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X 여승무원 ‘생존’ 농성 6개월째

“패배감을 갖고 다시 사회로 복귀하고 싶지 않아요. 더구나 ‘불법 파업자’란 딱지를 단 채로 우린 갈 곳이 없어요.”

지난 15일 광복절 휴일을 맞아 오가는 승객들로 붐빈 용산역 매표소 앞. 이날로 농성 167일째를 맞는 KTX 여승무원들은 여전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2004년 철도공사는 KTX 개통에 따른 신규 인력 채용 과정에서 한국철도유통(옛 홍익회)에 수탁해 계약직(1년 단위) 승무원을 뽑았으며, 2005년 한국철도유통이 ‘위탁협약폐지’를 요구하자 공사는 KTX관광레저㈜를 KTX승무사업 위탁사로 선정했다. 이에 여승무원들은 ‘이적’에 응하지 않고 ‘직접 고용’을 요구하며 지금까지 농성을 이어오고 있다.

지난 3월 4일 이후 계속 농성과 시위에 참여해 온 백수정(26)씨는  “사람들의 시선이 부담스럽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되도록 당당한 모습을 잃지 않으려 한다”고 말한다. 관광학과를 졸업하고 KTX 여승무원이 되기 위해 꼼꼼히 준비했다는 백씨. 그는 근무 4개월 만에 파업자에서 해고자, 그리고 다시 농성자가 되었다. 비정규직 채용이란 것을 알았지만 정작 비정규직이 무엇인지는 몰랐던 백씨는 “지난 6개월은 ‘노동자의 권리’에 대해 서서히 눈을 뜬 시기”라고 말한다.

고향이 부산인 정혜인(27)씨는 KTX 1기 공채 출신. 그는 9월 노동부의 ‘불법파견’ 판정 여부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그간의 투쟁이 ‘정당하다’는 인정만큼은 꼭 받고 싶기 때문이다.

“농성 중에도 가끔 다른 일자리를 알아보는 동료들이 있어요. 가는 곳마다 ‘왜 파업했냐’ ‘잘렸냐’고 묻는데 결과는 전부 탈락이에요. ‘불법 파업자’라는 사회적 편견만큼은 꼭 벗고 싶어요.”

하지만 노동부의 불법파견 판정이 나더라도 공사 측이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또 다시 3~4년의 시간이 걸릴지도 모른다. 그동안 몸무게가 8㎏이나 줄었다는 정씨는 “경찰들이 부산 부모님께 불법 농성 중인 딸을 말리라며 찾아오는 바람에 ‘이제 그만두라’는 성화가 대단하지만 그래도 아직 ‘희망’을 놓을 수 없다”고 잘라 말한다.

처음 파업을 시작한 380명 여승무원 중 현재 150명이 남았다. 생계를 위해 다른 직장을 찾아야 했거나, 결혼 혹은 임신으로 자리를 떠난 동료들은 지금도 가끔 농성장을 찾아와 다른 곳에서 ‘같은 문제’를 겪고 있음을 말해준다.

“요즘 웬만한 직장은 다 비정규직이에요. 지금 포기하면 다른 곳에서 또 마주칠 ‘부당함’에 항의할 수는 없을 것”이라는 이선희(24)씨. “돌아갈 수 없을 거라고는 생각지 않아요. 지금 한창 취업 준비 중인 동생에게도 그렇게 말했어요. 꼭 돌아갈 겁니다.”

KTX 여승무원은 자신들이 어느새 우리 사회 비정규직 문제의 상징이 되어 있음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일반 시민들이 ‘비정규직 문제’에 진지한 관심을 가져주길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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