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5호를 읽고

필름포럼을 오가며 보았던 ‘언러브드’의 포스터가 인상적으로 남아있던 탓에 여성신문 885호에 실린 영화 ‘언러브드’와 함께 한 여성 관객들의 수다 기사를 흥미롭게 읽었다. 영화를 아직 보지 못했지만 포스터에서 받았던 이미지와 다른 영화의 줄거리와 토론 내용이 색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사랑 영화에 ‘사랑받지 못하는’이라는 뜻의 반어적 제목이라니. 이 제목에서부터 영화는 미쓰코, 즉 여성을 지향하고 있음을 표명하는 것 같다. 또한 논란이 되었다는 마지막 장면은 결국 인간으로서 사랑을 선택한 여자와 “내가 너를 선택하는 거야”라며 자존심을 지키려 한, 사랑에 대한 남성 우월주의를 버리지 못한 남자의 모습으로 읽혀졌다.

그러나 ‘사랑과 선택’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어떤 면에선 ‘여성의 주체적인 사랑’으로 여길 수 있겠지만 여자이기 이전에 한 인간으로서 자신이 끌리는 사랑을 택한 것이라 볼 수는 없을까. 내게는 여성과 남성의 구분을 떠나 ‘사랑’에 대한 새로운 읽기로 받아들여졌다.

천편일률적인 백마 탄 왕자님을 기다리는 여타 영화 속 여자들과 달리 외로움을 인정하고 인간으로서의 사랑을 선택한 미쓰코의 미래는 그 뒤 어떻게 됐을까. 감독의 의도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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