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폭력 공론화 의의…홍보 부족 등 아쉬움도

가정폭력의 고통을 담아낸 다양한 영화를 통해 대중과의 소통을 시도한 제1회 여성인권영화제가 2박3일간의 일정을 마치고 5월 28일 종로구 소격동 아트선재센터에서 막을 내렸다. 서울여성의전화(대표 정춘숙)가 주최한 이번 영화제에선 가정폭력의 현실을 고발하고 그 상처를 극복하려는 여성들의 움직임을 그린 미국, 영국, 프랑스 등 총 6개국 30편의 영화가 상영됐다.

97년 가정폭력방지법이 제정된 지 8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가정폭력으로 인한 살인사건이 끊이지 않는 상황에서 여성인권영화제는 ‘사적 공간’에서 벌어지는, 남의 일처럼 여겨지고 있는 가정폭력을 대중에게 드러내고 공론화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또한 영화제 전문 인력이 아닌 여성의전화 현장 활동가들이 직접 기획하고 만들어냈으며 남성 감독의 영화를 개막작으로 선정해 친여성적인 남성들도 끌어안으려 한 점도 주목 받았다.

개막작은 미국의 다큐멘터리 감독인 프레드릭 와이즈만의 ‘가정폭력 2’로 플로리다주 탐파의 보호소 ‘스프링’에 거주하는 여성과 어린이의 모습을 담은 2001년작 ‘가정폭력’의 속편이다.

폐막작으로 상영된 ‘앞치마’(감독 란희)는 서울여성의전화가 직접 제작한 작품. 가정폭력으로 13년 전 집을 나와 상처를 딛고 상담원이 되어 살아가는 두 여성의 삶을 다룬 다큐멘터리로 여성인권영화제의 의의에 가장 부합하는 작품이란 평가를 받았다.

영화 상영 외에도 가정폭력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는 ‘추모연못’, 매맞은 여성의 이미지의 부분으로 작업한 사진작가 노승복의 ‘1366 프로젝트’ 등 미디어에 나타난 폭력을 보여주는 각종 전시물을 통해 대중과의 소통의 장을 마련했다.

남윤인순 한국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는 “일상 속에서 인권에 대한 감수성 훈련이 돼 있지 않은 상황에서 이번 영화제가 대중이 여성 인권에 대한 고민을 해보는 기회가 될 것”이라는 데 의미를 뒀다.

유지나 영화평론가는 “많은 영화제들이 거대 예산과 스타를 동원해 규모를 키워나가는 데 집착하고 있는 상황에서 작은 규모로서 진심이 통할 수 있는 영화제를 만나게 돼서 뜻깊었다”고 높이 평가했다.

영화제 프로그램팀 황정혜씨는 “‘인권’이라는 무거운 주제에 ‘여성’이라는 말까지 붙이니 언론이 외면해 홍보가 충분히 되지 못했다”면서 그간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는 또한 앞으로 매년 여성인권영화제를 계속할 예정이라면서 “내년에는 좀 더 대중적이고 쉬운 작품들로 많은 사람에게 다가가도록 기획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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