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6호를 읽고

길하다는 쌍춘년을 놓쳐서는 안 된다는 듯 젊은 커플들의 결혼 소식이 이곳저곳에서 들려온다. 남녀가 만나 한 가정을 이루는 일만큼 축복할 만한 일도 없다. 하지만 결혼을 앞둔 오랜 친구들을 만나보면 설레는 마음과 함께 자녀 양육과 직장의 문제를 떠안고 있다. 사회에서 직업적 전문성을 인정받은 친구는 아이를 갖지 않는 방향으로 고민 중이라 한다.

지난 여성신문 886호에는 주부 10명 중 8명이 양육 때문에 직장을 포기한다는 기사가 실렸다. 바꿔 말하면 직장을 지키는 여성들의 80%는 출산을 포기할 수도 있다는 말이다. 그만큼 한국사회에서 여성의 양육과 직업이라는 양 측면은 극명하게 대립적이다. 복지정책에 만족하면서 출산장려정책에 동의한다고 응답한 비율이 1.8%로 나타났듯이, 현재 직장 여성들은 정부의 출산장려정책에 코웃음만 치고 있다.

요즘처럼 아이를 낳지 않겠다는 독신자들이 부쩍 늘고 있는 시대에, 몇 달 전 서른여덟이라는 늦은 나이에 둘째를 가진 한 언니가 있다. 그 언니는 주위사람들로부터 ‘애국한다’는 소리를 몇 번이나 들었다. 아이를 낳는 것이 애국이라고 생각하진 않지만, 둘째에 대한 출산장려금도 전혀 없는 상황이라니 나라가 ‘애국자’를 한참 몰라보고 있는 것은 맞는 것 같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