소유권을 인정했고, 베일로 얼굴과 몸을 가리는 히잡은 여성의 권리와 자유를 제약하는 수단이 아니라 이슬람 여성의 정체성을 나타내는 상징이라는 설명이 인상적이다.

저자들은 힘주어 말한다.

히잡을 쓴 중동 여성
▲ 히잡을 쓴 중동 여성
“절대다수 이슬람 세계는 서방과의 공존과 협력을 통해 함께 살아야 한다고 하는 확고한 믿음을 갖고 있다. 서방의 시각으로 위험하고 테러나 일삼는 사람들이라는 정서를 갖고 있다면 아랍은 결코 우리에게 다가오지 않을 것이다.”

‘이슬람’으로 일종의 워밍업을 하고 본격적으로 중동을 들여다보려면 프린스턴 대학 교수를 지낸 금세기 최고의 중동학자로 평가받는 버나드 루이스의 ‘중동의 역사’(까치)가 요긴하다. 루이스는 중동을 ‘헬레니즘-로마-기독교-이슬람’이라는 네 문명이 연속적으로 중첩된 문화적 토양으로 파악한다. 중동은 유럽과 동양을 잇는 일종의 중개 문명이라는 것. 또한 중동 및 이슬람 세계는 아랍인, 페르시아인, 터키인들이 일군 다민족적이며 국제적인 성격을 지닌다. 중동은 이런 성격을 바탕으로 인류 문명의 역사, 특히 유럽 역사에 문화적으로 지대한 공헌을 했다. 이를테면 아랍어로 번역된 그리스 고전들이 다시 라틴어로 번역되어 서양 중세 스콜라철학이 꽃필 수 있었다.  

위의 두 책이 개괄적이거나 거시적이라면, 한 개인의 역사를 통해 현대 중동의 고뇌를 들여다볼 수 있는 책으로 ‘에드워드 사이드 자서전’(살림)이 있다. 20세기 후반 최고의 비평가로 평가받으며 저서 ‘오리엔탈리즘’을 통해 세계 지성계에 큰 영향을 미친 사이드는 영국 식민지였던 예루살렘에서 태어나 1947년 이스라엘 건국으로 이집트로 이주, 다시 15세 때인 51년 미국으로 건너간 팔레스타인 사람이다. 사이드는 자신이 “언제나 제자리에 있지 못하고(Out of Place) 엉뚱한 자리에 잘못 놓여 있는 느낌으로 살았다”고 고백한다. 비록 미국에서 존경받는 학자로 살았지만 어디에도 제대로 뿌리 내리지 못하고 소외된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운명에서 그도 결코 자유로울 수 없었던 것이다.

‘베일 속의 이슬람과 여성’(프로네시스)은 베일 속에 가려진 이슬람 여성의 삶에 초점을 맞춘 책이다. 오랫동안 이슬람 여성문제에 관심을 갖고 연구해온 저자 오은경 동덕여대 교수는 이 책에서 부르카를 벗고 방송에 나왔다는 이유로 죽음을 맞았던 아프가니스탄의 여성 비디오자키 ‘샤이마 레자위’의 사례로부터 시작해 베일의 역사와 의미, 생성 배경과 이에 따른 이슬람 여성의 인권 상황을 소개한다. 저자는 베일은 종교적 믿음보다는 문화적 전통에 따른 것이며 베일 착용 여부를 두고 여성 해방과 여성의 지위 향상을 논하는 것은 단순한 접근이라고 경계한다.

마지막으로 ‘팔레스타인’(글논그림밭)이라는 제목의 인상적인 만화책이다. 미국인인 지은이 조 사코는 91년 말 이스라엘 점령지인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와 웨스트뱅크의 거리들을 돌아다니며 보고 겪은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삶을 강렬한 그림으로 표현해 냈다. 이 책의 중요한 미덕은 팔레스타인의 현실, 보다 정확히 말하자면 그곳 사람들이 겪는 현실을 평가하지 않고 보여준다는 데 있다. 때로는 무심하거나 담담하다고 느껴질 정도지만, 바로 그 무심함과 담담함이 오히려 이 책을 더 없이 날카롭게 만들어 준다. 일종의 르포 만화 혹은 만화 저널리즘의 최고 수준이라고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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