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프리카에 사는 검은코뿔소는 멸종 위기에 직면한 희귀동물이다. 검은코뿔소가 희귀해진 이유는 코뿔소의 뿔이 고가에 거래되기 때문에 밀렵꾼들의 집중 표적이 되었기 때문이다. 멸종 위기에 처한 코뿔소를 보호하기 위한 방안의 하나로 뿔을 제거하는 방법이 시행되었다. 밀렵꾼들이 노리는 것은 뿔이니까 코뿔소에 뿔이 없다면 죽이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러나 예상과는 달리 밀렵꾼은 뿔이 없는 코뿔소도 여전히 죽였다. 밀렵꾼들은 뿔이 없는 코뿔소를 죽여 뿔이 있는 코뿔소와 혼동될 가능성을 없애고자 했다. 뿐만 아니라 뿔의 수가 줄어들어 뿔의 가격은 더 올라가게 되고 그 결과  뿔을 가진 코뿔소를 사냥하고자 하는 유인은 더욱 강화되었다.

코뿔소의 뿔을 없애는 것이 왜 의도한 효과를 얻지 못한 것일까? 혹시 모든 코뿔소의 뿔을 없애지 못해서? 뿔의 제거라는 처방이 제대로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 근본적인 원인은 코뿔소가 멸종될 수밖에 없는 근본적인 원인이 누구도 코뿔소에 대한 소유권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사실에 있기 때문이다. 만약 누군가 코뿔소를 소유하고 있다면 자신의 재산인 코뿔소가 함부로 손상되도록 방치하지 않을 것이다. 그 결과 코뿔소가 과도하게 살상되는 일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러한 현상을 흔히 공유자원의 비극(the tragedy of commons)이라고 부른다.

비용을 먹고 사는 공유자원의 비극

공유자원의 비극은 모두가 소유권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아무도 소유권을 가지고 있지 않은 공유자원을 사용함에 있어 모든 사람이 공유자원 사용에 따른 비용은 고려하지 않고 사용에 따른 편익만 고려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사회적으로 적정한 수준 이상으로 과다하게 사용하게 되는 현상이다. 이러한 결과는 사람들이 자신의 유인구조에 따라 행동한다는 것을 이해한다면 너무나 당연하다. 사람들은 자신에게 이익이 되는 유인이 있으면 행동하고 그렇지 않으면 행동하지 않는다. 그 결과 사회적으로 바람직하지 않은 상태에 이른다고 할지라도 개인의 이기성만을 비난할 수는 없다. 보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사람들의 유인구조를 이해하고 개인의 유인구조가 사회적 최적 상태와 부합되는 여건을 어떻게 조성하느냐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정부와 같은 공적기관이 이러한 역할을 한다. 

사람들은 자신에게 주어진 여건과 환경에 따라 자신에게 가장 유익한 결과가 나타나도록 행동한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정책을 집행해 나감에 있어 그 정책의 목적이 옳다는 것만으로 해당 정책이 타당하다고 판단할 수 없다. 그 정책이 사람들의 유인구조에 영향을 미치고 그에 따른 개인의 반응 결과가 정책이 의도하는 목적과 부합되어야만 한다.

본뜻 다른 결과를 내는 정책은 없는지…

우리는 어떤 정책이 추구하는 목적과는 다른 결과를 초래하는 경우를 종종 본다. 부산의 어느 중학교에서 내신만으로 인문계 고등학교에 진학하는 제도와 부산지역의 상대적으로 낮은 인문계 고등학교 비율이 맞물려 중3 학생들의 도미노 전학이 발생하고 있다. 그 결과 현재 중3 학생의 40%가 다른 학교로 전학을 가 그 학교의 존립 자체가 위협받고 있다. 좀 더 좋은 교육 여건을 만들고자 여러 교육정책을 시행함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교육환경이 싫다고 외국으로 나가는 학생들은 늘어나고 있다. 현재 교육정책들이 코뿔소를 보호하기 위해 뿔을 자르는 방법을 사용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면접 때 경제학과를 지원한 학생에게 종종 왜 경제학과를 선택했냐고 물어본다. 가장 흔한 대답이 경제에 대해 더 잘 알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경제의 흐름을 잘 이해하는 것이 곧 돈의 흐름을 잘 이해하는 것이므로 돈을 많이 벌기 위해 경제학과를 선택했다고 대답한 학생도 있다. 돈을 과연 잘 벌 수 있을지는 의심스럽지만 경제학과를 선택한 이유로 나름대로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개인적으로 경제학의 매력 중 하나는 인간이 유인에 어떻게 반응하는가를 잘 보여주는 데 있다고 생각한다. 유인에 반응하는 인간 행동의 근본원리를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 경제의 흐름을 이해하고, 정책의 효과를 예측하는 데 근간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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