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견기관 실무자들은 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는지 모를 정도로 분주하다. 시시때때로 요구되는 행정업무는 물론 사업단과 공동체에서 늘 발생하는 사건들의 해결책을 찾아야 하고, 참여자들이 열악한 가정환경과 심신의 고통을 이겨내고 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교육훈련도 해야 한다. 또 참여자의 자활자립을 위해 일관성 있고 내실 있는 계획을 세워내는데 많은 어려움을 안고 있기도 하다.

정부의 장기적인 정책과 예산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결코 이루어내기 어려운 과제들 앞에서 커다란 장벽을 느낄 때가 많지만, 참여자들의 변화해가는 모습과 함께 일구어온 것들의 성과들이 확인될 때마다 희망으로 가슴이 벅차오르기도 한다. 

빈곤 여성들은 경제적인 어려움은 물론,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몸과 마음의 상처 등 여러 문제들을 안고 있다. 그들이 가지고 있는 만성질환과 신체 증상들은 심리적인 불안정과 갈등으로 인해 회복의 기미가 잘 보이지 않고 때론 더 악화되기도 한다. 낮은 자아 존중감 때문에 작은 일에도 크게 상처를 입고, 분노를 참지 못해 일어나는 참여자 간의 다툼은 일을 어그러뜨리기도 한다.

이런 이유로 후견기관에서 가장 많이 배치하는 교육 중 하나가 인간관계훈련 및 의사소통 교육이다. 심리상담이 꼭 필요한 참여자들을 연계할 수 있는 전문적인 기관의 도움이 있다면 현재의 어려운 상황에 많은 도움이 될 수 있을 텐데, 지역에서 전문 상담소와의 연계라는 행운을 잡는 기관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이러한 환경에서 적절한 보살핌을 받지 못한 채 성장한 자녀들도 어려움에 처해 있기는 마찬가지다. 불우한 가정환경을 고스란히 이어받아 또다시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되는 악순환이 되풀이되는 것이다. 일자리를 제공받고 소득이 생기면서 서서히 갖게 되는 자신감은 자녀들의 문제로 인해 다시 주저앉기 일쑤다.

지난 6개월간 구로삶터자활후견기관에서는 상담심리를 전공하는 대학원생들의 자원활동으로 참여자와 자녀들을 위한 상담을 진행했고, 지역에 있는 열린가족상담센터의 지원으로 자녀들을 위한 집단 상담을 진행했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참여자들과 자녀들의 변화를 확인할 수 있었다.

일례로 부천나눔자활후견기관에서는 작년에 전담 상담원을 배치해서 6개월에 걸쳐 상담을 받도록 했는데, 일주일에 한 번 정기적인 상담을 통해 그동안 후견기관 실무자들에게는 말할 수 없었던 고민과 속사정을 털어놓으며 해결책을 찾아가고, 자활근로 현장에서도 적극적이고 긍정적으로 바뀌어 가는 참여자들의 모습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지속적인 사례 관리와 심리 지원 프로그램의 안정적인 공급이 자활 사업의 내실화와 성공적인 자활에 기여할 것이라고 우리는 확신한다.

여기서도 역시 인력과 예산의 문제가 대두된다. 이른 시일 안에 후견기관마다 심리상담을 지원할 수 있는 전문 인력들이 배치되거나 전문 상담기관들과의 연계를 통해 참여자들이 심신의 안정과 함께 건강하게 생활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고단한 삶을 살고 있는 이들과 함께 하면서 많이 지쳐 있는 실무자들의 심리적 건강을 위한 지원사업도 실행될 수 있다면 정말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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