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디락스(Goldilocks)

어딜 가나 아이들은 장난감 곰인형을 아주 좋아한다. 곰에 대한 이야기도 좋아한다. 벌꿀을 좋아하는 ‘아기 곰 푸우’를 모르는 아이는 아마 많지 않을 듯싶다. 그럼 아래와 같이 시작하는 동화는 어떠한가.

‘Once upon a time there were Three Bears. Papa Bear, Mama Bear, and Baby Bear. One day, Mama Bear made hot soup for breakfast. One day, Mama Bear made hot soup for breakfast….’

우리에게는 조금 낯설지만, 미국이나 영국의 아이들에게는 친숙한 이 동화의 제목은 ‘Goldiloc

ks and the three bears’. 우리말로 ‘골디락스와 곰 세 마리’다.

골디락스(Goldilocks)는 금을 뜻하는 골드(gold)와 머리카락을 뜻하는 락(lock)이 합쳐진 말로‘금발머리’를 뜻한다. 경제학에서는 실업률이 낮고 성장률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물가도 안정된 경제 상태를 의미하는 용어로 사용되고 있는데, 이 ‘금발머리 소녀와 곰 세 마리’라는 동화에서 그 유래를 찾을 수 있다.

동화에서 골디락스라는 금발머리 소녀는 숲 속을 걷다가 세 마리 곰이 살고 있는 오두막집에 이르게 된다. 마침 곰들은 세 가지 수프, 즉 뜨거운 것과 차가운 것, 적당한 것을 끓여 놓고 집을 비운 상태였다. 몹시 허기진 골디락스는 그 중에 먹기에 안성맞춤인 ‘적당한 온도’의 수프를 허겁지겁 먹어치웠다. (이하 중략) 그리고 딱딱한 침대와 푹신한 침대, 적당히 안락한 침대 중에서 ‘알맞게 푹신한 침대’를 골라 몸을 누이곤 곧장 깊은 잠에 빠져 든다.

이 동화에서 유래되어 적당한 상태, 즉 경제가 호황이면서도 물가도 안정된 건강한 경제를 의미하는 뜻으로 ‘골디락스’라는 용어가 쓰이게 됐는데,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스’에서 중국이 2004년 9.5%의 고도성장을 이루면서도 물가상승이 없는 것을 가리켜 ‘중국 경제가 골디락스에 진입했다’고 기사화하면서 이 용어가 널리 알려지게 됐다.

또한 언론과 경제전문가들은 세계 경제가 지난 4년간 물가상승 없이 4%대의 성장률을 기록하자 “세계 경제가 골디락스를 누리고 있다”고 표현해왔다.

하지만 고유가와 부동산 거품, 인플레이션 등 세 마리 곰이 지난 4년간의 골디락스 경제를 위협하고 있다는 지적이 최근 나오고 있다. 올해 5월 월스트리트저널에서 ‘골디락스 경제 위기’를 경고하면서 다시 골디락스가 화두가 되고 있는 것이다.

동화 속에서 수프를 먹고 잠들었던 골디락스는 집으로 돌아와 수프가 없어진 것을 보고 화가 난 곰들의 습격을 받기 전에 탈출한다. 그러나 현실에서 우리는 곰을 피해 달아날 것이 아니라 곰에 맞서 싸워야 한다.

호황을 지속하면서도 물가를 안정시키기 위한 방법은 무엇일까를 고민하는 세계 각국의 지혜가 필요하다. 골디락스처럼 등 따뜻하고 배부르기를 누구든 바랄 터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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