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천명으로 3만명 효과

“3000명이지만 3만 명의 효과를 낼 수 있게 해야죠.” 지난해 1월부터 서울 대학로에 소재한 ‘붉은 악마’ 사무실 축구쉼터에서 행정간사로 일해온 김정연(33)씨의 일성이다. ‘붉은 악마’의 유일한 상근 직원인 김씨는 각종 행정업무 처리를 위해 국내에 남았다고.

축구 국가대표팀 서포터스클럽 ‘붉은 악마’의 독일 원정응원대 400여 명이 6월 중순 월드컵이 열리는 현장으로 떠났다. 온통 붉은 물결로 넘실댔던 2002년과 달리 이번에는 교민과 원정응원단을 다 합쳐도 3000~4000명 정도밖에 안 된다.

소수인 데다 적진이라서 걱정이 될 법도 하건만 김씨는 자신만만하다. “붉은 악마는 조직적인 응원이 강점이죠. 원정응원은 일당백 효과가 있어요.” 이미 교민들에게 붉은 티셔츠 2000벌을 보냈고, 응원가, 응원구호도 붉은 악마 홈피(www.reddevil.or.kr)에서 다운로드 받을 수 있게 했다. 카드섹션은 못 하지만 대신 대형 천 응원을 선보이고, 김덕수 사물놀이패는 꽹과리와 북을 두드린다. 홈 이점이 사라진 태극전사에게 원정응원은 큰 힘이 될 듯하다.

김정연 간사는 대학에서 스포츠마케팅을 전공한 뒤 공기업(한전)을 다니다 축구에 빠져 2001년 붉은 악마 회원관리팀장을 맡았다.

98년 천안(성남) 일화를 응원하며 서포터스 활동을 시작했고, 12번에 걸쳐 해외 원정 응원을 다녀왔다. 그중 2000년 7월 30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한·중 평가전이 가장 기억에 남는단다. “저를 포함해서 여자 붉은악마 4명이 경기장에 갔어요. 중국 관중 6만여 명이 야유를 보내는 통에 겁이 났죠. 근데 선수들이 저희한테 손을 흔들어 주는 거예요. 경기가 끝난 후에는 후보선수까지 와서 정성스럽게 인사를 했어요.” 김씨는 “붉은 악마 남녀 비율은 7대 3 정도인데 극성분자는 여성이 더 많다”면서 웃는다. 

2002년 월드컵 이후 벌써 4년이 흘렀다. 붉은 악마는 ‘지구 끝까지 간다’는 대표팀과의 약속을 실천하기 위해 독일로 원정응원단을 파견했고, 국내에서는 ‘우리가 함께 뛰면 승리한다’는 신념으로 길거리 응원을 펼친다. 2002년 월드컵 3,4위전 터키전의 카드섹션 문구는 ‘CU@K리그’(See You at K-League)였다.

김정연 간사는 한 가지 당부의 말을 잊지 않았다. “K리그 관중은 급속히 하락하고 있어요. 국민이 월드컵에 보여주는 관심만큼 K리그에도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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